분노한 불심 "무릎 기도 MB, 대통령 자격 없다"

"민족문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전환하라! 전환하라! 전환하라!"

오늘 오후 조계사 대웅전 건너편에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사진이 걸렸습니다. 사진 옆 '무릎 꿇은 정치가 바로 서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불심의 분노를 보여줍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직할교구 소속 스님들과 신도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 무릎 기도'와 정부, 여당의 종교 편향을 규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동영상이 상영됐고, 규탄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무진 법장사 주지 법장스님은 연설을 통해 국민 앞에 무릎 꿇어야 할 대통령이 목사들 앞에서 무릎 꿇은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어디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모르는 대통령을 뽑은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법장스님 / 무진 법장사 주지] "참으로 황당합니다. 우리는 국민의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을 배신하고 기독교 목사들에게 무릎을 꿇어도 되는 것입니까? 어떻습니까? 국민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됩니다. 불교를 능멸한 (대통령이) 불자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습니까? 어디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법장스님은 이 대통령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았던 중세 기독교시대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법장스님 / 무진법장사 주지] "기독교 공화국의 실현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근대국가, 현대국가에서 분명하게 합의된 바입니다. 그런데도 역사를 퇴보시키는 이명박 대통령을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중세시대 기독교 국가에 대한 추억에 대해서 떠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안식 중앙신도회 부회장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봉헌했던 이 대통령의 무릎 기도는 국격을 떨어뜨린 망신스러운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손안식 중앙신도회 부회장] "얼마나 망신스러운 사건입니까.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국민의 대통령을 거부하고 개신교의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 바로 며칠 전의 모습입니다.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의 자격을 갖고 있는지 답답합니다."

오늘 결의대회에 참석한 신도들도 이명박 대통령 무릎 기도는 국민 통합을 방해하는 편파적인 행동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임남(58) / 서울 도화동]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국민 통합을 저버리는 거죠. 그렇게 편파적으로 하고 그래요?"

[대지월(70)]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인데 잘못한 거죠."

이에 앞서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 여당의 2011년도 템플 스테이 예산 삭감과 일부 개신교인들의 땅밟기 동영상 유포 등을 지적하며 민족문화수호를 위해 불자들이 더욱 자성하고 쇄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자승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 "지난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족 전통문화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자성과 쇄신을 통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계종은 오는 23일에도 '민생안정과 민족문화수호 1080배 정진'을 조계사에서 열고 정부, 여당의 민생 외면과 종교 편향을 규탄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3.1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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