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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동물원에 가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궁리하였다. 어디로 가면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동물원을 떠올린 것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쇄신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진즉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였을까?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여유를 가지면 저절로 다가오는 길이다.

 

동물원에 도착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사람들의 바람은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봄을 마중하고 싶은 욕구는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뿐사뿐 다가오는 봄님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다.

 

“야! 학이다.”

 

파란 하늘에 고고한 자태를 한 학 한 마리가 우아한 모습으로 날고 있었다. 조류 사에서 나온 새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더욱더 간절하게 봄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봄은 싱그러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환한 꽃들이 반겨준다. 정녕 봄은 이미 와 있었다. 봄을 찾아온 사람들의 가슴에 환한 빛으로 반겨주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색깔로 활짝 피어난 팬지가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다. 햇살에 반짝이는 꽃들이 가슴에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었다. 원하던 봄과 마주하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하얀 목련이 하늘을 향해 우아한 자태로 빛나고 있었고 매화도 환하게 웃으면서 유혹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노란 산수유도 피어나 흔들거리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코끼리며 기린도 봄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봄 마중하는 길. 봄이 아니라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마중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가슴 졸이며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다. 안타까워하며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기 때문에 더욱더 기대가 커지는 것이다. 봄을 확인하기 위하여 찾은 동물원에서 봄과 조우하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동물원에 오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리움이 커지면 절실해진다. 외로움이 온몸에 배어들 때에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에도 마음을 위로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겨우내 삭풍에 외로움을 주체하기 어려웠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첫사랑이 그리워 마음 둘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봄을 만나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야! 할미꽃이다.”

 

하얀 솜털이 정겹다. 곰실곰실 부드러운 촉감을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 겨우내 고독감을 이겨내고 피워내는 꽃이어서 더욱더 마음이 간다. 보랏빛을 하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수줍은 봄 처녀가 가슴에 사랑의 싹이 터서, 몸 둘 바를 몰라 어찌할 줄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닮았다.

 

할미꽃이 활짝 피어났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아름답다. 그런데 한두 송이 갓 피어나고 있는 모습 또한 그것 못지않게 아름답다. 겨울을 가슴에 담고 봄의 기운으로 꽃을 피워내고 있어서 더욱더 돋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봄의 기운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맹수의 왕인 호랑이는 점잔을 빼고 앉아 있는 데 반해 밀림의 왕이란 사자는 봄을 주체하지 못하고 놀고 있다. 타이어를 장난감 삼아 뒹구는 모습이 그렇게 천진난만할 수가 없다. 그 어디에서도 밀림의 왕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봄의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하고 있는 장난꾸러기였다.

 

동물원에 넘치는 봄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에도 봄기운이 그득 찬다. 겨우내 움츠려있었던 짜증을 모두 다 털어버릴 수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우주에 넘치는 봄의 흥을 마음껏 들여 마셔본다. 자연의 기가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힘이 솟는다. 봄기운을 받아서 솟구치는 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주 동물원에서


태그:#봄마중 , #길, #동물원, #할미꽃,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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