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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멀리 전남 신안에 다녀왔습니다. 신학교 졸업 동기생들과 만남을 갖고자 함이었습니다. 신안군 안좌도에 있는 삼두교회에서 그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육지에서 모인 일행들은 압해도에서 배를 타고 암태도 선착장을 거쳐 자은, 팔금, 안좌도로 연결되는 다리를 타고서 그곳 삼두교회까지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압해도 선착장에 떠 오른 배는 10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철로 된 배, 일명 철부선이 뜨기 전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과연 배가 뜰 수 있을지 걱정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배는 안개에도 아랑곳없이 이내 출발하였고, 30여 분 가량 운행하여 암태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뱃머리가 암태도에 도착하기 전에, 배 안에서는 어른 아이들 할 것 없이 한바탕 웃음거리들을 쏟아냈습니다. 더욱이 심야전기가 깔려 있어서 배 안은 따뜻한 온돌방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신이 났던지 그야말로 배 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정도였습니다.

암태도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 이미 그곳에서 목회하고 있는 동기생 두 명이 봉고차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 동기생들은 안좌에서 5년 넘게 목회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우리가 장소를 정해 예배와 회의, 식사 그리고 게이트볼을 하기로 한 곳은 삼두교회였는데, 우리를 태운 봉고차는 20분 달려서, 삼두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그 교회는 7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꽤 젊은 분들이 살고 있어."

"왜 그런데?"

"우리 동네 앞에서 뻘낙지가 나오거든."

"그거 한철 아니야?"

"우리 동네는 1년 12달 계속 나오거든."

"그것 참 좋겠네."

"낙지도 그렇고 농사도 많이 지으니까 젊은 분들이 많아."

"동네분들이 수입원이 있으니까 그나마 여유가 있겠네."

"그래도 여기 오자마자 장례식 두 건 치렀어."

"그래. 고생했겠다."

 

시골 농촌 사람들 가운데 젊은 40대와 50대가 살고 있는 곳이 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만큼 낙지와 농사가 이곳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자원인 듯 싶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점심 때 밥상으로 올라온 것은 순전 낙지 밥상이었습니다. 낙지전골에다, 생낙지에 참기름에 발라 한상 푸짐하게 올려놓았습니다.

 

나도 오랜만에 낙지 구경을 한 터라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전골도 맛났고, 참개도 맛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기름에 버무린 생낙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한 상에 두 접시나 되는 생 낙지가 올라왔는데, 우리들은 거뜬히 네 접시는 비웠던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이름 하여 동기회 모임인 '옥토회' 회의를 했습니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간 끝에, 장소를 옮겨 게이트볼을 했습니다.

 

그곳 담임목사인 박철수 목사는 주일마다 동네 어르신들과 게이트볼을 한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실력이 최고였습니다. 다른 동기들도 그것이 어렵지 않은 까닭인지 금방 잘 했는데, 이동거리도 짧고, 서로 간에 팀끼리 협력할 수 있는 게임이라, 어르신들을 위해 그 보다 더 좋은 게임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들 그곳에서 사진 한 컷씩을 찍고 있는 동안 나는 잠시 형님이 목회하고 있는 암태 중부 교회에 들렀습니다. 형님은 그곳에서 15년 넘게 목회하고 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간 것을 형님 얼굴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 패기를 갖고 그곳에 들어간 형님은 어느새 중년이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내 형님을 보노라니, 문뜩 농어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이 정말 고생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도 없이 오직 그곳에 파묻혀 동네 사람들을 아버지 어머니처럼 보살펴 드려야 하니, 그 한 곳에 메여 있는 삶이 얼마나 고독할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도심 목회자들보다 그곳 목회자들의 하늘 상급이 그래서 더 클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형편을 알고 있는 나는, 내가 만나는 목회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가끔 하기도 합니다. 한국교회는 각 교단 차원에서 쉼터와 실버타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사실 도심 목회자들은 은퇴하면 형편이 닿는 한 노후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지만, 농어촌 목회자들은 그런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임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한평생 농어촌에서 동네 사람들과 더불어 살다가 막상 은퇴하게 되면, 그 분들이 머무를 곳이 없게 됩니다. 그 경우 자식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뿐입니다. 이번 삼두교회를 둘러봐도 마찬가지일 듯 싶었습니다. 그런 형편들 때문에라도 농어촌 목회자들이 마음 놓고 목회하다가, 은퇴했을 경우 그 실버타운에 여생을 맡긴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모임을 통해, 섬에서 목회하고 있는 동기생들의 현장을 엿볼 수 있어서 정말로 뜻 깊었습니다. 더욱이 이번 모임에 내가 참석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점교회와 두암교회에서 부조를 보내왔기에 가능한 일인데, 그 교회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마음껏 쉬고 먹고 또 여유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산두교회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 교회 담임 목회자들이 내 동기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태그:#동기모임, #농어촌교회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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