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곰팡이·난방 안되는 폐가 '노예노동' 아프리카박물관 숙소 가보니...

현직 국회의원의 '노동자 노동 착취' 논란의 피해 당사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노동자 기숙사. 총 12명이 세 곳에 나눠 살고 있습니다.

벽지마다 곰팡이, 구멍까지 뚫려 있는 기숙사도, 구석에는 어린아이 주먹만 한 쥐구멍이 뚫려있는 곳도 있습니다.

쥐가 들끓는 방에서 동료 예술가 5명과 작년부터 지내온 라자크(Oeudraogo Abdoul Razak/ 연주가, 부르키나파소)씨는 쥐가 갉아먹은 아들의 옷을 보여주며 제대로 된 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라자크 씨는 보관하고 있던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오십이만 육백 원짜리 월급봉투와 이 근로 계약의 최종 책임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영자 이름이 찍힌 근로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라자크 / 연주가, 부르키나파소 출신)] "보세요, 미스터 홍(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이 제 계약서에 있습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이사장인 홍 의원은 어제(10일)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물관의 노동자 착취 상황을 보고받았는지 물어보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라자크 씨는 한국 입국 한 달 후인 2012년 5월, 박물관 측이 하루 식비를 2500원으로 계산하는 문제를 두고 홍 의원과 부르키나파소 대표자 간 면담이 이뤄진 적도 있다며, 홍 의원이 몰랐을 리 없다는 반응입니다.

[라자크 / 연주가, 부르키나파소 출신)] "우리는 박물관에서 그를 만나 (주거환경, 임금, 식비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어요."

이들은 면담 후 하루치 식비가 4천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식사를 하기엔 부족했고, 여러 번 요구해도 바뀌지 않는 열악한 주거환경과 근로계약서 조항에 나오지 않은 업무지시에 계속 고통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조합, 민주노총 등과 함께 10일 오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의원이 체불 임금을 지급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등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이나 / 조각가, 짐바브웨 출신)] "저희가 관리자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여러 번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관리자, 미스터 봉은 홍문종 씨가 대한민국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항의를 해봤자 소용이 없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들은 박물관 측이 비인간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보다 적은 월 65~60만 원을 지급했고 부르키나파소 노동자들의 여권을 압류하는 등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요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 "사업주의 대리인이 위법한 사실을 했을 경우, 사업주 대리인은 물론이고 사업주도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홍문종 국회의원, 양벌기준으로서 처벌대상이 됩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지만 홍 의원을 만나지 못한 채 항의서한만 전달했습니다.

대신 이들은 국회 환노위 위원인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박물관 측의 갑작스런 계약 해지 통보로 16일 후 체불임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을 떠나야 하는 부르키나파소 노동자 8명과 곰팡이 핀 기숙사를 떠나지 못한 채 박물관에 출근해야하는 짐바브웨 노동자 4명.

비인간적인 주거환경에 임금 체불까지 인권과 법을 무시한 현대판 노예 계약이 현직 국회의원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곽승희입니다.

(영상 촬영·편집 - 강신우 기자)

ⓒ곽승희 | 2014.02.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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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함께 춤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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