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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의 교통수단인 자전거 4대. 우리 부부와 두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
▲ 자가용 4대? 우리집의 교통수단인 자전거 4대. 우리 부부와 두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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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버스 대신 자전거로 매일 왕복 60리 길을 출퇴근한다. 네 식구가 자동차 없이 즐겁게 지낸다. 에어컨·난방기구 없이 한여름 한겨울을 난다.' 

못할 것까지야 없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집에선 모두 가능하다. '우리 가족이 원래 에너지 절약 정신이 투철하고 환경만 생각한다'며 추켜세울 뜻, 전혀 없다. 그렇다고 궁상맞다느니 힘들게 산다느니 하는 말로 위로받을 이유 역시 없다.

확실한 건 이렇게 해보니, 건강하게 살 수 있고 게다가 생활비도 상당히 절약된다는 사실. 다른 집보다 많게는 월 5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 가족 얘기를 들려줄까 한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있다 없다'로 본 우리 가족 환경 이야기'쯤 되겠다.

[자동차가 '없다'] 조금 느리고 불편하면 어때, 튼튼한 몸이 있는데 

자전거는 우리 가족의 가장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운동기구이다.
 자전거는 우리 가족의 가장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운동기구이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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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이젠 차 한 대 사지? 애들이랑 이렇게 다니는 것 안 돼 보여."

두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모임에 나갔더니 친한 직장 동료가 걱정된다는 듯 한 마디 한다. 휴대전화·컴퓨터가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듯 자동차가 없는 집은 원시인 취급받기 십상이다.

결혼 12년 차에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아들을 포함하여 네 식구가 함께 사는 우리집은 차가 없다. 처음엔 차가 없다는 이유로 열등감과 수치심이 교차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바꾸었다.

"당당하게 차 없는 행복을 즐기자. 그래 나 차 없다, 어쩔래?"

기름값·금·보험료 걱정 없지, 주차 걱정 안 해도 되지, 닫힌 공간에서 매연 뿜을 일 없지, 이 모든 것이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다보면 빠르게 달리는 자가용보다 찬찬히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먼 길을 갈 때는? 기차여행을 즐긴다. 고향가는 길은 20년간 전라선 무궁화호 열차의 도움을 받아왔다. 임진각까지 가는 경의선, 춘천 가는 경춘선 열차는 기차여행의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싸온 김밥과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맛은, 차에 갇힌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우리 가족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처남은 "동네 슈퍼 가는 데도 차가 없으면 아내와 애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며 투덜댄다. 그에 비하면 우리집은 체력으로 단련되어 있다.

특히 두 아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걷고 뛰어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지녔다. 산에 오르기도 좋아하고 운동도 즐겨 해서 어른인 내가 오히려 힘에 부칠 정도다. 초등학생 큰아이는 반에서 달리기만 하면 1등이다. 만일 올림픽에 어린이 멀리 걷기 대회가 있다면 두 아들을 꼭 출전시키겠다. 금메달은 몰라도, 적어도 동메달 정도는 따놓은 당상이다.

[자전거가 '있다'] 만원 지하철 안녕, 출퇴근 걱정 끝!

대중교통? 버스⋅지하철도 좋지만, 자전거가 최고다. 그저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내 경험이다. 두달째 '자출(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천국이 따로 없다.

난 지난 1년간 집(경기도 파주시)에서 일터(서울 서초동)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녔다. 하루 왕복 4시간을 출퇴근에 허비했다. 버스는 그런대로 참을 만한데, 문제는 만원 지하철이었다. 1시간 넘게 옆사람 땀냄새를 맡아가며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다닐 때면 '이래서 사람들이 차를 사는구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천신만고 끝에 지난 7월, 파주시 금촌동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자출을 시작했다. 몇 차례 사전답사를 거친 끝에 위험하지 않고 경관이 좋은 길을 찾아냈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다. 논길을 따라 북쪽으로 5㎞쯤 가다보면 철새들의 천국 곡릉천이 보인다. 곡릉천은 한강과 임진강이 맞닿은 곳으로 흘러가는데 여기까지 오면 거의 절반쯤 온 셈이다. 금촌역 방향으로 마저 달리면 일터가 나온다.

빠르게 달리면 30~40분, 쉬엄쉬엄 가면 1시간 정도면 족하다. 버스로 다니는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왕복 20~30㎞ 정도니 운동거리로도 적당하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는 이 길을 애용한다.
▲ 출근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는 이 길을 애용한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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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참 솔직하다. 밟은 만큼 속도를 내고 움직인다.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면 시원한 내리막길로 보상받을 수 있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내가 자출을 하면서 건강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출퇴근 길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무조건 "빨리빨리"만 외치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정말로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또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없는지 자문해본다. 나에게 출퇴근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니라 자기성찰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도 학원에 가거나 심부름 갈 때 자전거를 탄다. 우리 네 식구는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영화관도 가고 옷구경도 다니고 맛난 것도 먹으러 다닌다. 시샘하는 이들도 있고, 안쓰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생각은 그들의 자유지만, 아무튼 우리는 즐거운 걸 어떡하겠는가.

여섯살 아들부터 40을 바라보는 나까지 기름 없이도 신나게 달리는 자전거 4대라. 이 정도면 출퇴근 수단, 교통수단·레저수단으로 안성맞춤 아닌가.   

[에어컨·난방기가 '없다'] 1년 중 며칠 편하자고 그걸 달아?

우리집엔 에어컨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창고에 쳐박혀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몇 년째 설치하지 않고 차마 버릴 수 없어서 이사갈 때마다 들고 간다. 올해만 견뎌 보자고 한 것이 벌써 4~5년이 지나버렸다.

