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생님. 3 학년이 되어서도 날마다 아침 자습을 하지요?”
“왜? 힘들었어?”

“아니에요. 처음에는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재미있어요.”
“그래? 아마 내년에도 아침자습은 계속 될 거야.”

 

지영이의 질문에 모두가 바라보았다. 2학년 동안 한 일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1년 동안의 일은 되돌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3학년을 계획해보기 위함이다. 어린이들은 1년 동안 한 일을 반추하고 있다가 지영이의 돌발적인 질문에 눈들이 동그래진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1년 동안의 일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말라버린 연 이파리에 하얀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실상사 천왕문 앞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다. 계절의 힘에 어쩔 수 없이, 이파리들은 초록을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그 품위나 향은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계절도 어찌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방울이 영롱한 보석이 되어 있었다.

 

지영이의 생각이 바로 그 영롱한 보석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의 재능이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아주 소중한 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육을 통해서 숨겨져 있는 재주를 발굴하고 익히는 것이다. 아이의 번쩍 번쩍 빛나는 생각들이 바로 재능을 찾아내는 단서가 되기에 소중한 것이다.

 

어느 사회학자는 말하였었다. 인생을 4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태어나서 5년간은 아기 시절이고 그 뒤 20년 동안은 삶을 위한 교육 기간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30년 내지 35년 동은 왕성한 활동기이고 이어서 10 년 동안은 봉사하는 기간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나이는 고희에 이르게 된다.

 

 

이런 주장도 이제는 맞지 않는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멋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배워야 한다. 교육 기간이 따로 정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기간을 정해놓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교육은 살아 있는 동안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삶의 태도이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바른 인성을 가지는 것이다. 공부하는 데에도 필요하고 일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사람답게 되는 데에도 필요한 것이다.

 

1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강조한 가치는 '성실, 정직, 책임, 봉사'다. 성실은 최선을 다 하는 태도요, 정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책임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의무를 다 한다는 것을 뜻하고 봉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행동하는 일이다.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덕목들이다.

 

바른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교육은 줄다리기와 같다. 아이들이 멀어지려고 하면 잡아당기고 너무 가까이 오려고 하면 저만큼 밀어내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천이다. 하루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바른 인성을 함양하기가 어려워진다.

 

 

학력도 마찬가지다. 학습이란 하루도 빼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방지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방법 뿐이다. 1년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아침 자습 문제를 제공하였다. 지겹다고 생각할 것이라 예상하였었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에 흐뭇함을 가지게 된다.

 

연 이파리가 겨울에도 영롱하게 반짝일 수 있는 것은 가지고 있는 품격 때문이다. 아이들의 본성은 아름답고 빛나는 보석이다. 이를 더욱 눈부시게 하는 방법은 교육을 통해서 완성할 수 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반성해본다.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남원에서


태그:#빛남, #눈동자, #교육, #보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