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려도 이렇게 안풀릴 수가 있을까. 지난 7일 SK전에서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한 LG의 내야수 김우석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경기 중 누구라도 범할 수 있는 게 실책이다. 그러나 김우석이 실책을 범한 시점은 너무도 잔인했다.

실책이 나온 상황은 LG가 2-1로 앞선 9회말 2아웃 주자 3루, 김우석의 실책으로 동점을 헌납한 LG는 결국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4강 가능성을 가르는 중요한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한 LG는 이후 시즌 처음으로 5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단지 경기의 승패만이 아니라 LG의 포스트시즌 희망 마저 사라지게 만든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마치 1986년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 9회, 무키 윌슨의 평범한 1루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흘러보내며 대역전패의 원인을 제공했던 보스턴의 1루수 빌 버크너가 저지른 '세기의 실책'에 비견될 만큼 뼈아픈 실책이었다.

수비력 하나로 2라운드 1순위 지명된 김우석

 김우석은 수비 하나로 2차 1지명을 받은 선수다.

김우석은 수비 하나로 2차 1지명을 받은 선수다. ⓒ LG 트윈스

그 장본인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있는 김우석은 빌 버크너와 같은 팀의 주전선수가 아니다.

지난 1일 '엔트리 확장'으로 인해 처음으로 1군으로 올라온 김우석은 이날이 올 시즌 두 번째 출장이었다. 그나마도 타석에는 한 차례도 들어서지 못했으며 경기 막판 대수비로만 출장을 했다. 그러나 어렵게 어렵게 올라온 1군 무대 였지만 김우석은 실책을 저지른 바로 다음날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했다.

지난 2002년 상무를 거쳐 뒤늦게 프로로 뛰어든 김우석은 1975년생, 우리나이로 어느 덧 33살이 된 고참선수다.

'프로 선수의 가치는 곧 돈이다'라고 한다면 연봉 3300만원을 받는 김우석의 지난 6년은 실패한 것이리라.

'프로의 가치는 기록이다'라고 하더라도 6년 동안 때려낸 안타가 고작 20개인 김우석의 평가는 그다지 달라질 게 없다.

이번 실책을 통해 뜻하지 않게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김우석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팬들도 많겠지만 사실 김우석은 2002년 LG의 2차지명 1라운드에 지명을 받았을 만큼 제법(?) 화려하게 프로에 들어온 선수다. 물론 나이는 한참 차이가 나지만 고영민(두산)이나 조동찬,안지만(이상 삼성) 등이 그보다 낮은 순번에 지명된 입단 동기들이다.

사실 아마추어 시절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김우석이 1라운드에 지명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바로 뛰어난 수비 때문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LG의 2군 사령탑을 맡고있던 시절 자주 상대를 했던 상무에서 유난히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내야수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김우석이었다.

김우석의 수비에 매료된 김성근 감독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1라운드에 그를 지명하는 모험을 한 것이다. 선수보는 눈이 남다른 김성근 감독을 사로잡았을 만큼 김우석은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다.

그러나 김우석은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그 편차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주로 내야 대수비로 출장을 하게 됐고 그나마 믿어주던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나자 김우석은 '낙동강 오리알'신세로 전락, 지난해에는 은퇴의 기로에 놓이기까지 했다. 물론 구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은퇴를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공격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야구고 또 누구 못지않게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나 억울했다. 결국 김우석은 그렇게 2007년에도 다시 그라운드와의 질긴 인연을 이어갔다.

평생 잊기 힘든 실책, 좌절 딛고 다시 일어서길

수비하나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김우석이 중요한 순간에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은 운명의 장난이었다. 그러나 김우석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긴장을 하면 실수를 하는 법이다. 힘들게 기회를 잡고 다시 올라온 1군, 더군다나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타구를 바라보며 김우석이 느꼈을 부담감을 어찌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저 것을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 저 공을 잡지 못하면 우리 팀의 4강이 좌절된다. 저 공을 놓치면 난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한다.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것이 달려있다.'

김우석은 그짧은 순간 자신을 조여오는 수만가지 공포와 싸워야 했다.

비록 부담감을 이겨내는 데 실패하고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김우석이 여기서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긋지긋한 후보생활이 싫어서 야구를 포기하려고 까지 했던 자신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게 만들었을 그 열정을 기억하기 바란다. 13년 만년 후보 최동수도, 14년차 연봉 6500만원의 류택현도 그런 숱한 위기를 넘기고 기어코 별을 쐈다.

폭풍후가 휘몰아 치는 무서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오고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비록 평생 잊기힘든 실책을 범하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김우석에게도 어김없이 내일은 해가 뜬다.

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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