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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지역언론 장악 길 열렸다."

"'미디어법 날치기' 정권 퇴진운동 돌입."

 

지역언론 종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면투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탄식과 분노, 두려움이 뒤범벅됐다. 강력한 저항 기제를 작동하게 한 동인은 '비민주적인 미디어법 통과'다.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던 지역신문들이 24일 일제히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3개 신문사로 방향을 돌렸다.

 

23일에 이어 이날 지면에 묻어난 의제는 온통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후 불어 닥칠 후폭풍에 초점을 맞추었다. 점차 강도가 더해만 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미디어법 통과 후 정부와 한나라당의 몰염치한 태도, 최대 수혜자로 지목돼 온 족벌신문들의 불만 섞인 반응과 표정관리 등은 오히려 자극제로 작동하고 있다. 

 

대부분 같은 신문협회소속 회원사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특정 3개 신문사를 향해 지역 회원사들이 공동의 날을 세운 것은 1957년 한국신문협회 전신인 한국일간신문발행인협회 창립 이래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개정된 미디어법의 논리대로라면 <조·중·동>의 지역언론 장악의 길이 열렸다는 주장이 이구동성으로 제기돼 눈길을 끈다. 다양성은커녕 지역여론의 대변자 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조성되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언론, 특정 거대신문의 먹잇감으로 전락..."

 

<부산일보>가 단단히 화났다. 23일 ''조중동' 지역언론 장악 길 열렸다'는 제목에서 읽혀진다. 기사에선 더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미디어법 통과로 지역언론의 고사는 곧 지역 여론의 대변자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개정 신문법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개정 신문법에는 '신문·뉴스통신 또는 방송사업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는 자는 다른 일간신문 또는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다'는 기존 신문법 15조 3항이 삭제됐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어 기사는 "이는 한 신문사가 무조건 여러 신문을 거느리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신문사나 방송사가 다른 일간신문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렸고, 지역시장 확대를 노리는 조·중·동 같은 거대 신문사가 규모가 작은 지역 신문들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또 "이 같은 정부 기류로 인해 현재 신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가 아닌 현실임을 강조했다. <부산일보>의 걱정과 불안은 이날 사설에서도 나타났다. '풀뿌리 지역언론 위기 가중시킨 미디어법'이란 제목의 사설은 "어제 처리된 개정 신문법으로 이제 거대 신문사의 지역신문 인수도 가능하게 됐다"며 거듭거듭 우려했다.

 

<경남도민일보>도 전날에 이어 더욱 강도를 높였다. 24일 '신문시장 부익부 빈익빈, 지역성· 여론다양성 파괴'란 제목의 '지역신문 공동취재단' 명으로 보도된 기사가 시선을 끈다. "조·중·동 등 특정 거대신문들은 방송진출 외에 신문시장 장악을 통해 여론 독과점으로 나아가는 사실상 특혜를 받게 된 반면 지역신문들은 더욱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못을 박았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신문법, 방송법을 강행처리하면서 지역 언론학계, 시민사회단체 및 지역언론들이 '여론다양성'과 '지역성'을 파괴할 수 있다며 반대했던 사안 대부분을 무시한 채 통과시켰다"는 기사는 "이에 자본력이 취약한 지역신문들은 방송진출이 불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특정 거대신문의 먹잇감으로 전락, 이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기사는 한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이 신문법, 방송법을 개정함에 따라 거대 특정신문들은 신문과 방송 전반에 걸쳐 이중 혜택을 받으며 '여론 독과점'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비해 한나라당 강행처리의 최대 피해자인 지역신문들은 이·삼중의 타격을 받으며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담았다.

 

이 신문은 사설 '미디어법 통과가 몰고 올 파장'에서도 "이제 '미디어 장악법'을 통해 정부와 의회와 언론에 대한 보수 세력의 지배는 확고해졌다"며 "자기들끼리 권력을 주고받으며 지배하는, 사실상 독재의 기반이 확립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경남지역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관련해 정부·여당을 규탄하며 정권 퇴진운동 돌입을 결의했다"는 기사와 사진을 함께 실어 주목을 끌었다.  

