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누구나 스케치북에 대한 추억이 있다. 미술시간에 새 스케치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에 대한 설렘이 가득찼을 것이다. 스케치북 첫 장에 어떤 주제의 그림으로 채울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 누구나 스케치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다. 그림으로 스케치북 한장을 채우는 마음처럼, 방송국에서도 스케치북 첫 장을 새롭게 채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하나의 <페퍼민트> 후속으로 오는 24일 자정에 방송될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 첫 녹화가 21일 저녁 7시 반 KBS 신관TV공개홀에서 열렸다. 첫 녹화 현장은 그야말로 열기가 대단했다. 오전 11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하는 <스케치북>, 가장 좋은 번호를 받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대기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20분 전에 도착한 대기장소, 추위에 다들 '덜덜'

 

역시 첫 녹화의 힘은 달랐다. 좋은 표를 받기 위해 일찍 가야겠다는 마음은 컸다. 그래서 어느때보다 급한 마음으로 KBS 신관에 도착했다. 그러나 수백명의 사람들이 공개홀 앞 대기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21일 서울의 낮기온은 약 11도, 전날 거센 바람과 비가 동반한 이후 이틀 연속 추운 날씨였다. 오전 11시가 가까울 때도 바람의 세기는 매우 거셌다. 날씨가 점점 바람의 영향으로 추워지자 시간이 지나면 내부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예상은 물건너갔다. 첫 <스케치북>을 채우러 온 사람들의 고난이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번호표 배부 장소는 공개홀 입구 문 앞이였다. 배부가 시작된 오전 11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줄을 섰다. 이 때 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길었다. 게다가 외부였다. 긴 줄을 선 사람들은 계속되는 매서운 바람을 느껴야 했다. <스케치북> 첫 장을 그리려면 고생을 해야된다는 것과 다름없다.

 

추위와 지루함을 참고 견딘 시간은 30분, 더 있다가 체력이 소진될 수 있었던 대기시간이다. 게다가 이 많은 인원의 번호표 배부를 3명 이내의 스테프들이 담당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받은 번호는 '207' 거의 한참 뒤의 번호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번호표 목록을 보면 500번대까지 배열이 된 상태다. 거의 1000명의 인원을 수용한다는 계획과 다름없다.(1인 2매) 이 번호라면 중간즈음 앉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6시 30분까지 늦지 말고 오세요!"

 

30분 이상의 기다림과 5초만에 치뤄진 신분확인 끝에 나온 스태프의 말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8시간, 8시간 후에는 과연 어떤 공연이 스케치북 첫 장을 그릴지 기대가 컸다.

 

TV에서 봤던 스튜디오는 컸지만, 실제로는 작고 아담한 공개홀 스튜디오

 

TV를 보면 공개방송 녹화 현장의 스튜디오가 매우 커보인다. 관객들이 마치 수천명이 앉은 듯한 느낌이 들고 무대는 운동장을 옮겨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 전 종영한 <페퍼민트>, <러브레터>를 봐도 마찬가지. 가수들의 공연은 마치 대형 공연장의 열기를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TV에서 봐왔던 이미지가 각인될 탓일까? 저녁 6시 반즈음 다시 도착했을 때 넓은 스튜디오에 대한 기대가 컸다. 특히 이 날은 첫 녹화라 스튜디오 무대는 환상적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동행한 사람과 같이 나눴다.

 

그러나 실제로 본 스튜디오 내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정확한 수치상으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넓게 봤던 KBS의 TV공개홀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이렇게 아담한 크기로 공연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담한 스튜디오는 다른 장점이 있다. 객석과 무대 사이의 호흡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다.

 

 

<스케치북> 첫 녹화 스튜디오 내부는 마치 날개를 상징하는 세트와 밴드 동선으로 채워졌다. 이전 KBS의 공개방송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객석은 예전 그대로 무대 앞 간이 의자와 스튜디오 뒤쪽 계단식 좌석 형태다. 플로어의 간이의자를 보니 생각보다 불편해보였다. 경사가 없는 평지라 공연의 시야가 앞 사람의 머리 때문에 가려질 수 있다는 단점.

 

그래서 뒤에 있어도 사람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는 계단식 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계단식 좌석도 나름대로 단점이 있다. 덩치가 큰 사람에게는 다리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방송의 첫 녹화인만큼 나도 <스케치북>의 첫 장을 채우는 마음으로 녹화를 지켜봤다.

 

'바람잡이' MC 딩동의 다양한 모습

 

KBS의 공개방송은 다른 공연처럼 사전 바람잡이가 있다. 녹화를 할 때 중간 정리시간과 녹화 전 시간의 지루함을 탈피하는 역할이 바로 바람잡이다.

 

특히 <러브레터> 때 바람잡이 역할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MC 김제동, 그는 레크레이션 강사 경력으로 <러브레터> 녹화 바람잡이로 이름을 날려 데뷔한 경력이 있다.

 

현재 바람잡이는 누굴까? 바로 MC 딩동이다. 아직까지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는 다양한 경력을 가졌다. SBS 공채 9기 개그맨인 그는 레크레이션 1급 강사와 2008 하이서울페스티벌 사회 등의 다양한 진행 경력이 있다.

 

그만큼 사전 바람잡이도 다양한 경력이 필요하다. 본 방송에서 모습을 비춰지지 않지만 관객의 지루함을 풀기 위한 역할도 다양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녹화 현장에서 MC 유희열보다 말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한 가수에서 다른 가수의 공연으로 넘어가는 대기시간마다 항상 나오기 때문이다. MC 딩동은 첫 녹화 직전 무대 왼쪽 사이드코너가 TV에 잘보이고 괜찮다는 추천을 시작으로 다양한 입담을 선보였다.

 

다양한 입담을 선보였던 MC 딩동, 하지만 당찬 PD 앞에서는 우쭐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인터뷰도 실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전 음악 체크 시간을 위해 PD로부터 '조용히 해달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바람잡이의 단점 중 하나인 것이 바로 이점이다. 음악 리허설은 녹화에서 중요하지만 바람잡이의 진행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진행 스타일을 선보였다. 관객에게 장미 한송이를 계속 선물하는 노력도 보였고 심지어 자체 프로포즈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는 제작진도 계획을 하지 못했던 부분, 바람잡이 MC 딩동은 관객들의 기념일까지도 세세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첫 방송, 이승환, 이소라, 김장훈, 언니네 이발관 출연

 

고생과 고난의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는 <스케치북> 밑그림 그리기, 그러나 색칠로 들어가는 순간 '추억'이라는 멋진 작품으로 완성된 나의 <스케치북> 첫 장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첫 방송은 24일 금요일 밤 12시 15분에 방송된다. 이 날 첫 게스트는 이승환, 이소라, 김장훈, 언니네 이발관. 이들의 공연이 TV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MC 유희열과 게스트들간의 토크는 어떤 부분에서 편집되도 어떤 부분에서는 방송될지..녹화를 참여한 사람으로서 기대되는 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 캠퍼스라이프,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케치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