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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뉴스를 통해서 대성리역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예전에 춘천이나 강촌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경춘선 모든 기차들이 쉬어갔던 대성리역. 경춘선 복선 전철화 공사 때문에 없어졌단 소식을 접하고서 마음 한 구석이 아리는 느낌이 들더라는. 그러면서 춘천에 다녀와야겠단 생각을 했다. 경춘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끝나기 전에, 그 공사 때문에 없어지게 될 풍경을 마음 속에 빨리 담기 위해서.

어디로 갈까. 정말 많은 고민이 앞섰다. 영화 <편지>의 감동이 남아 있는 경강역으로 갈까. 아니면 몇 남지 않은 플랫폼 가운데에 역사(驛舍)가 있는 백양리역으로 갈까. 고민하던 끝에 결정한 여행지 김유정역과 김유정 문학촌, 그리고 소양강댐.

정말 오랜만에 가는 춘천여행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랑 둘이서 심심하면 갔던 곳이 춘천이었는데. 중학교 2학년 초까지 자주 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발길이 끊겼던 곳. 그 곳이 바로 춘천이다. 그래서일까. 출발 전부터 정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춘천 가는 기차가 성북역 승강장에 진입하고 있다.
 춘천 가는 기차가 성북역 승강장에 진입하고 있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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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12시, 춘천행 기차에 탑승. 약 1시간 반 여의 시간 동안 바뀐 경춘선이 눈에 들어온다. 단선이었던 철도는 복선으로, 신역사로 옮겨간 마석역, TV에서의 모습을 실제로 본 대성리역, 그리고 흔히 볼 수 없는 승강장 안에 역사가 있던 상천역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마음이 쓰라렸다. 복선 전철화 공사로 인해서 남아 있는 모습들까지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그럴 수밖에.

경춘선 김유정역. 아직까지 변함없는 모습이다.
 경춘선 김유정역. 아직까지 변함없는 모습이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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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 구석구석에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간이역의 정취를 더해준다.
 김유정역 구석구석에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간이역의 정취를 더해준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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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어느덧 첫 번째 목적지인 김유정역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찾은 김유정역. 예전에 찾았을 때와 한 가지 다른 점은 역 승강장부터 역사 주위까지 온통 바람개비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일까.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을 통해서 간이역의 정취가 더욱 느껴진다.

김유정 문학촌. 복원된 김유정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김유정 문학촌. 복원된 김유정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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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을 나와 역 앞에 있는 막국수집에서 점심을 한 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김유정 문학촌으로 가본다. 김유정 문학촌도 정말 오랜만에 찾는다.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대충 둘러보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유정 생가부터 문학관까지 세세하게 둘러본다.

김유정 문학촌은 한마디로 "김유정의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다. (왼쪽 두 장의 사진은 소설 "봄봄"의 내용을 닥종이로 표현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김유정 동상.)
 김유정 문학촌은 한마디로 "김유정의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다. (왼쪽 두 장의 사진은 소설 "봄봄"의 내용을 닥종이로 표현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김유정 동상.)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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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안에는 그야말로 "김유정의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다. 그의 생애부터 작품 활동, 그의 문학세계, 그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 정보 등등 관람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 있다.

일전에 학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을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김유정은 향토적 작가가 아닌 사실주의 작가라고. 사실 생각해 보면 그의 작품 안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묻어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만무방"에서 동생 응오가 자신이 수확한 볏단을 훔칠 수밖에 없던 상황, "봄봄"에서 그려지는 농촌의 궁핍한 생활상, 그리고 그 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이 곳 문학관에서 김유정만의 색깔로 그 시대상황의 모습들을 그려냈던 작품들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 그의 작품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 그의 작품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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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을 나와서 생가를 둘러본다. 문학촌 바로 맞은 편, 실레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유정의 고향이자 시대상황을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그가 쓴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 그런 실레마을을 바라봄으로써 짧은 생을 살았지만 주옥같은 많은 작품을 남긴 김유정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생각해본다.

다시 처음 그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버스에 오른다. 30여 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남춘천역에 내린 뒤, 1시간 정도를 기다려 다시 소양강댐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서 소양강 댐에 도착한다.

소양호. 내륙의 바다라는 별칭에 맞게 저 멀리까지 호수가 퍼져 있다.
 소양호. 내륙의 바다라는 별칭에 맞게 저 멀리까지 호수가 퍼져 있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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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찾은 소양강댐. 아직까지 추운 날씨 탓인 것도 있지만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여서인지, 소양강댐 정상은 썰렁하기만 하다. 하지만 "동양 최대의 사력댐", "내륙의 바다"라는 별칭에 걸맞게 호수는 정상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저기 멀리까지 펼쳐져 있음을 본다.

선착장을 향해서 걸어가 본다. 걸어가는 길에 이전에는 없었던 건물 하나가 떡 하니 서 있다. 바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세운 '소양강댐 물 문화관'이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늦어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청평사와 함께 다음을 기약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쯤, 저 멀리 산으로 해가 진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쯤, 저 멀리 산으로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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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추워 선착장까지 가지 못하고 소양강댐 광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저 멀리까지 펼쳐진 호수를 바라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호수는 변함이 없는데, 나는 왜 이렇게 변했는지. 예전과 내가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하는 생각들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저 멀리 지는 해를 마음 속에 담은 후에 인터넷에 미리 알아두었던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버스 노선이 돌아가는 노선이라 꼬박 1시간이 걸려서 목적지 근처에서 내린다. 그런데 내려서도 한참을 헤맨다. 꼬박 30분을 헤맸을까.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은 7시 40분쯤에 카페에 도착한다.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작은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카페 내부를 카메라에 담는다.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작은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카페 내부를 카메라에 담는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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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사색에 잠겨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오늘 일정과 점점 바뀌는 경춘선의 모습들.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 안 곳곳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치 감성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을 떠나기 전 남춘천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춘천을 떠나기 전 남춘천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 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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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0여 분 정도 머물다가 기차시간 맞춰 카페를 나온다. 남춘천역에서 기차를 타기 전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기차에 오른다. 9시 10분 정시에 맞춰 기차는 출발한다. 방금 들렀던 김유정역을 지나고 북한강을 따라 성북역을 향해 가고 있다.

성북역을 향해 가면서 기차는 많이 바뀐 경춘선의 모습을 지나칠 것이다. 변해가는 경춘선을 안타까워하는 기적소리를 울리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청소년 언론인 스스로넷뉴스에도 동시 송고 되었습니다.



태그:#경춘선, #김유정역,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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