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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날을 맞아 참 재미있는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대상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전체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며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과점 보수신문들의 사설이 지방과 관련된 의제들을 소홀히 취급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전북민언련)은 제53회 신문의 날을 맞은 7일 <조선>·<중앙>·<동아>의 지역의제 보도를 조사한 결과를 내놓아 시선을 끈다. 지난 200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3개 신문의 사설 가운데 지역의제가 얼마나 포함됐는지에 관점을 두고 분석한 내용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만하다. 

 

전체 사설 2,693건 중 순수한 지역관련 사설은 고작 45건

 

내용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조사한 이번 결과의 핵심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과점신문들이 지역신문시장을 석권하고 있음에도 지역의제를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 전체 2,693건 중 지역의제는 45건으로 1.67%만을 차지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공간적으로 지역이 거론된 사설까지 포함한다 해도 4%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200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조선>·중앙>·<동아>의 사설은 총 2,693건. 이 가운데 지역의제와 관련이 있거나 단순 지역명(수도권 제외)이라도 거론된 사설은 115건으로 전체 사설 중 4.27%만을 차지했다.

 

단순 지역관련 사설이란 지역명이 거론되거나, 사건·사고와 같은 이슈들로 지역을 다룬 경우, 또는 지자체 규제완화나 혁신 모범 사례, 지자체·공무원의 부정비리 비판한 사설의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사설들을 제외하고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제들은 지역의제로 분류한 이번 조사에서 지역의제로는 혁신도시, 수도권 규제완화 및 지역균형발전, 4대강 정비사업, 부동산 규제완화 및 종부세 개정, 행정구역개편으로 분류됐다.

 

사건적 지방, 흥미적 지방으로 보는 사설 비중 여전히 높아

 

그러나 단순히 지역을 다루고 있는 사설은 70건으로 전체 사설 중 2.6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중에서도 재난, 사건, 사고와 같이 지역을 흥미위주로 보는 사설이 전체 분류 중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동소이하나 지역의제를 다룬 신문사는 <조선일보>가 11건으로 가장 적었으며 <중앙일보>가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 규제 완화 및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보도가 지역의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선>·<중앙>·<동아>의 지역의제에 대한 보도 태도는 지역의제에 대해 긍정, 부정, 중립 여부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3사가 일치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흐름과 3사의 의제 흐름은 동일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3사는 모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전북민언련은 "이번 조사를 통해 비수도권의 경우 인구비중, 서울 일간지 구독률 등과 상관없이 서울 일간지 사설에서 지역문제는 거의 취급되지 않고 있으며 의식적, 무의식적이든 지방의 의제가 비중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배제됨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역과 관련한 의제 중  가장 많이 다뤄진 경우는 사건사고와 같이 흥미위주의 것이었다는 지적은 새롭지 않다. 여전히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의 눈엔 지역이 삽화적 지방, 변고적 지방, 흥미로서의 지방이라는 틀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대부분 정부의 정책흐름과 동일...지역엔 부정적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전북지역의 경우 중앙지의 신문시장 지배력이 월등하지만 지역일간지에 대한 구독률은 3%도 채 안되어 신문에 의한 지역 공론장 기능과 여론수렴의 효과는 발휘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인 부분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의제를 보도하는 태도다"고 지적했다.

 

즉,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3사의 태도는 지역 균형발전에 찬성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조사결과 이들 신문들은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보다 철저히 중앙권력과 강자 편에선 보도하며 지역은 자체적인 자구력과 홀로서기만을 강조할 뿐이다"며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일제히 '환영'을 표시한 반면, 균발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아예 다루지 않거나 지역의 반발은 애써 무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방발전 후속대책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실망을 안겨주었다. 거의 모든 지역언론이 조세권 이양 등 핵심사항의 누락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권 규제철폐방침을 꼬집었지만 서울의 과점 보수신문들은 사상 최고의 지방예산이 배정됐다는 정부 입장만 강조한 것으로 분석결과 나타났다.

 

특히 <조선>·<중앙>·<동아>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기득권층과의 유착관계와 수십 년간 뿌리내린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전북민언련은 분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 의제의 생성 제한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왜곡은 결과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의사 결정을 방해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태그:#조중동,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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