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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대통령 눈물만 보이고 국민 눈물은 안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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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6.4 지방선거가 채 일주일도 안남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차분한 분위기 속에 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떠들썩했던 유세와 비교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들도 있지만 이러다 우리 동네에 누가 나오는지조차 모르고 투표장에 가게 생겼다며 우려하는 유권자들도 있다. 필자가 살고있는 아파트 1층 우편함에 꽂혀있는 선관위에서 보낸 투표 안내문 상당수는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덩그러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정치 무관심이 대세라지만 선거가 코 앞인데 아직도 투표 안내문조차 보지 않은 주민들이 많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도대체 이런 정치 무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답답하고 혼란스럽지만 어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새누리당 후보는 대통령의 호위무사인가?

 

매일 저녁 TBC(대전방송)에서는 이번 6.4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TV 토론을 방영하고 있다. 어제는 논산 시장 후보 TV 토론회였다. 사는 곳이 대전인지라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다가 우연히 토론회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됐다.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마무리 발언에서 논산 시장 새누리당 후보가 유권자에게 한다는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거두어 주십시오."였다. 무릇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그 본질이거늘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는 국민과 지역구민들에 대한 위로 대신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읍소라니 필자의 혀가 육두문자로 더렵혀질뻔 했다. 비단 새누리당 논산 시장 후보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통령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대통령 눈물은 보이고 국민이 흘리는 눈물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지난번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중 흘린 눈물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정치적'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세월호의 비극을 파렴치하게 이용하고 있는 세력은 다름아닌 새누리당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22일 새누리당 중앙당이 각 시도당에 공문을 내려보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동영상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박 대통령이 담화 마지막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편집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에 '경북도당에서 눈물을 닦아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도당 사무실은 물론 지역 당협 사무실에도 게재하도록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대통령을 지키겠다'느니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드리겠다'느니 하는 말은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인 것처럼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악어도 눈물을 흘린다

 

반성해야 할 집권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대통령 지키는 선거로 규정하고 있으니 세월호 참사 이후 그들이 머리를 숙였던 것도 일종의 '정치쇼'였음을 자임하는 꼴이다. 눈물에 약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마케팅', '눈물 마케팅'. 참 치졸하고 뻔뻔하다. 하지만 아는가? 포식자 악어도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악어는 사냥감을 잡은 후에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악어가 먹이를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과 달리 악어의 입을 움직이는 신경과 눈물샘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어가 큰 입을 쩍 벌리게 되면 동시에 눈물샘이 자극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래서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흘리는 눈물은 잡아 먹히는 동물을 애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빗대어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을 쓴다. 즉 위선적인 눈물을 가리킬 때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보며 흘렸다는 눈물. 그 이후로 어떠했는가? 국민의 소리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일방 통행으로 일관해서 4대강과 같은 미래의 재앙을 잉태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것이 바로 '악어의 눈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국민 담화에서 세월호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안행부(안전행정부)를 개혁하겠다더니 어느 순간 안행부가 개혁의 주체로 바뀌었다. 적폐를 없앤다더니 '전관예우'와 같은 적폐를 온몸으로 실천한 전직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지명해 결국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다가올 선거만을 의식해 진정성 없는 대국민담화를 급조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대통령이 흘렸던 '악어의 눈물'에 속을 뻔 했다. 이런데도 대통령의 '눈물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는 집권 여당을 보고 있자면 코너에 몰린 쥐마냥 안쓰럽기까지 하다.

 

투표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후보를 뽑는 것이지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줄 후보를 뽑는 장이 아니다. 위선자들을 제대로 골라내지 못한 선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누구를 찍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다만 투표하지 않은 국민은 분노할 권리도 없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국민에게만 내 삶을 바꿀 권리도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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