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 “형 앞에 떳떳한 서른 번째 생일선물"

“오늘은 형의 서른 번째 생일입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저는 형에게 선물을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난 오늘, 사람과 노동을 사랑했던 형에게 작지만 뜻깊은 선물이라도 줄 수 있게 되어 떳떳하고 기쁩니다."

단상에 오른 이한솔 한빛재단 이사는 슬프지만 당당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016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 촬영 중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비판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이한빛 PD의 동생이다.

이 이사는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tbs교통방송 프리랜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방송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노동인권 개선을 추진하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인권센터)의 출범을 알렸다.

그는 “형의 죽음은 단순히 가족과 지인에게만 안타까운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방송현장의 적폐, 모순, 부조리, 그리고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를 전반적으로 드러낸 사회적 의미의 죽음”이라며 “온전히 그를 추모하는 길은 꼬인 실타래 같은 방송노동현장의 문제를 하나하나 끈기 있게 풀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tbs교통방송(대표 정찬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하고 한빛인권센터를 서울 상암동에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한빛재단과 협력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2016년 어느 가을날 청년의 죽음이 제 마음에 아프게 남았다. 유서에 스스로가 경멸했던 삶을 이어갈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며 고 이한빛 PD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했다. 박 시장은 “오늘 서울시 tbs교통방송은 프리랜서의 정규직화를 시작하고, 프리랜서를 하더라도 정당한 근로조건과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국 중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내에서 TBS가 처음이다.

한빛인권센터 운영과 관련해 이한솔 이사는 “방송인 신문고를 만들어 방송노동자들의 노동문제를 상담하고 대응해 나가고 방송인 스스로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센터 조성을 위해서 서울시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상암에 살아가는 수많은 방송종사자에게 희망이 되는 행정을 (서울시가) 보여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취재·영상편집 / 조민웅 기자)

ⓒ조민웅 | 2018.01.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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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하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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