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반토막 펀드, 집값 폭락…. 미국에서 불붙은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거쳐 가정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경제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된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저축보다 보험 가입이 많은 서민

한때 저축을 많이 했던 우리나라 국민들. 이제 저축보다 보험을 더 많이 한다.
 한때 저축을 많이 했던 우리나라 국민들. 이제 저축보다 보험을 더 많이 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남편이 화물차를 운전합니다. 매월 생활비로 200만 원을 주는데 거기서 보험료가 90만 원이 빠져나가요. 아이들 보험하고 우리 부부 종신보험에 연금까지, 설계사가 권하는 대로 하나둘 가입하다 보니 어느새 너무 커져버렸어요.

이제는 보험료 내고 나머지 돈에서 생활비 쓰려니 빠듯해서 가끔 약관대출까지 꺼내 쓰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리하려니 지금껏 부은 보험료가 아까워서 정리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설계사가 몇 번 보험 리모델링 해준다고 했는데 매번 몇 개 깨고 새로운 보험 상품을 권하는 통에 별로 믿음이 안 가더라구요.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심정인 거죠. 결국 보험료에다 약관 대출 이자까지 나가게 되었는데 최근 남편의 돈벌이가 심상치 않아 큰 걱정입니다. -<상담사례> 중

불안함이 서민의 가처분 소득을 줄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축률은 23.2%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 말 기준 순 저축률이 2%까지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과거와 다른 저성장을 이어오긴 했으나 개인의 소득이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구 소득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07년까지 71% 증가해 왔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축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명목 소득은 늘었는지 모르지만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질소득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저축할 돈이 줄어든 것이다.

평범한 삶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자녀들만큼은 부모보다도 더한 경쟁력을 갖추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겨났다. 그로 인해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저축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갑자기 명예퇴직이나 경제 한파에 빈곤계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함에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증도 생겼다.

그런 조급함이 부동산 불패신화와 대박심리가 팽배해진 사회분위기에 휩쓸리면서 주택에 과도하게 투자하게 되었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질병이나 사고로 가정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함이 커지면서 민영의료보험 가입이 크게 증가했다.

한마디로 소득은 늘었는지 모르지만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어느날 갑자기 도태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육비와 주거비용, 건강보험료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라는 대형 경제 참사를 경험하면서 극도의 불안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내재된 것이다. 서민 중산층 계층은 안전장치가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스스로 안전장치를 준비해야 했다.

공공의료보험의 비효율성이 서민의 저축을 줄인다

공보험 보장성이 낮은 우리나라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보험에 들게 한다.
 공보험 보장성이 낮은 우리나라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보험에 들게 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공공의료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보험 보장성이 현재 60%의 낮은 수준이어서 의료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공공의료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으되 민간의료보험 가입 의존이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공보험의 보장성이 높은 독일의 경우 국민들의 민간보험 가입률이 9.7%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에 비해 공보험 급여율이 낮은 칠레의 경우 전 국민의 80% 이상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말 기준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88.5%로 10가구 중 9가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가구당 가입건수도 3.3건이고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는 28만원에 달한다. 이미 건강보험료로 빠져나가는 돈도 적지 않은데 거기에 민간의료보험까지 월 3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하고 나니 서민계층에서 저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서민과 소외 계층의 경우 중증질환 의료비에 대한 공포심이 고소득 계층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갖고 있는 여유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비까지 내야 할 일이 생겼을 경우를 가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끔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담사례자의 경우도 남편이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기 때문에 늘 불안하다고 하소연한다.

오로지 남편 하나 바라보고 살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만에 하나 남편에게 사고라도 나면 하는 생각에 보험 설계사가 권하는 보험 상품들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험료 때문에 재무구조 악순환 반복

여유자산이 없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에 대한 불안함으로 보험을 많이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 인해 저축을 할 수 없어 여유자산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갖고 있는 목돈은 없는데 목돈 나갈 일이 때때로 발생한다. 전세금을 인상해 주어야 한다거나 차량과 관련된 보험이나 수리비 등으로 목돈이 지출되는 것이다.

별 수 없이 그간 부어온 보험에서 대출을 받아 급하게 목돈을 쓰고 나면 매월의 현금흐름은 보험료에 대출이자까지 지출되면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결국 민간보험사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보험료 영업과 대출영업 이익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경제 위기가 실물로 옮겨가면서 이제 소득마저 줄어들 위험이 존재한다. 이 상황에서 과도한 보험료 지출과 대출이자 부담은 가계 재무건전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자칫 가정 경제를 극단적인 위험으로 내몰 수도 있다.

금융소외가 저소득층 보험 가입률을 높인다

서민 계층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지 않다. 금융회사의 문턱이 서민에게 높아 금융서비스가 적절히 제공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민 계층이 그나마 접하는 금융서비스는 보험설계사를 통한 컨설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업무 시간에 맞춰 은행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이용하더라도 VIP를 위주로 하는 금융서비스 분위기에서 주눅 들어 있다 보니 질문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주위에 보험설계사로 종사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주 컨설팅을 받다보니 결국 보험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소외계층 경제 교육을 실시하다 보면 상담사례자와 같이 보험 가입 비중이 높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심지어 보험이 저축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소외계층의 보험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교육과 경제 교육이 서민과 소외계층에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공공의료보험 체계가 효율화되어 국민들의 의료비 공포심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 확보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주요 기사]
☞ "문예진흥기금 손실 났다고 해임? 그럼 연기금 까먹은 대통령은?"
☞ [민주대연합 논쟁] 반신자유주의 연대? 국민이 알아듣겠나
☞ [태안 기름 유출 1년] 피해 주민들 "우리가 끝이면 너희도 끝이다"
☞ 연말 술자리, 올해도 피 토하시렵니까?
☞ [엄지뉴스] 사람도 차도 엉금엉금
☞ [E노트] 한나라당, '삐라 살포' 정부 지원 추진



태그:#보험과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