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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부터 서울특별시 면허의 광역버스와 경기도 면허의 좌석버스·직행좌석버스 등이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는 기존에 서울특별시 면허의 간선·지선·순환·마을·맞춤버스 및 경기도 면허의 도시형·마을·농어촌버스와 수도권전철 망에 적용되어 오던 운임제다. 이번 확대로 인해 공항버스·시외버스·인천광역시 면허 시내버스를 제외한 수도권의 모든 대중교통에 적용되는 형태로 폭넓게 확대되게 되었다.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 확대의 경우, 전반적으로 '빛'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기존에 비해 이용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그것이 다른 것과 맞물리며 생기는 비의도적인 경우와 처음부터 의도적이던 경우 모두 존재한다). 

20일 첫 차부터 적용되는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의 광역·직행좌석·좌석 등으로 확대에 대해 본 기사에서 간략히 파악해 보도록 하자(본 기사의 모든 운임은 '성인 교통카드 기준'으로 한다). <기자 주>

성남·용인 출발 노선(5000,5005,5500,9000,9001,9401)의 경우 9월 20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시청앞(삼성본관) 정류장 대신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북창동 등의 정류장을 거친다
▲ 9401번 버스 성남·용인 출발 노선(5000,5005,5500,9000,9001,9401)의 경우 9월 20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시청앞(삼성본관) 정류장 대신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북창동 등의 정류장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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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 - Ver 2008.09

이번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 확대개편의 핵심사안은 단연, 기존에 일반 시내(서울특별시 지선·순환·마을·맞춤 및 경기도 도시형·마을·농어촌, 이하 '일반 시내버스')버스 및 수도권전철 간에만 적용되던 '통합운임제적용을 통한 환승할인 혜택'이 광역(서울특별시 광역 및 경기도 좌석·직행좌석, 이하 '광역버스')버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에는 서울 면허 광역버스는 모든 타 대중교통수단과도 통합운임제가 호환되지 않았고, 경기 면허의 (직행)좌석버스는 경기 면허의 일반 시내버스에 한해 400원 정액 할인만 적용되었다. 하지만 20일부터는 서울 면허의 모든 버스(공항버스 제외), 경기 면허의 모든 버스(시외버스 제외), 수도권 전철 등 어떤 것을 타도 환승 할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교통카드 기준으로 거리에 무관하게 1500원(경기 좌석) 또는 1700원(서울 광역 및 경기 직행좌석)이던 기본운임은 그대로다. 하지만 실제 운임은 소폭 변화가 존재한다. 광역버스만 탈 경우 1500원 혹은 1700원 그대로인데, 타 대중교통수단과 광역버스를 함께 탈 경우 30km까지만 기본운임이고 이후 5km씩 100원의 추가운임을 받는 형태로 바뀐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에 수원역에서 7770번으로 사당역에 온 후 잠실역까지 서울지하철 2호선으로 이동할 경우, 7770번의 1700원(26.8km 이동, 단 이동거리 무관)과 지하철의 1000원(11.9km 이동, 상호 간 환승할인·통합운임 비적용)을 합쳐 2700원을 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38.7km의 운임인 1900원만 내면 된다. 800원이 절감된다.

(직행좌석버스를 타게 되면 무조건 기본운임인 1700원부터 시작한다. 이 기본운임은 30km까지만 적용되며, 그 뒤로는 5km당 100원씩 추가운임을 받는다. 위 경우 38.7km이므로 직행좌석버스 기본운임인 1700원만 적용되는 거리를 넘어섰다. 그래서 5km당 추가운임을 계산해 총 1900원을 적용받는다. 이는 과거 별산시의 2700원보다 저렴하다)

이번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 확대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존에 비해 더 많은 운임절감 혜택을 제공한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이번 확대개편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그림자 또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그림자는 운임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노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총론은 옳으나 일부 개선이 필요한 각론

이번 확대개편이 획기적 변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광역버스 5회 승차 시 기존에 최하 6300원(경기 좌석은 교통카드의 차내 하차단말기접촉 30분 내로 환승 시 2회에 한해 400원 정액할인. 즉 '1500원x5회 - 400원x3회' 적용으로 최하 6300원 지불해야 했음)을 내야 했으나, 내일부터는 1500원으로도 해결 가능하다는 것만 살펴도 명확하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는 운임체계 손질과 함께 새 운임체계 내 효과적 대중교통운영을 위해 광역버스노선체계를 개선한다. 서울 도심 회차 경기남부권발 노선 중 일부는 서울 강남 회차 형태로 단축하고, 분당~내곡 고속화도로를 운행하는 몇몇 노선을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로 변경하며, 서울 도심에서 회차하는 노선의 회차 형태를 바꾸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선체계·운임체계 개편의 총론에 있어서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 각론으로 들어갈 경우 일부 대중교통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용인 수지구와 서울 도심을 잇는 5500번 버스.
▲ 5500번 버스 용인 수지구와 서울 도심을 잇는 5500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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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원거리 이동 시에는 운임이 기존보다 인상될 수 있으며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다.

