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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항'을 소재로 한 MBC 드라마 <에어시티>가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그 드라마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남녀 배우의 이름을 보는 순간의 느낌은 딱 아래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젠, '사랑놀음'을 공항에서까지 하겠군."

판단이 틀리진 않았나 봅니다. '멜로 부각'에 대한 인터넷언론 기사까지 나왔고, 댓글 게시판의 반응도 비교적 차가운 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또 연애질이냐"는 것입니다.

<에어시티>뿐 아니라 <쩐의 전쟁>도 '연애질'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7일 13회 방송분에서 채권자와 담보인으로 만난 금나라(박신양 분)와 서주희(박진희 분)의 키스신이 방송됐기 때문입니다.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의 시작을 앞두고, 저는 "사채업자가 사랑하는 드라마는 피했으면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쁘신 드라마 제작자께서 이 글을 볼 리도 만무하고, 이미 예상했던 바는 있습니다.

드라마 <쩐의 전쟁>을 향한 원작자의 성토

▲ 드라마 <쩐의 전쟁>, 두 여배우가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연애 놀음'이 나올 것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 SBS
원작자 박인권 작가도 <주간조선>(6월 25일자) 인터뷰에서 '연애질'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비판도 아주 직설적입니다.

그는 드라마에 대해 "3회부터는 대놓고 로맨스 모드다. 어제 부모가 사채 때문에 죽었는데 오늘 여자랑 희희낙락하는 게 말이 되는가? 요즘 비통해서 드라마를 못 보겠다"고 했습니다.

박인권 작가가 만화 <쩐의 전쟁>을 위해 기울였다는 노력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4년간의 자료 수집, 6개월간의 가짜 전주(錢主) 노릇, '포졸'이라는 개인 정보원까지 활용하며 지하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를 이 잡듯 수집하는 등 그가 <쩐의 전쟁>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정말 처절했습니다.

박인권 작가는 그러면서 "요즘 시청자는 더 이상 삼각관계, 불륜, 로맨스에 열광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바보인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뼈 있는 지적입니다. 불륜 놀음을 그린 드라마가 아직도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하다 보니, 드라마 제작자들은 시청자들 수준을 딱 그 정도로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제작자들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는데, 인터넷 시대에서는 표면적인 시청률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MBC 드라마 <하얀 거탑>을 생각해봅시다. 표면적인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대대적인 화제가 됐던 드라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표면적인 시청률이 낮은 이유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TV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계층은 '주부'입니다. 하지만 <하얀 거탑>의 시청자층은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더 친숙한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방송국 사이트에서 '다시보기'를 보거나, P2P 사이트 등지에서 다운받아 보는 분들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하얀 거탑>을 선호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긋지긋한 연애놀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살펴보면, 김수현이나 임성한과 같은 기존의 주부 대상 연속극 극본을 쓰는 작가들에 대한 성토가 대단하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일본 드라마'나 '미국 드라마' 등이 그리는 특정직업과 분야에 대한 치밀한 전문성을 오래전부터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 드라마'는 만화가 추구했던 전문성과 상상력까지 잘 표현하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을 보다가, 불치병이나 출생의 비밀, 억지 연애 놀음을 시청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드라마 제작자로서는 "이런 사랑놀음이라면 먹히겠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먹히는 대상'이란 여성 시청자로 선정했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여성 전체, 나아가 시청자 전체를 모독하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여성이 사랑과 연애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하다 할지라도, '부모가 돈 때문에 죽어 돈에 한 맺힌 사채업자'가 즐기는 억지 연애놀음까지 환호하진 않을 것입니다.

연애놀음 보려면 차라리 잘 생긴 순정파 재벌2세가 가난한 순수소녀 사랑하는 드라마를 보고 말지, 빚도 많고 사채업자 노릇까지 하는 사람이 연애질하는 드라마를 보겠습니까? 초점이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주 시청률이 1.9% 하락했더군요. 이유요? 간단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2가지인데, '억지 연애놀음'하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쩐의 전쟁>은 기업인수 드라마?

▲ 우리가 <쩐의 전쟁>에서 보고 싶던 것은 '500원'과 '담보'의 연애담이 아니었답니다.
ⓒ SBS
만화 <쩐의 전쟁>을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것입니다. 탁월한 작품입니다. '돈'에 얽힌 인간의 탐욕과 허상, 그리고 주인공 '금나라'의 과묵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금나라'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내고야 마는 기상천외한 노하우 등이 만화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쩐의 전쟁>은 엄밀히 말하면 '사채업자'를 그린 드라마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독고철(신구)'의 한 마디,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은 뭔가 멋있어 보였는데, 이 한 마디와 함께 <쩐의 전쟁>은 더 이상 <쩐의 전쟁>이 아닌 것처럼 됐습니다.

'블루엔젤' 지분인수라고 했나요? 그저 기업 인수 음모 드라마일 뿐입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이름부터가 무슨 정치인들이 리베이트 받아먹은 '게이트 비리'를 연상시킨다는 느낌을 얻습니다. 지금의 <쩐의 전쟁>은 사채업자들의 삶이 아니라 사채업자들의 기업 인수 음모 드라마일 뿐입니다.

우리가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기대한 것은, 만화가 표현했던 돈에 얽힌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처절한 삶, 그리고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면서도 인간미를 실천하는 '금나라'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쩐주'들의 기업인수 음모가 전면에 나서면서 <쩐의 전쟁>은 허공에 붕 떠버렸습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현실의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억지 연애 놀음'까지? 시청률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마동포'로 등장하는 이원종의 호연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금나라'도 박신양을 만나면서 캐릭터의 색깔이 바뀌었지만, 박신양 본연의 매력은 잘 흡수된 듯합니다.
ⓒ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은 박인권 작가의 언급대로, 딱 2회까지가 <쩐의 전쟁>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갑작스레 모두 돌아가시면서 '금나라(박신양)'가 어머니가 자주 시주하던 절에 찾아가 "(우리 어머니가 시주한) 돈 내놔!"를 외치며 불상을 부수는 장면은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우리는 그런 걸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쩐의 전쟁>은 정작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장면은 '맛보기'만 보여주더군요. 이제 6회 정도가 남은 듯하고 '시즌2'에 영화까지 나온다는데, 이젠 더는 지적의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시청자로서 하고 싶은 지적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괜히 화제가 된 것이 아닙니다. <24>도 괜히 감탄하는 게 아니에요. '연애'만이 드라마 소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드라마이고, 긴 시간 동안 특정소재에 관한 치밀한 전문성을 보여줄 드라마 시리즈 본연의 장점이 빛났던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이후엔, 또 어떤 전문직종이 등장해서 '연애할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이나 법정은 이제 너무 많아서 지겹고, 공항이나 사채업자 사무실에서까지 연애를 합니다. 이제부터는 누가 나와서 '연애할지' 정말 예측불허입니다.

드라마 제작자 분들, 부디 시청자를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연애'에 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500원'과 '담보'의 연애놀음이 아니라, 사채업자 '금나라'와 채무자의 돈에 얽힌 치밀한 지략 대결이었습니다.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드라마에서도 느끼고 싶습니다.

▲ "돈 받을 자는 돈을 줘야 할 자보다도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던 것은 바로 이런 장면이었습니다. 만화 <쩐의 전쟁>의 한 장면입니다.
ⓒ 삼양출판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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