 

[대구·경북] "신문법 무용지물... 다른 보호대책 시급"

 

<영남일보>도 전날에 이어 일반기사와 사설에서 다가올 후폭풍을 우려했다. '공정위가 불공정 조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선 최근 지면파업시 제기했던 신문고시 문제를 다시 들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의 근거규정인 신문법 제10조의 존치에도 불구하고 신문고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둬들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이 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몰제를 앞세워 신문고시를 폐지할 경우 신문법 제10조는 '상징'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신문고시를 위반하는 신문사에 대한 제재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신문시장은 무한경품과 무가지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지역신문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논리다. 이 신문의 사설 '개악 신문법…잦아드는 지방의 목소리'에도 불안감은 가득했다.      

 

"지역신문의 위기는 바로 지방의 위기와 연결된다. 중앙의 거대신문들이 지방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경우는 없다. 있다면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사탕발림이 고작이다. 그들이 언제 수도권 규제철폐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가.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지방이 힘을 합쳐 규제철폐를 반대할 때 그들은 국가 경쟁력을 앞세워 규제의 철폐를 주장했다."

 

<매일신문>은 노골적으로 지방신문 보호대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지방신문 보호 대책 시급하다'란 사설에서다. "그동안 지역 균형 발전이나 수도권 규제 철폐 등 지방의 이익이 걸린 정책 사안에 대한 중앙 일간지의 보도 방향은 철저히 중앙 또는 수도권 중심이었다"는 사설은 "따라서 지방신문의 고사를 막기 위한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했다.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신문고시 말고 더 강력하고 효력 있는 지방언론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는 것이다.

 

[광주·호남] "날치기 처리 무효... 정권퇴진 투쟁" 목소리 확산

 

호남지역 일간지들도 전날에 이어 일반기사와 사설에서 자본의 논리로 급격하게 재편될 언론시장을 크게 걱정했다. <무등일보>는 '미디어법 거센 후폭풍'이란 1면 머리기사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날치기 처리 무효…정권퇴진 투쟁"을 외친 목소리를 부각시켰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등 2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미디어공공성연대가 23일 한나라당 광주시당에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관련, 항의 서한 전달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는 기사는 광주전남미디어공공성연대는 이날 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디어법 날치기 상정과 표결이 원천무효임을 당당히 선언하고, 정권퇴진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기사에서 이들은 "강행처리 된 미디어법은 방송의 중앙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지역의 권리를 대변하고, 지역의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는 지역방송의 기능은 현저하게 위축될 것이다"며 "또한 지역언론의 발전을 저해하고, 건전한 지역여론의 형성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사설 '지역언론 위기로 내 몬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도 우려를 가득 담았다.

 

"가뜩이나 자본의 힘을 앞세운 거대 중앙 언론이나 재벌이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전문채널에라도 진입하게 될 경우 중앙의 관점이나 중앙의 목소리만 더욱 커지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앙의 시각을 지역에도 침투시키면서 지역 목소리를 더욱 위축시키게 만든다."

 

전북지역의 거센 반발도 지면에 반영되고 있다. <전북도민일보>는 이날 '미디어법 강행 날 선 반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디어 법안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권상정 처리된 후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며 "미디어법 폐기를 위한 시민문화제가 열렸는가 하면 미디어 법 강행처리에 대한 비판 입장을 내세우는 도내 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줄이어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북일보>도 '도내 기독교계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 선언'의 기사에서 "전북지역 기독교계 지도자와 목회자들이 강행처리 된 미디어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을 계속 벌여나갈 것을 결의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대전·충청] "중앙지, 지역 언론 장악 길 뚫렸다"... '불안'

 

