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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캠프의 '좌장'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13일 저녁부터 대검찰청 앞에서 '이명박 의혹' 수사에 항의하는 밤샘 농성을 한 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경선이 끝나자 이재오 최고위원은 과감한 당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후보의 '오락가락' 사례가 하나 더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21일)에 "당의 색깔과 기능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어제(23일)는 돌연 말을 바꿨다. "누가 혁명하자고 했냐"며 "당 개혁보다 화합이 우선"이라고 했다.

조변석개라는 말이 어울리는 행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중구난방 현상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화합을 강조하던 그 때,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자신을 향한 '2선 후퇴론'을 거부했다.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전선'을 강조했다. "내 전선이 마감되는 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날"이라고 했다.

서늘하다. '전선'이란 용어엔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 싸움이란 게 뭘까?

이재오 최고위원의 말을 계속 경청하자. "가슴 속엔 후보 낙마나 후보교체를 생각하면서 겉으로만 화합이란 이름으로 손잡는 것이 바로 구태"라고 했고, "당의 기계적 화합보다는 생산적 화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정면충돌한다. 화합을 강조한 이명박 후보와 그것을 구태로 규정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충돌한다. 그러면서도 두둔한다. 이명박 후보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같이 한 사이"라고 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이명박·이재오, '정권교체 위해 뜻을 같이 한 사이'라는데...

오독을 피하려면 단어 하나도 놓쳐선 안 된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구태라고 규정한 건 화합 그 자체가 아니다. 가슴에 비수를 품고 손만 내미는 화합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전선'이란 용어를 동원한 까닭이 이것이다. 무장을 해제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조변석개와 중구난방 현상은 새롭게 해석된다. 조변석개는 기민한 대처로, 중구난방은 이중포진이란 용어로 대체될 수 있다.

마음은 굴뚝같다. 당을 이명박 후보 중심으로 도열시켜 선거운동 역량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마음은 차고 넘치지만 그러면 틈이 벌어진다.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430여 표를 더 준 당심을 자극하고, 이들의 결집을 야기할 수 있다. 당장 급한 건 이런 현상을 제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보 낙마·교체의 전단계인 후보 흔들기 명분을 줘선 안된다. 화합 제스처로 공간을 좁히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화합 제스처는 울타리를 치는 것에 불과하다. 야생마를 잡으려면 누군가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 밧줄을 던져야 한다. 제한전 역시 불가피하다. 제2전선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로 기록되는 철의 삼각지 전투가 휴전협상이 진행될 때 벌어진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얼추 정리가 된다. 이명박 후보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황금콤비는 해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선이 끝난 후에도 각각 본영과 전진기지에서 제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짚으면 된다. 모든 논의의 대전제가 되는 문제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말대로 박근혜 세력은 후보 낙마나 교체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박근혜 세력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자연의 이치다. 주목할 점은 여의도 정가에서 심심찮게 비슷한 전망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근거는 간단하다. 경선 개표결과 이명박 후보의 지지세가 서고동저로 확연히 갈린 점, 서쪽 지역이 전통적으로 범여권 기지기반이었다는 점, 따라서 범여권 후보의 약진이 시작되거나 이명박 후보의 결정적인 약점이 드러나 지지세가 서쪽에서부터 무너질 경우 동쪽이 전복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간단하긴 하지만 객관적이진 않다. 단지 추상적 가능성으로만 남아있을 뿐 실제화 된 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결론도 간단히 내릴 수 있다. 아직 논하고 전망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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