한 예로 용인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유림동·포곡면·이동면 등과 서울 도심 간 이동에서, 과거에는 5005번 직행좌석버스의 1700원에 용인 시내버스의 500원(400원 정액할인 적용)을 더해 총 2200원이면 이동 가능했다. 그러나 변경 후 지역에 따라 편도 100원에서 400원의 추가운임이 붙는 식이다. 실제 기존 운임인 2200원(직행좌석, 1700원+500원) 및 2000원(좌석, 1500원+500원)보다 더 지불해야 하는 곳이 다양한 구간에 걸쳐 존재한다.

가평·연천·파주·화성 등과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이동승객의 경우, 그동안 광역버스만을 탈 경우 단돈 1500원·17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운임으로 이동 가능했다. 일반 시내버스로 환승해도 2000원·2200원이면 족했다. 하지만, 65~70km의 청량리~가평 구간의 1330번 및 지선과 편도 30km 전후인 일산~광화문 구간 여러 노선들이 1700원의 같은 운임을 받았던 만큼, 이 지역의 경우 운임인상이 이뤄져도 반론을 내세울 수는 있던 지역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도심에서의 변화이다. 광화문광장 조성공사로 성남발·용인발·하남발 모든 광역버스노선이 기존 세종문화회관, 시청앞(삼성프라자), 숭례문 정류장 정차에서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북창동, 숭례문 정류장 정차로 변경됐다.

기존에 타 대중교통수단 환승 없이 1005-1, 5000, 5005, 5500, 9000, 9401 등으로 성남·용인 쪽과 세종로·서소문 일대를 오가던 다수 승객들이, 시 정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도보이동 혹은 추가운임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도보가 아닌 환승을 택한 경우, 상대적으로 먼 용인 등에서는 기본운임제에서 거리비례제로 바뀌며 운임이 오르는 경우가 생긴다. 경우에 따라 '드러나지 않은 소폭 운임인상'으로 비칠 여지가 존재한다.

이번에 신설되는 8000번대의 간선급행버스에도 이런 경우가 적용된다. 경기도 내에서 최대 4개소 정류장만 정차 후 도심·강남 및 잠실역(수지발 8202번), 건국대(분당발 8133번) 등으로 직행하는 15개 노선은 탁월한 급행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출발지·목적지 등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이를 타고자 환승이 필요한 사람들은 거리비례제 적용 여부를 놓고 갈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 정책 위해 과감히 손댈 부분은 손봐야

이번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운임제 확대개편을 대중교통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중교통관련 갈등해결모델 연구를 진행 중인 허윤씨는 "통합환승제를 이유로 도심행 노선을 일괄적으로 광화문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변경시킨 것은 운임지불문제와 교통혼잡문제에 걸쳐 적지 않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허씨는 "종전에 용인 동백·구갈 등에서 광화문까지 5000번·5005번을 이용 시 1700원이면 한 번에 바로 갈 수 있었지만 9월 20일부터는 두 노선이 광화문 대신 을지로를 거친다"며 "광화문은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신문로·서소문 등에 직장이 있다면 환승을 해야 하는데, 환승시 거리비례제로 바뀌며 용인에서부터 거리인 도합 30km 이상의 거리비례운임이 적용되어 하루 왕복 400원~600원 정도의 추가운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씨는 "1년으로 따지면 약 10만원 정도다"라며 "이번 확대개편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지만 이처럼 손해볼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운행차량 대수만 200대 정도일 정도로 엄청난 4권역(성남/용인)발 도심행 노선들이 모두 종로2가 사거리(종로타워 앞)에서 좌회전을 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이 지점은 버스전용신호로 신호가 매우 짧다. 짧은 신호야 더 길게 늘이면 되겠지만, 이로 인한 도심혼잡 가중 및 금번에 변경된 버스들이 몰리는 남대문로 일대는 극심한 혼잡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허씨는 "노선을 좀 더 합리적으로 변경할 수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라는 의견도 언급했다.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개편 취지는 동감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부족한 상황으로, 경기도 측에서 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개편과정에서의 '1탑승 기본운임제'가 존치된 데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했다.

