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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꿈이 함께하는 호반공원 '공지천'
 사랑과 꿈이 함께하는 호반공원 '공지천'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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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산을 잠재우며 내려온다. 나무들의 옷을 하나하나 갈아입히며 하산하다 강물을 만나면 벌써 만추(晩秋), 가을도 끝이 난다. 여름내 푸르렀던 영혼들은 간곳없고 산 전체가 수채화로 변해 강물에 풍덩 잠겨버린다.

시월의 끝자락, 이대로야 어찌 이 가을을 그냥 보낼까 싶어 집을 나섰다. 호수공원 공지천, 내 젊은 날의 꿈과 낭만이 깃들다 잠든 곳이기도 하다. 춘천을 대표하는 공지천은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이 머물던 ‘영상공간’이다. 드라마 <사춘기> <내 인생의 콩깍지> <아름다운 유혹> <왕꽃 선녀님> <소풍가는 여자>와 영화 <생활의 발견>이 촬영된 명소이다.

 이외수의 소설 <황금비늘>을 테마로 한 문화의 거리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이외수의 소설 <황금비늘>을 테마로 한 문화의 거리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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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테마거리’에 들어서니 단풍이 곱게 물들어 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의암호를 끼고 있는 이 거리는 소설가 이외수의 베스트셀러 <황금비늘>을 테마로 한 문화거리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모아놓고 있다. 물과 안개, 호수, 추억, 낭만, 문학과 예술을 함께할 수 있는 춘천의 생활공간이다.

 이외수의 작품
 이외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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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를 거닐다 보면 누구나 ‘탈속’을 하고 ‘선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가 단풍 터널이 끝날 무렵이면 황금비늘을 가진 무어(霧魚)를 안갯속에서 낚아 올리는 주인공처럼 ‘초월’해 발길을 돌려야한다.

“허나 바른 낚시 법을 구사하는 낚시꾼을 몇 명이나 보았소이까.

……
진정한 낚시꾼은 물고기를 낚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낚는 법을 배워야 하오.
자기 자신을 낚는 법을 배운 다음에는 자기 자신을 방생하는 법을 배워야 하오.
자기 자신을 낚는 일은 온 우주를 낚는 일이며 자기 자신을 방생하는 일은 온 우주를 방생하는 일이오."

- 이외수 <황금비늘> 중에서

다복다복 쌓여 있는 나뭇잎들, 공지천 변에 가을바람 불어와 황금 잎들을 간질이면 이내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나무 터널엔 금세 붉고 노란 융단이 깔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잎, 잎, 단풍잎…. 단풍잎 되어 함께 나뒹굴고 싶어 신발을 벗어들었다. 걷다가 뛰다가 앉았다 누웠다가… 단풍잎 밟히는 소리, 보드라운 감촉, 잎에서 풍겨나는 단풍냄새, 찰싹대는 잔잔한 호수. 이를 어쩌랴, 나도 어느새 빨갛게 물이 든 것을.

 강물에 잠긴 단풍
 강물에 잠긴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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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단풍 터널을 빠져나오니 지금 막 물안개가 의암 호수를 돌아나가고 있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 붉게 타오르는 단풍 숲속, 물안개를 따라 나도 자신을 방생하는 초인(超人)의 꿈을 꿔본다.

물안개는 언제 보아도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리고 아늑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어머니 뱃속처럼 푸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넉넉하다.

물안개는 은밀하여 목소릴 들을 수 없고 머리와 꼬리를 잡을 수 없으나 몸을 둘둘 말아 일으켜 세운다. 머리를 풀어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지만 목소리가 쉬지 않음은 푸른 물의 정기(精氣)를 받아내었음에랴.

 의암호반에 물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멀리 중도가 보인다.
 의암호반에 물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멀리 중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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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다가와 물꽃으로 사라지는 하얀 방울꽃, 참 착하게 살다 여리고 가늘게 간다. 호반의 물안개는 한나절을 넘지 못하고 우리 곁을 훌쩍 떠나버린다. 그러나 계산을 잘하는 사람처럼 지나간 자취를 남기지 않아서 좋다.

 의암호반에서 바라본 삼악산, 작은 설악산이라 한다. 마지막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의암호반에서 바라본 삼악산, 작은 설악산이라 한다. 마지막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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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저 아래 시퍼런 물 속은 말이 없고, 물안개는 아스라하고 신비스런 세상으로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안개,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인생. 물안개를 따라가다 꿈을 깨보니 어느덧 의암호이다.

 삼악산 쪽에서 바라다 본 의암호수 주변 풍광,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삼악산 쪽에서 바라다 본 의암호수 주변 풍광,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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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수 가에 앉아 삼악산 꼭대기를 바라보니 산천이 붉은 단풍으로 곰삭아 호수에 잠겨 있다. 누가 삼악산을 설악산의 축소판이라 했던가.

덧붙이는 글 | 다음카페 '북한강 이야기' 윤희경 수필방에도 함께합니다. http://cafe.daum.net/bookhankang을 방문하면 쪽빛강물이 흐르는 북한강 상류에서 고향과 농촌을 사랑하는 많은 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공지천 : 춘천시 근화동. 남춘천역 또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5분 거리.
삼악산 : 서울-46번 국도-청평 가평-등선폭포 입구-삼악산
청량리-강촌역-다리를 건너면 등선폭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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