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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연일 만평과 관련한 찬반논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 뜨거운 논쟁에 휩싸인 원주시청 홈페이지 원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연일 만평과 관련한 찬반논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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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홍보지가 언제부터 욕설홍보지로 바뀌었습니까?"
"원주시 멋집니다… 원주시장님, 행복하시겠어요.^^"
"서울사람입니다, 원주에 훌륭한 분들이 많군요!"

어수선한 시국은 조용하던 지역까지 파고들었다. 강원도 원주시가 세간의 주목 대상이 됐다. 그것도 시정 홍보지에 실린 만평 한 컷에서 비롯됐다. 지역언론과 원주시청 홈페이지 자유토론방이 연일 들썩들썩하고 있다. 특히 시청 홈페이지는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을 옮겨 놓은 듯하다.

원주시가 지난 1일자로 발행한 시정홍보지 <행복원주> 만평 한 컷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흐릿한 글이 실린 만평이 시민들에게 배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항의와 격려 등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모(44)씨가 그린 만평은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란 제목으로 시민들이 호국영령 위패 앞에서 묵념하는 내용이다. 얼핏 보기엔 평상시 그가 그리던 만평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패 하단에 '이명박 ×××','이명박 ○○○' 이라는 욕설이 섞인 문구가 쓰여 있다. 비난문구는 글자가 누워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시정 홍보지 비방 파문 단순보도에 열 올리는 지역신문과 방송들

<강원일보>가 가장 앞서 연일 속보로 관련기사 내보내고 있다.
▲ 직위해제 이어 원주시장 사과까지... <강원일보>가 가장 앞서 연일 속보로 관련기사 내보내고 있다.
ⓒ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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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 등 지역신문과 방송사들도 연일 앞 다퉈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음을 전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그러나 단순 사실보도에만 전념하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묻어난다.

'시정 홍보지에 대통령 비방 … 파문 확산' 
'원주시 대통령 비방 만평가 경찰 고발'
'시, 책임 물어 공보담당관·정책홍보담당 직위해제'
'김기열 원주시장, 대통령 욕설 만화 파문 대국민 사과'

지역언론에 장식된 헤드라인이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또한 당사자의 해명과 소명의 기회 없이 직위해제가 왜 이토록 연대적으로, 그것도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의 의문제기와 근원적인 문제점에 대한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원일보>는 18일 '시정 홍보지에 대통령 비방 … 파문 확산' 기사에서  "현직 대통령을 향한 욕설이 실린 시 공식 홍보물이 전국으로 배달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황당한 사건은 17일 오전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공식 블로그에 한 시민이 캡처 화면과 함께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그러나 원주시 관련부서는 시정 홍보지가 발행된 지 2주일이 넘도록 이 같은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및 조문 시점이었던 것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 해당 시사만화가를 즉각 불러 엄중 질책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사는 또 "문제의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 최모씨는 전화통화에서 '원주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다. 시사만화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시보에 실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인정한다. 좋은 이야기만 한다면 시사만화의 생명력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행복 원주'는 회당 2만2000부 발행되며 시민,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로 배송되고 1500여 부는 다른 시·도에 거주하는 원주 출신 인사들에게 발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당혹해 하는 분위기... 관련 공무원들 즉각 직위해제?"

파문을 불러 일으킨 시사만평 한 컷.
▲ 원주시청 홍보지 만평 파문을 불러 일으킨 시사만평 한 컷.
ⓒ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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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신문과 방송들도 연일 원주시 시사만화 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의제가 대동소이하다. 언론은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일제히 "원주시가 대통령 비방 만평가를 경찰에 고발했다"며 "시는 책임을 물어 공보담당관·정책홍보담당을 동시에 직위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당혹해 하는 분위기"라며 대통령 비방 파문이 더욱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강원일보>는 19일 "이번 파문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혹감과 함께 분노가 교차하는 분위기를 나타냈다"며 "이날 청와대 한 관계자는 본보 출입기자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 작가가 시사만화의 생명력 운운했다는데 이것은 그와는 다른 차원의 일이 아니냐'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급기야 김기열 원주시장이 대통령 욕설 만화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는 상황까지 끌어냈다. 19일 지역신문과 방송들은 "시정홍보지에 대통령 욕설 만화 게재로 인한 파문과 관련해 김기열 원주시장이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식 사과했다"며 "김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시의 명예를 실추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속보로 보도했다. 

김 시장은 이날 "시가 발행하는 시정홍보지 6월 1일자 제12면 하단의 만화 문양속에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가 표기된 채로 인쇄 및 배포돼 이를 본 시민들과 출향시민, 언론보도를 통해 내용을 안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시사만화가 최씨의 만화는 시정홍보지를 시민들이 좀 더 흥미를 갖고 읽도록 하기 위해 기고 받아 게재한 것이며 2002년 8월 이래 내용이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으나 문제의 만화는 문자를 식별이 곤란하게 무늬처럼 표기해 관계 공무원들이 이를 수정하지 못한 채 인쇄·배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는 관계 공무원들의 치밀하지 못한 업무수행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므로 엄중한 책임추궁 등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라며 거듭 사과했다. 이에 앞서 원주시는 18일 시사만화가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원주경찰서에 고발하고 김모 공보담당관과 최모 정책홍보담당 등 2명의 담당공무원에 대해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다.

누리꾼들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만평가 최씨를 지지한다"

<강원도민일보>의 관련기사.
▲ 만평 작가 고발 <강원도민일보>의 관련기사.
ⓒ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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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사만화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그림 속 상형문자와도 같은 흐릿하고 짧은 두 단락 문장으로 인해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지, 뒤늦게 언론에 공개되자 책임을 물어 담당공무원을 둘씩이나 즉각 직위해제하면서 소명의 기회는 충분히 주었는지, 뒤숭숭한 시국에 왜 이런 만평이 등장하게 됐는지 등에 관한 심층적인 언론의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시시콜콜한 지역문제까지 파고들던 지역언론의 상관조정 기능과 그 역할을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네티즌들의 뜨거운 논쟁이 시청 홈페이지를 달구고 있다. 원주시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한때 다운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행복원주> 홈페이지의 경우 "죄송합니다. 시스템 장애로 연결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남겨진 채 18일 오후 정상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만평가는 민중의 울림을 대변하는 사람. 즉, 거대 권력을 향해 용감하게 일침을 놓을 수 있고, 그것이 힘들다면 시나, 그림을 통해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줄 알아야하는 사람"이라며 "한마디로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를 소명의식으로 삼고 활동하는 예술가"라고 충고했다.

일부 네티즌은 "우리 스스로 뽑은 정부 수장을 욕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가하거나 어떤 식으로도 압력을 행사한다면 결국 북한과 다를 게 없다"며 "만평가 최씨를 지지한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시정 홍보지에 악의적으로 욕설을 숨기듯이 표현한 것은 정당하지 못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입장의 글을 올리는가 하면 "시정홍보지가 시정을 홍보해야지 정치적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파장이 불거지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이야기만 한다면 시사만화의 생명력은 없다"는 만평가 최씨의 말처럼 표현의 자유는 고사하고 표현의 원천인 상상의 자유마저 짓눌린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태그:#욕설만평, #만평파문, #원주시청, #이명박, #시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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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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