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스를 지켜라’,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

朱雀 2011.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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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바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보스를 지켜라>는 노은설(최강희)이 황관장(김청)의 음모에 의해 내부폭로자로 오해를 받으면서, 차회장(박영규)에게 질타를 받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심지어 그녀를 사랑하는 차지헌(지성)조차 시민단체 간사와 노은설이 만나는 장면을 목격함으로써 오해는 더욱 증폭되게 생겼다.

 

! 근데 여기서 필자는 단순히 드라마의 절정 부분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내부폭로사회정의에 관한 부분이다.

 

처음엔 예고편만 보고, 노은설이 고민 끝에 내부폭로를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본편을 보니 노은설은 계속해서 차회장을 설득해서 어떡하던지 비자금을 조성해서 차지헌에게 불법-편법 승계하지 않고 떳떳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노력은 가상하게 여겨졌지만, ‘과연 가능할까?’라는 물음이 꼬리를 이었다. 근데 의외의 결과가 벌어졌다! 차회장은 별 볼일 없는 노은설을 며느리로 맞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 것 만큼이나, 자신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X팔린 일로 여겼다.

 

평상시에는 틱틱거리면서 왠일인지 그날만큼은 아버지를 믿는다라는 차지헌의 말과 회장님은 다른 재벌들처럼 그런 일을 벌이시지 않을거라 믿는다라는 식의 노은설의 말. 무엇보다 청소년 제소자들을 위해 한 강연에서 깡패회장이란 이야기를 듣고 거울을 보며 양심의 소리를 드는 그의 모습에선 의외성이 느껴졌다.

 

결국 불법승계를 포기하고 아들 차지헌에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하면서 홀가분하게 웃는 차회장을 보며 <보스를 지켜라>가 판타지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현실에선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한 내부폭로자를 보호하면서 대기업과 싸웠다. 결과적으로 그 기업은 재판을 받았지만, 송방망이처벌을 받았고, 심지어 몇 가지 인정된 혐의조차 얼마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고 말았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비자금을 마련해서 정치권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후계자들에게 불법-편법으로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탈세액만도 몇 백억 이상의 수준으로 알고 있다. 기업가들은 낼거 다 내면 어떻게 사업하냐?’는 논리로 자신들을 정당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세금제도를 보면 월급쟁이는 투명하지만, 자기사업을 하는 이들은 소득을 스스로 알아서 신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강호동의 탈세소동도 그러한 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드라마상에서 차회장은 양심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며느리가 될 노은설과 강의실에서 만난 청소년 제소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몹시나 고민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스스로 불법-편법 승계 및 비자금 조성을 포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실제 이런 대기업 회장님을 만날 수 있을까?


대기업의 비자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그 액수에 있다. 적게는 몇백억에서 최대 조단위까지 올라가는 액수는 당연히 그 성격상 불법적인 일에 쓰일 수 밖에 없다. 크게는 정치권과 줄을 대거나 작게는 공무원과 관련 업체 직원을 매수하는데 쓰이게 되며, 이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비자금은 또한 형성과정에서 성실하게 일한 대다수의 직원들에게 돌아갈 몫을 가져갔다는 데서 큰 문제가 있다. 세금으로 납부해야 될 액수는 당연히 기업이 나라에 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은 복지를 비롯한 여러 곳에 정당하게 집행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불우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집행되거나, 워킹맘처럼 보육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여기 큰 문제다! 기업이 아무리 기밀유지를 하면서 한다고해도 액수가 워낙 천문학적이라 자연스럽게 외부에 알려질 수 밖에 없다. 즉 실체는 파악되지 않지만, 대충 누구나 짐작하게되는 공공연한 비밀이 될 수 밖없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물론이요, 그 불법적인 집행과정으로 재벌에 대한 불신감을 더더욱 크게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제사정(치솟는 물가-깍이는 월급-불안정한 고용상태-사회복지망 미비)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반발감을 일으키고, 계층간 불화를 심화시켜 위기를 더욱 증폭하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따라서 사회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걸 위해서는 내부고발자가 반드시 나와야 하지만, 이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김영수 전 해군소령은 훈장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은 인물이었지만, 내부비리를 폭로한 탓에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고 있었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널려 있는 우리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난번 SBS 스페셜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에도 소개되었지만, 내부고발자들은 하나같이 배신자로 취급받으며 바로 파면되고, 주변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나서려고 하겠는가? <보스를 지켜라>로 돌아가보자! 노은설은 우연히 내부비리관련 문서를 보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그녀에게 차회장은 너무나 고맙고 멋진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는 사랑하는 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똑똑하지 않은 노은설이 보기에도 내부비리는 잘못된 것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그녀는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을 까봐 차지헌에게 이야기를 하지못해 오해를 받으면서도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물론 드라마상에선 차회장이 스스로 결국 용단을 내렸지만 말이다. 또한 아쉽게도 황관장이 음모를 꾸며서 그녀의 이름으로 비자금 장부를 시민단체에 넘겨서 오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모든 음모의 핵심인 황관장. 그녀의 모습이 오늘날 재벌가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계속해서 시아버지가 될 차회장을 설득하려는 노은설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면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나름 감동받기도 했다. 노은설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도 재벌가 며느리가 되면 그들(신숙희-황관장)처럼 될까?’라는 점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례로 차무원(김재중)은 어머니 신숙희가 공사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알고 액수가 너무 많다고 줄이자라고 부탁한다.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은설에게 덜 부끄럽고 싶어서다.

 

근데 여기서 조금만 생각해보자! 비자금은 조금 줄인다고 해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자체는 변함이 없다. 비자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라고 노력하는 차무원의 노력은 나름 가상하지만, 그의 노력은 근절하기가 어렵고, 설사 근절했다고 해도 언제든지 (사정이 생기면) 다시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데서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노은설은 원래 재벌가가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돈에 욕심이 없고, 정의를 구현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차회장을 설득했고, 결국 나름 성공했다. 만약 그녀는 차회장 설득에 실패했다면, 아마도 사랑하는 차지헌에게 재벌 2세의 삶을 포기하고 함께 떠나는 쪽을 설득했을 것이다.

 

그녀는 사회정의를 세우고 싶은 거창한 개혁가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잘못이 무엇인지는 알고,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정의를 세우면 약간의 고난이 따르지만, 모두가 행복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의를 선택한 다는 것은 다른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일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노은설이 사회 정의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차회장의 비리를 폭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아버지는 감옥에 보내고, 미래남편의 가정을 풍비박산내는 결과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걸 누가 감히 쉽게 감수할 수 있겠는가? 정의를 세우기란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고 힘든 것이기에 더더욱 우리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노은설은 단순히 황관장과 신숙희를 비난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오해를 받는 상황도 감수하는 자기희생을 보여주고 있다. 우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런 무거운 의문이 필자를 내내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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