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지는 않지만 소리 없이 강한, 꼭 필요한 선수'

 

이미선(29·174cm)은 이번 베이징올림픽 여자농구 8강의 일등주역 중 한 명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재적소에서 팀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그녀는 공수 모든 부분에서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비록 같은 가드 포지션의 최윤아(23·170cm)를 비롯 간판슈터 변연하(28·180cm) 그리고 공격형 파워포워드 정선민(34·185cm) 등에 비해 주목을 덜 받은 면도 있다. 하지만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팀을 이끈 이미선이 없었다면 브라질-라트비아전의 승리도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미선은 예전처럼 스피드로는 타 팀 가드들을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과 빈 공간을 찾아내는 센스는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선은 예전처럼 스피드로는 타 팀 가드들을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과 빈 공간을 찾아내는 센스는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국제농구연맹

 

뺏고, 또 뺏고… 높이만이 경쟁력은 아니다!

 

화려함은 덜할지 모르지만 이미선은 '살림꾼'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선수다. 그녀는 가드로서 안정적으로 게임을 지휘하는 것 이외에도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과감한 돌파로 득점을 올리는 것은 물론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때문에 그녀의 기록은 어느 특정 부분에 몰려있지 않고 골고루 분산되어 퍼져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이미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스틸 능력이다. 국내 프로리그에서도 입증된 바 있는 그녀의 가로채기 능력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팀이 브라질을 꺾고 러시아와 접전을 벌인 배경에는 높이에서의 일방적인 열세를 끈끈하고 강력한 수비 조직력으로 메운 부분이 가장 컸다. 한국은 상대팀보다 한발 더 뛰는 부지런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전면압박수비는 물론 기습적인 더블팀 등 다양한 수비전술을 펼치며 포스트에서의 힘의 차이를 메워 나갔다. 대표팀의 이러한 질식수비는 상대팀의 실책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쉼 없는 속공 찬스까지 만들어냈다.

 

가장 악명을 떨친 것은 역시 가드진에서의 앞선 압박이었다. 골 밑에서의 더블팀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면 앞 선에서의 숨막히는 압박은 개인의 능력이 좀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선과 최윤아가 펼쳐 보인 압박의 위력은 다른 어떤 강팀의 가드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최윤아가 스피드와 파워를 바탕으로한 근성 있는 파이팅으로 주목을 끌었다면 이미선은 상대적으로 얌전한(?), 하지만 실속 있는 플레이로 조화를 이루어냈다.

 

어느덧 노장 대열에 들어서는 이미선인지라 예전처럼 스피드로는 타 팀 가드들을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다른 쪽에서 발전했다. 베테랑답게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과 빈 공간을 찾아내는 센스가 더욱 날카로워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선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틸 감각이다. 부지런한 움직임은 여전한 데다 미리 길목을 막아서거나 공의 패싱라인을 예측하고 스틸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녀는 평균 3개 이상의 스틸을 기록하는 매서운 '번개손'을 자랑했다. 높이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상황을 벗어난 순간에는 그녀의 '낮은 압박(?)'이 불을 뿜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미선과 최윤아의 조합은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앞선 수비라인을 만들었고, 그러한 압박의 힘은 대표팀 수비의 선봉 역할을 했다.

2008.08.22 09:01 ⓒ 2008 OhmyNews
번개손 이미선 여자농구대표팀 베이징올림픽 8강 질식수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