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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11시경, 충남 보령 오천면 교성2리 마을회관에 마을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낯선 기자의 출현에 석면관련 취재임을 직감하며 TV를 통해, 걱정 섞인 자녀들의 안부전화를 통해 알게 된 석면이야기들을 나누며 뭔지 모를 큰일이 난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정확한 상황은 모른 채, 다만 정부든, 시든, 언론이든 나서서 동네주민들의 근심을 없애주기만을 바라는 표정이다.

밭 주변에 널려있는 석면.
 밭 주변에 널려있는 석면.
ⓒ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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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원석, 절구에 찧고 채로 거르다

교성2리가 정전2리보다 더욱 심각한 점은 80년대 말까지 석면채굴이 이뤄졌다는 것. 당시 노동력 있던 거의 모든 마을주민들은 석면채굴과 분쇄일을 했다. 적지 않은 현금을 그때그때 받을 수 있는 교성리 유일의 산업이었던 탓이다. 그때 당시 주민들은 석면의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실감하지 못했다.

“살만큼 산 우리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아직 젊은 아이들이 걱정” 이라며 한숨짓는 올해 73세인 이정순 할머니.

할머니는 밀가루를 빻듯 절구로 석면을 빻았다고 한다. 곱게 만들기 위해 채로 걸러 또 다시 빻았다.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었다. 수건으로 가릴 수도 없었다. 석면가루가 호흡으로 뱉어 낸 수분과 뒤섞여 숨을 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온몸이 따가웠지만 어디에 쓰이는지, 왜 곱게 만들어야하는지도 모른 채, 노동력 있는 온 동네 주민들이 다 함께 석면을 캐고, 빻는 일을 한참동안 계속해왔다. 2007년 겨울, 시내 한 병원에서 폐암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종합병원 검사에서 폐에 석면에 의한 결석이 있다는 정도로 이정순 할머니는 스스로의 건강상태를 알고 있었다.

교성2리 마을 가운데 있는 마을회관은 석면광산이 있던 자리다. 청소 정전2리와 같은 노천광으로 석면이 채굴됐다. 작은 산 하나의 대부분이 석면을 찾아 시작된 굴진으로 평지로 바뀌었다. 그 위에 밭이 만들어지고 목장이 생기고 마을회관이 지어졌으나 바닥에는 여전히 석면원석이 뒹굴고 있다.

동네 노인들의 사랑방, 교성2리 마을회관 주변 하얀색 돌은 다 석면원석으로 보면 된다.
마을회관 길 건너의 작은 저수지는 석면맥을 찾아 50여미터 가량 파고 든 흔적이다. 지금은 복토로 저수지형태를 띄고 있으나 이 일대 또한 석면광산이다.

오천면에 있는 7개 석면채굴 현장

교성리 허광혁씨가 길가에 있는 석면원석을 들어보이고 있다.
 교성리 허광혁씨가 길가에 있는 석면원석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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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혁씨를 비롯해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오천면 교성리 주변에는 7개의 ‘백토’라 불린 석면을 채굴한 현장이 있었다.

호접동과 대보석산 채굴광은 어느 정도 복구가 이뤄진 채 폐광됐지만 둑굴고랑, 소루구지 등의 석면채굴광은 석면채취작업 이후 제대로 복구가 안 된 채 방치돼 있다는 것. 더욱 큰 문제는 오천지역 석면광석은 광천과 달리 경도가 낮아 손으로도 쉽게 부서진다.

이로인해 석면광 폐광 이후에도 풍화 등에 의해 비산에 따른 주민피해 우려가 크다. 더욱이 폭우 등으로 인해 주변지역으로의 확산에 따른 2차, 3차 석면피해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약 한달 전 시공된 교성2리 마을회관 앞 배수로에는 석면원석이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폭우 발생 시 청소면 등 주변 지역으로 석면성분이 지속적으로 퍼져나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배수로 옆 하얀색 돌은 석면원석이다.
 배수로 옆 하얀색 돌은 석면원석이다.
ⓒ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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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할 수 없는 지하수

주민증언에 의하면 지하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받아놓은 지하수에는 침전물이 생긴다. 바로 석면이다.  식수사용은 고사하고 아무리 허드렛물로 사용한다 해도 석면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마을 공동사용의 관정이 마련돼 배수관을 이용, 식수가 공급되고 있으나 일부주민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며 식수이용도 마음 편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청소에서 오천면으로 넘어가는 상수도 배관이 근처에 있으나 국도가 지나는 등 여러 이유로 가까운 기간 내 교성2리로 상수도가 설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청소면 장곡리 소재 석면분쇄 작업장

청소면 장곡리 소재 석면원석 제분소
 청소면 장곡리 소재 석면원석 제분소
ⓒ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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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성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안타까운 처지와 함께 청소면 장곡리 소재 석면분쇄 작업장에서 일했던 직원들을 걱정했다.

채굴된 석면원석 일부는 청소로 옮겨져 분쇄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15명 정도의 상주인력이 근무했었고, 작업이 시작되면 앞이 안보일 정도의 분진으로 인해 일반인은 눈도 뜨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꽤 큰 규모였다는 것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일부 지붕이 무너진 채 고철야적과 용접작업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천에 있던 설비를 이전해 와 80년대 말까지 운영된 이 석면 분쇄 작업장은 산재에도 가입돼 있었으며 ‘중앙파우텍’이란 최종명칭으로 남아있었다. 이렇게 분쇄된 석면가루는 높은 불연효과로 슬레이트는 물론 유명회사 장판에도 원료로 사용됐다.

안타깝게도 낙후된 지역에 살며 살이 따갑고 눈조차 뜨기 어려운 석면채굴작업이었지만 비싼 장판재료 등으로 쓰인다는 보람에, 쏠쏠히 생기는 적지 않은 현금을 모아 생활비와 자녀 학비에 보태는 즐거움에 교성리 주민의 석면작업은 계속됐었다.

방치된 원석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좌). 농업용수공급관설치작업으로 쌓여있는 석면원석(우).
 방치된 원석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좌). 농업용수공급관설치작업으로 쌓여있는 석면원석(우).
ⓒ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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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석면, #보령시, #오천면, #청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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