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학생들 도보행진하며 치유, 오죽하면 내 벨소리가 꼬끼오겠나"

지난 15일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40여 명은 억울하게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안산 단원고에서부터 국회까지 1박 2일 동안 37km를 걸었습니다.

진상규명 요구 도보행진을 끝낸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오마이뉴스는 오늘(18일) 아이들과 함께 걸었던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를 만나 학생들의 심경을 들어봤습니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아이들은 대부분 뿌듯했습니다. 당연한 거 같아요. 고2에게 우정이 중요할 텐데, 친구들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제일 감동적인 것은 무사히 국회까지 완주한 것이죠. 차 타서 하나하나 물어봤어요. 아이들이 '아저씨 너무 좋았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세월호에 올라탄 23명의 학생 중 1명만 살아 돌아온 2학년 10반 교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장 대표는 행진에 나선 학생들이 시민들의 참여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여의도 들어가는데 행렬이 끝이 안 보였습니다. 아이들한테 뒤돌아보라고 했지. 행렬이 끝이 안 보이잖아요. 그걸 보고 우는 애들도 있었고요. 정말 이 아이들의 한 발걸음이 큰 발걸음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한 걸음씩이 수십 명 수 백명,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응원들을 해줬을 것이라고 봐요. '우리 사회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아이들이 직접 본 것이죠. 매일 기사에 달린 댓글만 보다가..."

이어 장 대표는 이번 도보행진이 생존학생들에게 심리 치유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도보행진을 하면서 감정 표현이 다 된 것 같아요. 상담이나 의학적인 치료보다 스스로 치유가 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속이 후련하다', '답답한 마음이 뻥 뚫렸다'고 말했어요."

특히 장 대표는 ‘오마이TV'의 도보행진 생중계가 학부모들을 안심시켰고, 학생들도 현장 생중계에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부모님들이 안심했던 게 ‘오마이뉴스'가 생중계를 해주니까 못 가신 부모님들도 보시고… 그래서 제가 아이들한테 얘기했어요. '동행취재하는 데가 몇 군데 있다. 솔직하게 다 보내는 언론이다, 다른 언론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도보행진 동행취재가 허용된 곳은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한겨레, JTBC 네 곳입니다.

장 대표는 상처 받은 생존학생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꾸준한 치료라고 강조했습니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생애 전주기에 걸쳐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으로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치유 프로그램을 꾸준히 준비해서 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봐요."

장 대표는 새누리당이 세월호 국정조사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동원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제가 오죽했으면 벨소리를 닭울음소리로 바꿨어요. 제가 항의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었어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아이들을 조류로 비유한다는 게 말이 돼요? 저 분이 국회의원인지 이해가 안가요. 저 같아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신 대로 많은 아픔을 통감하신다고 하니까 지금 여당 국회의원들게 직접 말씀 하셔서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끝낼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리셨으면 좋겠어요."

생존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과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던 1박 2일 도보행진.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까지 거리로 나와 이틀에 걸쳐 걸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발생 94일째인 오늘도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영상취재 : 강신우·송규호 기자, 편집 : 강신우 기자)

| 2014.07.18 15:3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