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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여유를 가지고 3남매의 대화 중에 웃음보가 터졌다. 그들의 끈끈한 형제애는 이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 3남매 오래간만에 여유를 가지고 3남매의 대화 중에 웃음보가 터졌다. 그들의 끈끈한 형제애는 이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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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3남매, 그들이 뭉쳤다. 6개월 전만 해도 20여 년 함께 가방 제조 가내공업을 해오던 3남매가 이제 ‘찐빵집’ 하나로 뭉친 것이다.

누님 이수자(58)씨는 만두와 찐빵 제조 전문, 차남 이정수(48)씨는 계란빵 제조 전문, 막내 이정오(45)씨는 도넛 제조 전문으로 우뚝 섰다. 이 삼남매의 리더인 이수자씨는 대표 아닌 대표(단지 연장자이므로)로 6평 남짓한 홀에서 서빙까지 담당한다. 누가 이렇게 하자고 결정한 것도 아닌데 하다 보니 서로 알아서 이빨이 맞아 들어가 자리를 잡은 꼴이다.

처음 본사(찐빵 업체)로부터 기술 전수를 받던 10일간에는 생전 안 해보던 일이라 지옥 같은 맹훈련을 받다보니 하루에 열 두 번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이 일을 잘 선택했다는 즐거움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 맛있다는 것 하나로 단골을 상당수 확보한 상태다.

월수입은 공동 통장에 입금을 하고 관리는 누님 이수자씨가 한다. 노후를 위해 공동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가정의 필요에 의해서 매월 생계비는 지출한다. 생계비를 지출하는 것도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니 아직까지 갈등이 없다. 물론 종전 가방제조 가내공업을 같이 할 때부터 서로 마음 맞추기는 끝낸 터다. 

이 집의 별미 계란빵은 맛이 아주 좋아 손님들에게 아주 인기다. 말 그대로 계란 프라이 한 개 통째로 위에 얹혀져 있다.
▲ 계란빵 이 집의 별미 계란빵은 맛이 아주 좋아 손님들에게 아주 인기다. 말 그대로 계란 프라이 한 개 통째로 위에 얹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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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구워진 도넛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도넛 맛있게 구워진 도넛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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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이 가능한 내력은 좀 더 이전의 가정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내 이정오씨가 2세 때 부친이, 8세 때 모친이 별세했기에 진작부터 누님 이수자씨가 모친의 역할을 해온 탓이다. 부모 재산 분배 때문에 형제 간에도 칼부림이 나기도 하는 요즘 세태를 생각하면 일찍 부모를 여의고 겪었던 수많은 아픔이 오히려 형제들의 우애를 돈독하게 만든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부모의 그늘 없이 서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혹독한 세월이 그들을 정으로 뭉치게 만들었던 게다. 돌아가신 모친을 닮아 유달리 동생들 챙기기를 잘하던 이수자씨의 남다른 동기애가 그들을 똘똘 뭉치게 만든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게다. 

현재 차남 이정수씨는 따로 가정을 꾸리고 있고, 막내 이정오씨는 초혼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누님 이수자씨는 엄연한 처녀다. 이정수씨는 가정이 있어 따로 생활하지만, 막내 이정오씨와 이수자씨는 또 한 명의 여동생과 함께 한 집에서 같이 산다.

막내 이정오 씨는 이제 반죽을 하는 게 범상찮다. 복장과 폼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 이정오 씨 막내 이정오 씨는 이제 반죽을 하는 게 범상찮다. 복장과 폼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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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가게의 연장자로서 대표 아닌 대표로서 가게를 이끌고 있는 누님 이수자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찐빵과 만두 제조 전문가가 되었다.
▲ 이수자 씨 찐빵 가게의 연장자로서 대표 아닌 대표로서 가게를 이끌고 있는 누님 이수자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찐빵과 만두 제조 전문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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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그들은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산다. 하지만 서로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단다. 각자 알아서 척척 해내는 일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질서 또한 누님 이수자씨를 중심으로 잘 돌아간다. 기자와의 인터뷰 자리에서조차 약속한 것도 아닌데 연장자인 누님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동생들의 배려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3남매 모두 친절한 천성 덕분에 ‘찐빵아저씨(안성 인지동사거리에서 경영하는 그들의 찐빵가게)’에 손님이 오면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인사하고 응대하는 것이 몸에 배인 것 또한 어쩌면 그렇게 비슷할까 싶다.

형제끼리라도 동업하기가 힘들다는 요즘 세상에 그들이 보여주는 팀워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삼남매가 만들어가는 형제애가 남달라 보이는 것은 요즘 세상의 무정함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형제지간에 이렇게 살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 기자에게 들려준 그들의 대답으로 이 시대에 화두를 던져보고자  한다.

“우리 형제는 돈에 대한 욕심이 그다지 없어요. 그리고 누구보다 서로를 신뢰해요.”

좀 전 이수자 씨가 일일이 빚고 있던 찐빵 반죽들이 이제 솥에 들어갈 시간만을 착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찐빵 반죽 좀 전 이수자 씨가 일일이 빚고 있던 찐빵 반죽들이 이제 솥에 들어갈 시간만을 착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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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8일 안성 인지동 사거리에 위치한 3남매의 찐빵 가게 '찐빵아저씨'에서 이루어 졌다.



태그:#찐빵 3남매, #찐빵아저씨,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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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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