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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완월동, 인천 엘로우하우스 집결지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사업 촉구 공동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 안국동 걸스카우트 회관에서 부산과 인천 지역 성매매업소 여성들과 여성단체연합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강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산과 인천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등 여성단체가 성매매 밀집지역 내의 지원시설 설치를 정부측에 촉구했다.

부산의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집결지)인 완월동의 성매매 종사 여성 모임인 '해어화'와 인천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인 속칭 '옐로하우스'의 업소 여성 모임인 '상조회'는 27일 오전 여성연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 등 여성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과 인천을 '집결지역 프로젝트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탈성매매를 전제로 정부의 지원 사업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른바 '성매매 방지법' 시행 이후 그간 대립 양상으로 비쳐졌던 성매매여성과 여성단체가 협의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함께 뗐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또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스스로 탈성매매 지향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완월동과 옐로하우스, '집결지 프로젝트 시범지역'으로 선포해달라

▲ 부산과 인천 지역대표가 기자회견 도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오전 10시부터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연맹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인천과 부산의 성매매 종사여성 대표 8명과 이강실 여성연합 공동대표, 조영숙 여성연합 사무총장, 김미령 자립지지공동체(탈성매매 여성 지원시설) 대표, 김현선 새움터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매매 종사여성과 여성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에 참여한 두 지역 집결지 여성 대표단과 여성단체는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공동의 입장을 밝힌다"며 ▲모든 성매매 여성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할 것 ▲부산 완월동과 인천 옐로하우스 지역을 정부의 '집결지역 프로젝트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원책을 마련할 것 ▲전국의 성매매 여성에게 모든 자활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할 것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여성단체의 안전보호에 신경쓸 것 등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해어화 대표인 김자영(가명·31)씨는 업주들의 서명을 공개하며 "오늘 기자회견에 앞서 완월동과 옐로하우스 업주 87명(인천 33명, 부산 54명)도 우리의 뜻에 동의했다"며 "업주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아가씨들의 빚(선불금)을 탕감하는 뜻으로 차용증을 모두 찢었고 우리의 프로젝트 취지에도 동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성매매 방지법 시행에 즈음해 완월동과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들이 뜻을 모아 작성한 '탈성매매 지원대책 건의안'을 공개했다. 이 건의안에는 탈성매매 여성을 위한 지원시설(쉼터) 중심의 대책에서 벗어나 현재 성매매 업소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설(쉼터)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김씨는 "전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려면 매일 지속적으로 교육과 상담을 받아야 하니 현재 머물고 있는 업소에서 가까워야 하고 정부의 쉼터 입소를 원하지 않는 여성도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집결지 내에 지원시설이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부산의 경우 탈성매매 여성들이 갈 수 있는 지원시설이 3곳인데 그중 2곳은 청소년보호시설로 인가가 난 시설"이라며 "정부의 지원대책은 대부분 '미래지향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는 여성단체도 같은 입장이다.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지난 해 10월 새움터에 상담을 요청해온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의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의 지원과 교육은 너무 늦다며 업소에 있을 때부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 공동기자회견문을 함께 낭독한 성매매여성과 여성단체대표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당신들이 입법청원한 법 때문에 우리 다 죽겠다 항의 하려했는데..."

이날 기자회견은 그간 '반목과 대립' 일변도로 치달았던 여성단체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오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의미가 있다.

완월동과 옐로하우스 지역 성매매 여성들과 여성연합 등 여성단체 대표들은 지난 19일부터 5차례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기자회견 전날인 26일에는 장장 7시간 30분에 걸친 회의와 의견 조정을 통해 기자회견문을 완성했다.

여러번에 걸친 만남을 통해 이들은 ▲성매매 여성을 '자발적·비자발적'의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며, 이에 상관없이 모든 성매매 여성은 처벌이 돼선 안된다는 점 ▲현재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자발적인 탈성매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의견의 일치를 봤다.

김자영씨는 "처음에는 성매매 여성들 돕는다는 명목으로 여성단체에서 입법 청원한 법 때문에 우리가 다 죽게 생겼다고 항의하러 갔는데, 조영숙 사무총장과 얘기를 하다보니 오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과정에서 서로 생각이 같은 점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영숙 여성연합 사무총장도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집결지 프로젝트 시범사업'이 실현돼 바람직한 대안적 모델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단체-성매매종사여성이 마련한 최초의 대안책... "바람직한 모델로 정착되길"

한편, 인천과 부산 등 두 지역 성매매 여성들은 전국 성매매업주 모임인 '한터 전국연합'과 서울의 미아리, 수원 등 성매매 여성들이 지난 20일 열었던 기자회견에는 불참했다. 이에 대해 해어화와 상조회 측은 "(공창제 실시 등을 주장한) 당시 기자회견의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어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성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정봉협 국장 "성매매여성-여성단체 공동제안, 획기적이며 긍정적"

ⓒ오마이뉴스 권우성

2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와 인천과 부산 성매매업소 밀집지역 여성들이 공동제안한 '집결지 프로젝트 시범사업'에 대해 여성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양측이 제안한 계획은 결국 정부의 재원 투입이 필요한 내용"이라며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정 국장은 "사실 이들의 요구를 바로 현실화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일"이라면서도 "오늘의 기자회견은 대단히 긍정적이고 획기적인 내용"이라고 밝혀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정부가 이미 발표한 '성매매방지종합대책'에 집결지에 대한 단계적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으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천과 부산을 그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지원한다면 여성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겠다"고 밝혔다.

부산 완월동 성매매종사 여성 대표인 김자영(가명·31)씨도 "여성부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희망섞인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이날부터 완월동과 옐로하우스로 직접 찾아가 정부의 지원책을 홍보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상담하는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현선 대표는 "완월동과 옐로하우스 대표와 얘기하면서 현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얼마나 지원 상담이 필요한 상태인지 절감했다"며 "오늘(27일)부터 두 지역에 들어가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 상담하고 경찰 단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막는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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