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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니 돈이 부쩍 많이 빠져나간다. 신정 때 부모님, 처가부모님께 각각 용돈을 드렸고 자동차 보험도 새로 들어야한다.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보험, 공과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 사촌 결혼식, 조카 돌잔치 등 돈 나갈 일이 줄줄이 생기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부모님 생신도 연초에 몰려 있어 또 용돈을 드려야한다. 게다가 둘째 임신 7개월째 접어드니 한달에 한번 내원하던 것을 2주에 한번씩 병원에 가야 한다. 100만원 인생살이 참으로 고달픈 요즘이다.

 

여기에 복병이 생겼다. 막내 동생이 시골의 한 단위 A협동조합에 임시직으로 다니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A보험을 들라고 난리다. 물건을 사더라도 동생 이름 대고 A매장에서 구입하란다. 그렇게 실적이 올라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막내가 A협동조합에서 하는 일은 영업과 상관없는 관리직이다.

 

십분 이해한다. 국내 최대규모의 통신회사에 다니는 큰형도 영업직이 아니지만 실적 때문에 휴대폰을 팔아야했다. 큰형은 들판에서 생활하시는 어머니에게도 큰형 자신이 돈 내면서까지 휴대폰을 개통해줬다. 휴대폰을 걸고 받으실줄도 모르는 어머니께 무슨 휴대폰이 필요하겠는가?

 

세상은 그렇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부림쳐야 한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영업파트가 아니더라도 지인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한다. 포크레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수십 억원씩 하는 굴삭기 등 중장비를 판매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영업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시 막내 동생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막내 동생에게는 나를 포함해 형, 누나가 다섯명이나 있다. 동생은 수시로 전화해 보험이야기를 한다. 실적 좀 올려달라는 것이다. 막내동생이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어머니께서도 전화하셔서 막내를 위해 보험 들 것을 강요하신다.

 

막내가 비단 우리 형제들에게만 보험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매형이나 형수들 그리고 매형의 형제와 형수들 형제에게까지 보험을 들어줄 수 있냐고 이야기한다. 직접적으로는 이야기 못하지만 매형이나 형수들을 통해 그 형제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막내동생 일이라 도와주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첫째로는 더 이상 다른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 게다가 막내동생이 권하는 보험상품이라는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중에 널려있는 게 좋은 보험상품인데 솔직히 막내가 권유하는 보험상품들은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야, 에미(새롬이 엄마) 여동생하고 언니 있잖냐, 막내 뭐 하나 들어줘라, 다 같이 도와주는 셈치고….”

“네, 에미하고 이야기해볼게요.”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막막하다. 근근이 살아가는 처형과 처제에게 보험이야기를 해야 한다. 많진 않지만 이미 필요한 보험은 한두 개 다 들어놓은 상태인데 굳이 필요치 않은 보험 압박을 받아야하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시골이나 동생에게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뜨끔하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형인데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새해가 되니 금전과 관련한 이런저런 고민과 복병이 나를 괴롭힌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런 시달림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태그:#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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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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