한씨는 "이번 개편으로 여러 노선이 변경되며, 일부의 경우 종전에 없던 환승으로 도합 30km를 넘겨 기존보다 운임이 증가된다"며 "이는 합리적인 운임제로 점차 바뀌며 발생되는 과도적 문제이나, 금번 통합운임제 홍보는 지나치게 '할인'에 초점을 맞춰졌던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이어 "통합운임제의 참 의의는 '할인'이 아닌 '합리적 운임체계로의 개편'이다"라며 "갈아타면서 가는 경로가 최단 경로이거나 가장 효율적 경로임에도, 한 번에 가더라도 돌아가는 경우 및 비효율적 경로의 운임이 더 저렴한 경우 등이 많으면, 저렴한 운임 때문에 승객들은 더 불편한 경로를 선택하며 승객 흐름에 왜곡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 한씨는 "금번 개편에서 현재 수도권에서 이러한 왜곡의 원인인 '1탑승 기본운임제'의 개선이 이뤄졌어야 했다"며 "개편으로 정류장수를 줄인 간선급행버스(8000번 계열)가 기존노선과 함께 운행되는데, 급행(간선급행)은 환승을 거쳐야 하고, 완행(기존 좌석)은 환승 없이 탈 수 있다면, 추가운임에 대한 우려로 애써 만든 급행버스가 외면받을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씨는 "지자체는, 과거 경기도에서 통합운임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처럼, 당장 발생될 운임인상사례를 솔직히 인정 후 시민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간선기능버스(광역)와 지선기능버스(시내·마을)의 제 기능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지선기능버스의 노선다양화와 배차시간단축 등을 병행하며, 노외환승센터 설치로 환승에 필요한 육체적·시간적 노력을 줄여주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이런 보완책 등으로, 제 기능을 다하는 간선·지선 노선 간 환승이 장거리 굴곡노선을 한 번 이용하는 것보다 더욱 편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승객들도 높은 운임을 감수할 수 있게 된다"라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오산~동탄~강남 구간을 운행하며 광역버스와 비슷한 형태로 운행되고 있는 5300번 시외버스. 오산·동탄 주민들은 광역버스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인해 전환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바뀌더라도, 지나치게 원거리인 곳에도 1700원만을 받도록 하는 현행 '1탑승기본운임제' 제도가 폐지 혹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광역버스처럼 운행되는 일부 시외버스 노선의 전환은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 5300번 시외버스 오산~동탄~강남 구간을 운행하며 광역버스와 비슷한 형태로 운행되고 있는 5300번 시외버스. 오산·동탄 주민들은 광역버스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인해 전환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바뀌더라도, 지나치게 원거리인 곳에도 1700원만을 받도록 하는 현행 '1탑승기본운임제' 제도가 폐지 혹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광역버스처럼 운행되는 일부 시외버스 노선의 전환은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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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플러스 편집위원 이승호씨는 "추가운임부과 경우의 발생은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로부터 대개 20km 권역 내에 드는 1기 신도시와 달리 2기 신도시부터는 서울로부터 40km 권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씨는 "서울 강남 기준으로 화성 동탄신도시의 경우 40km 전후, 평택 고덕신도시의 경우 60km 전후에 달한다"며 "거리가 멀면 당연히 기름 값을 비롯해 온갖 운영비가 많이 필요하고, 특히 2기 신도시의 경우 인구밀도는 대폭 낮췄고 기 건설된 동탄의 경우 서울 통근비율이 상주인구의 1/4 수준으로 낮아(나머지는 수원 등 인근 경기도 통근) 승객확보가 용이치 않은 상황에서 요금마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씨는 "이렇게 되면 운수 업체는 배차간격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 적자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할 것이며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합환승제 시행으로 환승에 따른 운수업체의 손해를 보전해주어야 하는 관련 지자체로서는 재정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지자체의 재정압박이 커지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다시 돌아간다"며 "차라리 요금을 좀 더 받더라도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민이나 운수업체, 지자체 모두에게 이득이다"라고 '재정'이라는 현실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태그:#환승, #버스, #교통, #운임,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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