올여름, 무척 더웠다. 에어컨을 달아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어찌어찌 버텼다. 그런데, 잠 못 이룰 정도로 더운 날을 손으로 꼽아보니 1주일 안팎이다. 1년 중 1주일 정도 시원하게 지내자고 에어컨을 달 것까지야 있겠나. 그리고 일단 에어컨이 있으면 조금만 더워도 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아주 더울 땐 찬 물로 씻은 다음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바깥에서 바람을 맞으면 그런 대로 견딘말하다. 정 못 참겠으면 냉방시설 완비된 공공 도서관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맛도 그만이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전기난로나 온풍기 대신 단열만 잘 하면 걱정없다. 다행히 지금 사는 집도 한겨울에 하루 2시간 정도 거실에만 보일러를 틀고 온기만 유지하면 끝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에어컨·난방기를 틀어야 할 만큼 몹시 덥고 추운 날이 1년에 며칠이나 될까. 앞으로도 냉난방기 없이 지낼 작정이다. 그 덕에 우리집 전기·도시가스 요금은 다른 집의 절반도 안 된다.

다행히도 우리 두 아들은 추위를 모르는 체질이다. 한겨울에 이불을 걷어차고 자면서도 땀을 흘리는 애들이니 '친환경 체질'이란 말이 있다면 이런 애들에게 써줘야 한다. 타고난 체질도 있겠지만 이게 다 자동차 없이 지내면서, 걷기와 자전거 타기로 단련한 체력 때문일 것이다.  

[물낭비·쓰레기가 '없다'] 재활용하니 낭비 줄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우리집엔 자가용 자동차가 없지만 장난감 자동차들을 놓고도 두 아들은 신이 납니다.
▲ 자동차 부자? 우리집엔 자가용 자동차가 없지만 장난감 자동차들을 놓고도 두 아들은 신이 납니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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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민망한 얘기지만, 집에서 소변을 본 후엔 물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손발을 씻은 허드렛물을 모아 두었다가 변기에 붓는다. 번거롭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물낭비를 줄이고 싶어서다. 이왕이면 두 아들을 불러 함께 볼 일을 보면 효과(?)가 더 크다.  

한번 볼일을 볼 때 쓰는 물이 10ℓ가 넘는다고 한다. 네 식구가 하루 5번 사용한다 해도 하루 200ℓ 이상 쓰는 셈이다. 배설을 하면서 깨끗한 물을 쓰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그것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굳이 깨끗한 물을 그렇게 많이 흘려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결코 깔끔하지 못하다"는 아내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어서 변기 물탱크에 물을 채운 펫트병을 넣거나 절수기를 설치할까 고민 중이다. 대신 아내는 양치질이나 면도할 때 물을 틀어놓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고 우리는 잘 따르고 있다.

우리집에선 비닐봉지를 쓸 일이 별로 없다. 시장에 가서도 장바구니나 가방에 담아온다. 어떤 매장은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할인까지 해준다. 그래도 남은 비닐봉지는 모아 두었다가 재활용 수거하는 날 내 놓으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우유곽·플라스틱·종이·병과 같은 재활용품 관리하는 일은 두 아들의 몫이다. 과일껍질은 막내 아들이 유치원에서 가져온 달팽이 먹이로 던져주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통에 넣는다. 매주 토요일 재활용품을 내놓으면 정작 버릴 쓰레기가 별로 없다. 10ℓ짜리 쓰레기봉투 하나로 2~3주는 거뜬하다.

[행복과 환경사랑이 '있다'] 자동차·에어컨 있는 집과 비교하니 월 50만원 절약

우리 가족에게 자전거는 출퇴근 수단, 교통 수단, 레저수단으로 안성맞춤 이다.
 우리 가족에게 자전거는 출퇴근 수단, 교통 수단, 레저수단으로 안성맞춤 이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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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 생활비가 다른 집에 비해 얼마나 차이 날까 궁금했다. 식구수가 같고 소득이 비슷한 아파트 단지내 다른 가족들과 비교해보니 그 차이는 엄청났다.

1600cc 자동차를 모는 옆집의 경우 1년에 약 500만원(대략 기름값 300만원, 보험료 120만원, 세금 30만원, 세차⋅정비비용 50만원)이 차에 들어간다고 했다. 달마다 41만원 정도 더 지출하는 셈인데 차 있는 집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집 교통비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한달에 10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니 월 5만원의 교통비(버스 왕복요금 2천원, 25일 기준)가 절약된다.

이번에는 에어컨을 쓰고 난방을 충분히 하는 집들과 도시가스·전기요금 명세서를 1월부터 6개월간 비교해보니 적게는 월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수도 요금도 우리집이 월 1만원 안팎인데 비해 다른 집은 평균 3만원 가량 나왔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니 우리집은 다른 집들보다 월 45만~50만원, 연 540만~600만원 정도 돈이 덜 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을 그대로 절약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다. 자동차·에어컨만 없어도 생활비 지출은 확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건강을 챙기게 되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감히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득까지 얻게 된다.

문명의 이기 조금만 벗어나면 몸도 맘도 즐겁다

우리 가족이 특별히 자연과 환경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로부터 조금만 벗어나면 몸도 마음도 즐겁다는 사실은 몸소 깨닫고 있다.

거짓말이라고? 지금 당장 자동차 시동을 끄고 며칠만 걸어보라. 에어컨 바람 대신 바깥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보라. 식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벼보라. 분명히 몸과 맘이 달라질 것이다. 행복과 환경사랑이 따로 없다.

덧붙이는 글 | 우리 가족 그린 특종 응모글입니다.



태그:#환경, #자전거, #자동차, #자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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