이 지역 일간지들도 지역신문의 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중도일보>는 사설 '중앙지, 지역 언론 장악 길 뚫렸다'에서 "이 정권 들어서 언론정책은 지역언론을 야멸치게 내쳐왔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안을 뒤집고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133억 원을 삭감한 전력이 있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어 사설은 "중앙지에게 지역 신문을 인수하거나 새로 창간해 지역 신문을 체인화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었다"면서 "최근 충청권은 거대 중앙지들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도시 건설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규제 철폐 반대 등 지역의 이익이 걸린 정책 사안과 관련한 중앙 언론의 편향된 시각은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침해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설은 "중앙지가 지배하는 지방신문의 보도 방향은 모(母)회사와 다르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일보>도 이날 사설 '미디어 빅뱅에 가려진 지방신문 위기 직시를'에서 "새로운 미디어법 등장으로 지방언론 특히 지방신문 산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거대언론이 지방언론시장까지 장악하고 중앙 위주의 보도를 양산해 언론에서 '지방'이 실종되는 현상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거들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거대자본을 앞세운 신문이나 방송들이 철저하게 서울 중심, 중앙 중심이라는 점"이라면서 "지방신문과 지방언론의 위축은 언론 다양성이 붕괴되고 지방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게 분명하다"고 사설은 거듭 강조했다.

 

[강원] "최문순의원 사퇴 선언... 정치적 네트워크 걱정"

 

<강원일보>는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지역출신 정치권 인사들에게 불어 닥치는 불안한 기류를 걱정했다. 

 

'춘천출신 최문순 의원, 의원직사퇴 전격 선언'의 기사에서 "춘천 출신 민주당 최문순(비례대표)국회의원이 23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며 "MBC 사장 출신인 최 의원과 함께 보좌진도 이날 의원회관에서 전원 철수했으나 국회법은 의원직 사퇴의 경우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허가로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 절차는 남아있는 상태다"고 전했다.

 

또 사설 '강원도 정치적 네트워크 초토화되나'에선 "강원도의 정치적 네트워크가 초토화되고 있다"며 대법원이 23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욱철(강릉) 국회의원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재선의 이광재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최 의원까지 의원직을 잃게 됨으로써 강원도의 정치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고 무거운 분위기를 반영했다.

 

"도 선량(選良)들이 구속되고 의원직을 상실함으로써 중앙정치권에서의 도 영향력 축소는 물론 현안해결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어 걱정이다"고 한 사설은 "지역의 SOC 확충, 원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현안이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고 걱정했다.

 

[제주] '미디어법 통과 규탄, MB악법 저지' 분위기 고조

 

제주지역도 미디어법 통과 이후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제민일보>와 <한라일보>는 '제주서도 미디어법 통과 규탄', "MB 퇴진·한나라 해체"란 제목의 기사에서 23일 열린 지역언론노조와 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미디어법 통과 규탄, MB악법 저지 총력결의대회' 소식을 비중 있게 전달했다.

 

이들 신문은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3일 오후 5시 30분, 제주시청 열린마당에서 제민일보, 한라일보 노조원 등 제주본부 소속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법 통과 규탄, MB악법 총력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며 "결의문에서 이들은 '22일 한나라당에 의해 언론악법이 날치기 통과 되었지만 우리는 국민과 함께 언론악법 폐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고 보도했다.

 

<제민일보>는 이 외에도 "거대신문 언론장악, 지역신문은 궁지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22일 통과시킨 미디어법에는 그간 지역 언론학계, 시민사회단체, 지역언론들이 여론다양성, 지역성을 파괴할 수 있다며 반대했던 사안 대부분이 포함됐다"며 "이에 따라 자본력이 취약한 지역신문들은 사실상 방송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정 거대신문의 먹잇감으로 전락, 이중의 타격을 받게 됐다"고 암울한 상황을 지면에 반영했다.


태그:#미디어법, #조중동, #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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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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