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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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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오전 7시 경기도 용인 수지 중학교 앞. 광화문 행 경기고속 5500번이 5~8분마다 한 대씩 지나간다. 아직 버스 안에 서있는 사람은 없다. 오전 7시 25분. 지나가는 광역 버스마다 하나 둘씩 서서 타는 승객이 보인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인 7시 30분이 넘자 대부분의 버스가 서있는 승객으로 가득 찼다.

▲ 승객을 가득 채운채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는 5500번 광역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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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는 만원버스, 도로교통법상 위법

오전 8시 23분. 광화문 행 경기고속 5500번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45개의 좌석은 모두 찼고 20여 명의 승객이 버스 통로 사이에 서 있는 상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위에 승객이 서 있지만 그들에게서 아무런 안전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6년째 5500번을 이용하고 있다는 정영범(수지 거주, 24)씨는 "5500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울행 노선이 아침에는 거의 서서 간다"며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침뿐만이 아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서서 가는 버스가 저녁이라고 비어 갈리 없다.

이틑날인 29일 오전 7시 50분. 같은장소. 압구정동으로 가는 6800번이 13~14분당 한 대씩 지나갔다. 6800번의 사정도 5500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좌석이 모두 찬 버스는 서서 타는 승객10여명을 태운채로 내곡고속화도로 위를 지나간다. 서 있는 승객 가운데 몇몇은 한손으로 PMP를 들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6800번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정현(수지 거주, 25)씨는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 강남역에서 용인으로 가는 6800번을 타면 그냥 서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아침, 저녁이 마찬가지"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도로교통법 제 22조에 따르면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이 승차인원을 초과해 탑승시키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이다. 또한 고속도로를 지나지 않더라도 승차인원(좌석버스의 경우 45명)의 11할 이내(45인승의 경우 50명 이내)에서만 승객을 탑승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도로교통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 거리가 멀다. 지난 4월 17일 감사원에서 서울시, 인천시 및 경기도와 옛 건설교통부를 대상으로 광역버스 등 수도권 광역교통시스템 운영실태를 조사, 발표했다. 고양·파주와 용인·수지를 운행하는 광역버스 27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 중 7개 노선이 출근시간대에 정원을 초과해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위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분당, 수지에서 서울사이를 운행하는 광역버스는 경부고속도로나 내곡고속화도로를 지난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서서 탑승하는 승객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사고시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내곡고속화도로의 경우 최고 제한속도가 80~90km로 운행속도가 고속도로와 비슷하다.  게다가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지난 7월 1일부터 버스전용차선제를 도입하면서 통행속도가 약 30% 가량 증가해 운행 시간은 앞당겨졌지만 정작 서있는 승객의 위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태다.

단속은 불가능, 뾰족한 수도 없어

용인 수지에서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는 대부분 고속도로 내지는 고속화도로를 지난다.
 용인 수지에서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는 대부분 고속도로 내지는 고속화도로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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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의 초과 탑승은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같은 실정에도 경찰의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한 경찰청 관계자는 "현실적인 이유"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수도권 교통본부의 '2006 수도권 가구통행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간에 출근통행량은 하루에 147만 2000건. 이 중 광역버스의 통행량은 전체의 23.4%인 34만 4000건이다.

게다가 고양시나 의정부, 남양주, 성남, 부천의 경우 경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통행량이 시 전체에서 출근하는 인원의 1/3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결국 출근시간대 정원을 초과한 버스를 모두 단속할 경우 결국 실질적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얘기다.

해당 지자체인 경기도와 위에 언급된 버스에 대해 허가를 내 준 광주시청에서도 이런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

광주시청 교통행정과의 박세양(50)씨는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문제가 많다"며 광역버스의 초과 탑승문제를 시인했다.

박씨는 "초과 탑승을 해결하기 위해 광역버스의 운행 대수 및 횟수를 늘리고 싶지만 서울시에서 이를 승인해주지 않아 해결이 어렵다"며 "광주시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에 버스 전용차로제가 시행되면서 운행속도가 증가했으므로 하루에 서울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인가된 버스 운행횟수를 더 늘려주면 승객들의 초과탑승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측은 "현재 광화문, 강남역등 서울 도심으로 들어오는 노선들이 너무 많아서 도심 혼잡률이 높다"며 "실질적으로 증차를 허락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도시교통본부측은 광화문 인근 도로의 통행속도가 아침 15km, 저녁 10km수준으로 느리게 유지되는 주 원인이 출근시간에 밀집되는 광역버스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시교통본부 버스정책담당관 이병욱씨는 "증차가 아니라 겹치는 노선이 문제"라며 "9월부터 광역버스환승제가 실시되므로 부도심으로 노선을 변경해서 환승을 유도하면 지금 배차의 3분의 2만 가지고도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경기도 측에서 노선만 잘 조정하면 적은 차로도 충분히 초과 탑승없이 운행할 수 있는데도 서울시 탓만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각 지자체는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고 앞으로도 시민들은 계속 위험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름뿐인 수도권교통본부, 현실적 대안 내놔야

경기대-잠실역 사이를 오가는 6900번.
 경기대-잠실역 사이를 오가는 690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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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에도 어느 곳 하나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정책 입안과 관리가 각 지자체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신도시의 발달로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이 이미 하나의 교통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우르는 정책은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는 수도권 광역교통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지난 2005년 수도권교통본부를 함께 설립했다. 수도권교통본부는 수도권 교통현장에 대한 자체조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굴곡 노선에 대한 조정이나 증차 등 수도권을 아우르는 교통정책에 대해 어느 한 지자체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조정 권한만 있으면 수도권의 굴곡노선에 대한 포괄적인 조정이 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수도권교통본부 권순광씨의 말이다.

그러나 시도 사이에서 수도권교통본부가 관할하는 업무범위를 합의하지 않았고 사무처리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실제로 광역교통정책이 협의되거나 조정된 실적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 때문에 수도권교통본부가 있음에도 여전히 지자체간 광역교통 정책의 조정은 온전히 국토해양부에서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조정 판결은 5월과 11월, 1년에 2번 뿐. "이런 구조로는 교통 상황 변화에 따른 시의성 있는 정책 조절은 사실상 힘겹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판단이다.

감사원에서는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지난 4월 17일 '수도권교통본부'가 법적인 조정능력을 가질 수 있게끔 관련 권한을 위임하도록 수도권 지자체장 및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권고가 내려진지 4개월이 지나도록 바뀐 것은 전혀 없는 상태다.

"어쩌겠어요. 다른 버스도 없는데 그냥 타야지"

DMB핸드폰을 손에 쥔 박민수(수지 거주, 29)씨는 오늘도 만원 광역버스를 타고 위험한 출근길에 오른다. 광역버스와 관련된 지자체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이와 같은 광역버스의 위험한 운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김동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광역버스, #초과탑승,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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