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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덤벼 덤벼. 뒤졌어~ 돼지만두야".
"돼지코 만두 비켜. 안돼~ 사람 살려."

1:1 격투 게임인 '윈드슬레이어'에 빠져 있는 아이는 '돼지만두'라는 몬스터를 만나 신나게 싸우고 있다. 몬스터인 돼지만두는 만두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악당 돼지다. 이를 먹어야 레벨8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어느덧 중간을 넘어서고 있다. 방학이 아이들에게 학교로부터 해방의 날이라면 엄마들에겐 얽매임과 구속의 시작이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아이들과 씨름하는 엄마들의 하루는 더 길고 지루하다. 그래서 엄마들은 얼른 개학날을 기다리는 걸까?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방학을 하면 아이들에게 생활계획표를 짜게 한다. 그것은 방학기간 동안 학원공부와 함께 아이들에게 적절한 시간을 잘 배분해 주어 규칙적인 생활로 방학을 잘 보내기 위함이다.

 운동중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아들이 '윈드슬레이어' 게임중 생각에 잠겨있다.
 운동중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아들이 '윈드슬레이어' 게임중 생각에 잠겨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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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기상... 방학중 생활계획표를 짜다

필자 역시 두 딸과 막내 아들을 두고 있어 아이들에게 방학중 계획표를 짜도록 했다. 목표가 있어야 행동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중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얘기다. 평소 잠이 많은 아들은 학교다닐 때 잠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그의 소원은 방학 동안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 것이리라. 그래서 아들이 작성한 방학 생활 계획표는 10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후 게임하고 오전을 보낸다. 이후 점심->바둑학원->체육관->저녁 먹고 잠자는 것이 하루 일과다. 이쯤 되면 거의 환상적인 방학생활이다.

초등 1학년이지만 너무 룰루랄라 라는 생각이 들어 아빠는 한가지를 더 추가했다. 하루 책 한 권을 읽으면 500원의 용돈을 주기로 '당근'을 제시한 것. 처음엔 욕심을 부려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가져왔다. 용돈에 눈먼 아들의 비장한 선택이었지만 그나마 얼마를 버티지 못하고 자세가 흐트러지는데 이번 방학동안 5000원을 받을지 의문이다. 목표는 40권이다.

방학은 때론 사람을 많이 변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길고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첫날 아들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깨었더니 그렇게 잠이 많던 녀석이 거실에서 열심히 TV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모두가 잠든 새벽6시. 유선방송에서 하는 메탈베이블레이드라는 만화에 빠져있다. 평소와 다른 아들의 그런 변신은 놀랍다. 어제까지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놀란아빠= "잉, 우리 아들이 웬일이냐?"
잠꾸러기= "잠이 안 와서 테레비 보고 있어요"
놀란아빠= "테레비 보려고 일찍 일어났어?"
잠꾸러기= (씩 웃으며)"응"

만화에 열중하는 아들의 눈이 말똥말똥하다. 아들의 방학 첫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채 '윈드슬레이어'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채 '윈드슬레이어'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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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방학이 며칠 지나자 점점 더 잠은 늘었고 이제는 아들의 기상시간은 10시로 굳어가고 있다. 또한 하루 일과는 학원을 다녀오면 또 게임에 매달린다. 워낙 게임을 좋아하던 터라 웬만한 게임은 두루 섭렵했고 어깨 너머로 배운 크레이지아케이드 게임은 이미 누나들의 실력을 넘어선 고수의 경지에 오른 지 오래. 얼마 전부터 윈드슬레이어 게임에 쏙 빠졌다.

엄마.아빠가 집을 비울 때면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니 이건 아니다 싶다. 그래서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 버렸다. 그런데 그것도 얼마 오래가지 못했다. 하도 조르고 귀찮게 해서 비번이 들통나서 이제 뭔가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아들의 오른팔이 골절되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에게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태권도장을 다니는 아이가 집에서 태극 품세를 연습을 하다가 잘못 넘어져 팔이 골절된 것이다. 그것도 아들의 오른팔이…. 게임을 할 때 키보드를 조작하는 오른팔의 중요성은 다 아는 사실. 놀란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에 금이 가서 결국 깁스를 하게 되었다.

이후 아들은 당분간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까불던 아이가 많이 얌전해졌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것일까?

오른손을 다치자 이제 모든 것을 왼손으로 해야 한다. 일상생활 중 젓가락질, 세수, 심지어 화장실을 본 후에도 왼손으로 닦아야 하는 불편함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컴퓨터를 하고 싶어도 한손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손을 못쓰자 이제 엄마의 일손이 더 늘었다. 때론 깁스를 하고 팔걸이를 목에 걸고 자는 아들의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동안 컴퓨터에 빠져있던 아들의 습관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싶었다.

깁스한 아들... 당랑거철(螳螂拒轍) 폼잡다

그런데 그 바람은 얼마 오래가지 못했다. 아마 깁스를 한 지 보름 가까이 흘렀을까? 회사에서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아들의 행동에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했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아들은 아주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왼손과 깁스한 어설픈 오른손의 놀림은 더욱 우습게 보인다. 아마 다친 손의 통중이 좀 괜찮아지자 다시 게임을 시작한 모양인데 빠르게 양손으로 게임에 적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게임은 계속되었고 마치 안쓰던 손의 신경을 자극시켜 손의 감각을 되찾기라도 하듯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게임이 잘 안 풀리자 입으로는 '야 돼지새끼'하며 몬스터에게 소리를 지르는 아들의 모습. 이것이 제발 꿈 이길 바래본다.

한손에 깁스를 한 아들은 게임중 마치 무림고수를 자처하기라도 하듯 열심히 키보드를 두둘겨  칼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아들의 행동은 마치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가로막겠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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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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