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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여로의 인기는 장안의 화제였고 그 중심에 장욱제가 있었다.
▲ 바보 캐릭터의 원조 장욱제 70년대 여로의 인기는 장안의 화제였고 그 중심에 장욱제가 있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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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2 <개그콘서트> '상구없다' 코너에서 이상구가 바보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코미디나 개그에서 바보 캐릭터 만큼 먹히는 컨셉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보 캐릭터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바보 캐릭터가 방송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그중 하나는 사람이 갖고 있는 잘난 사람에 대한 거부 반응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봅니다.

나보다 잘난 누군가가 TV에 나오는 것보다 좀 못난 듯한 사람이 나오는 걸 더 편하게 본다는 거죠. 그런데 바보 캐릭터를 하려면 다른 캐릭터보다 훨씬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바보 연기도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바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는 뛰어난 연기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바보 캐릭터 원조는 <여로>의 장욱제

1970년대 <여로>는 전설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 드라마의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고, <여로> 때문에 TV를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로> 방영시간이 저녁 7시 30분부터 50분까지 딱 20분이었는데, 이 시간만 되면 거리엔 사람이 없었고, 주부들이 <여로> 보느라 밥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때 귀가시계라 불렸던 <모래시계>는 이에 비교도 안됐습니다. <여로> 인기의 중심에는 탤런트 장욱제씨가 있었습니다. 그는 머리의 상처로 일부분이 탈모된 가발을 쓰고 "땍띠야"(섹시야)하며 아내 분이(태현실)를 불렀는데, 이 장면이 특히 인기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영화나 TV를 통해 나오는 바보연기는 생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소한 영역을 장욱제씨가 깨고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바보연기의 원조는 1972년 국민드라마 <여로>에서 영구로 출현했던 장욱제로 보고 있습니다. 여로의 인기 만큼 장욱제씨의 바보 연기는 화제가 되었습니다.

못생긴 캐릭터로 인기를 끈 이주일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캐릭터로 삼아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이 바로 이주일이다.
▲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의 이주일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캐릭터로 삼아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이 바로 이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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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의 바로 캐릭터 영구 이후 이렇다할 바보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80년대 초 혜성같이 나타난 바보가 바로 이주일입니다. 하춘화를 따라 다니며 사회를 보던 무명의 이주일이 못생긴 얼굴 하나로 우리 나라 코미디계를 평정합니다.

이주일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등 모자라는 개그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이주일은 영구역을 흉내낸 것이 아니고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그가 수지큐 춤을 추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이주일은 전두환 정권 때 "용모가 단정치 못하고 바보 흉내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정지당하기도 했지만, 국회의원으로 출마해서 여의도에도 입성한 입지전적인 코미디언입니다. 그의 익살스런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이주일씨의 못생긴 얼굴 캐릭터 계보를 이어 등장한 코미디언인 바로 옥동자 정종철입니다. 이주일만큼 못생겼지만, 이주일의 성공 사례를 모델로 삼아 <개그콘서트>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척 하기는... 적어도 나정도는 돼야지~~~"

역설적으로 한 이 말 한마디가 결국 시청자들의 폭소를 불러왔고, 그 이후 마빡이 등 자신만의 장점을 살린 캐릭터를 계속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국민바보 심형래가 <여로> 캐릭터 이어

여로의 영구를 패러디화한 바로연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 국민바보 심형래 여로의 영구를 패러디화한 바로연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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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씨 이후 국민바보 심형래가 80년대 후반 장욱제씨 흉내를 내어 대히트를 쳤습니다. 심형래씨는 KBS <유머일번지>에서 '영구야 영구야'로 큰 인기와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의 바보 연기는 장욱제씨의 영구 연기를 코미디로 패러디한 것입니다. 

그 당시 심형래씨는 "띠리리 리리리~~~", "영구 어~~~없다!"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고,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른바 영구신드롬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는 방송에서 얻은 영구 인기를 등에 업고 영화로까지 만들었으나 방송 만큼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디워> <이무기>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면서 세계 영화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똑똑한 바보 영구입니다. 그는 바보연기를 했지만 절대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개콘>에서 이창훈은 연극배우 출신다운 익살스런 얼굴연기로 "웃기는 짬뽕!",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요... 우와~좋겠다. 배트맨~, 숸생뉨!"하며 90년대 초 봉숭아학당을 이끌었습니다. 이창훈 역시 바보 영구를 패러디한 캐릭터 '맹구'로 큰 반응을 얻었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 영구역할을 시도했다는 것이 바로 성공요소입니다. 또한 심현섭 역시 개콘에서 영구역할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바보 연기는 코미디어인이나 개그맨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다.
▲ 영구역의 이창훈과 옥동자 정종철 바보 연기는 코미디어인이나 개그맨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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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코미디와 개그에서 바보 연기를 한 사람들은 많습니다. 아마 한 번쯤은 다 영구 캐릭터를 해봤을 정도로 영구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합니다. 그러나 이 역할을 잘못 소화하게 되면 인기를 얻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장욱제씨 이후 심형래, 이창훈, 심현섭 등이 워낙 영구역할을 잘해주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하지 못하면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영구와 다른 새로운 바보 캐릭터 필요

70년대 초부터 시작되온 바보 캐릭터의 계보를 이을 사람이 최근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바보 연기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역할이지만, 웬만한 연기 가지고는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보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똑똑하고 머리가 좋아야 바보 연기를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코미디나 개그의 흐름을 보면 순간 순간 되받아 치는 말과 반전이나 몸 개그로 웃음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7080세대들이 보던 심형래 코미디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이제 영구 캐릭터를 우려 먹기보다 새로운 바보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나 끼, 재능을 살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바로 캐릭터가 필요할 때입니다. 누가 장욱제, 이주일, 심형래로 이어지는 바보 캐릭터의 계보를 이을까요?


태그:#바보연기, #영구, #장욱제, #심형래, #이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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