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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노향림은 노래했다. 압해도는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하여 어린 시절, 목포의 한 야산 기슭에서 압해도를 바라보며 느꼈던 무한한 동경을 주제로 쓴 60여 편의 압해도 연작시집의 제목도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로 붙였는지 모른다.

 

압해도는 우리나라 서남단 다도해 가운데 목포와 가장 가까운 섬이다. 하지만 지금은 연륙교로 연결돼 있어서 섬이라는 느낌이 그리 크지 않다. 목포에서 자동차를 타고 바로 섬 구석구석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압해도는 그렇게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도 시인은 그토록 압해도를 그리워했다. 신안군립도서관(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면 학교리 소재)에서 만난 노향림 시인의 시비 '압해도'에는 '바다가 몹시도 그리운 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는 구절이 있다.

 

시인이 그렇게 그리워하고 가보고 싶어 했던 섬 압해도. 그 섬이 서남권 다도해의 행정과 관광 중심지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희망의 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압해도는 또 배의 새로운 주산지가 됐다.

 

 

지난 1990년 이 섬에 배가 보급된 이후 짧은 시간에 그렇게 변모했다. 그 가장 앞자리에 한길농원 전철남(60)·윤인자(58)씨 부부가 있다. 전씨 부부가 배 재배를 시작할 때만해도 3농가가 전부였다. 이후 재배농가가 해마다 두세 곳씩 늘더니 지금은 압해배영농조합법인 소속 농가만도 131농가. 면적은 150㏊에 이른다.

 

생산량의 3분의 1은 미국으로 수출한다. 수출량이 930톤, 돈으로는 24억원에 이른다. 나머지는 가까운 목포를 중심으로 광주, 서울 등지의 도매시장을 찾아간다. 정보화마을 홈페이지와 전화주문 등을 통한 직거래도 꾸준하다.

 

"소비자들의 평가가 그 토대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맛과 향으로 인정을 해준 거죠. 겉모양과 색깔도 좋고요. 솔직히 재배농가의 노력도 한몫 했다고 봐야죠."

 

전씨의 얘기다. 사실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바닷바람을 직접 쐬며 자란 압해배는 당도가 14도브릭스(BX) 이상으로 빼어났다. 과실 속도 튼실하게 여물었다. 겉모양도 탐스럽게 생겼다.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당도가 높고 배 특유의 맛이 살아있다고 찬사를 보내며 단골을 자청하고 나섰다. 성실하게 재배해서 최고 품질의 배만 골라서 보낸 덕분이다.

 

 

압해 배의 산증인이기도 한 이들 부부의 배 재배면적은 1만3200㎡. 압해배 재배농가 가운데서도 으뜸농사꾼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서 딴 배는 토양 및 수질검사를 거쳐 저농약 품질인증을 받았다. 토양과 잎, 뿌리 등을 분석하면서 토양관리에 모든 정성을 쏟은 덕분이다.

 

배나무의 수령 또한 '한창'이다. 사람으로 치면 젊은이에 속한다. 과일이 튼실하고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원이 집과 인접해 있어 시도 때도 없이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인의 발걸음이 잦은 만큼 과원에 쏟는 애정이 큰 것은 당연지사.

 

압해배정보화마을을 이끌고 있는 윤씨는 또 제2의 노향림을 꿈꾸고 있는 늦깎이 학생. 지난해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현대시반을 수료하고 지금은 목포과학대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수업을 끝내고 강의실 문턱을 나서는 순간 전부 까먹어버리지만 흐뭇하기만 하다고. 날마다 시와 소설, 에세이집을 가까이 하는 것도 그 꿈을 위해서다.

 

11년째 압해배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전씨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고품질의 배만 생산해 품질로 승부를 내겠다"면서 "배 과원과 압해도 갯벌을 활용해 올해 시범 운영한 배따기 및 갯벌체험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정례적으로 운영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압해배, #한길농원, #전철남, #윤인자, #압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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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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