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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해수욕장 위 하늘에 떠 있는 대형 연들
 다대포해수욕장 위 하늘에 떠 있는 대형 연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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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둑길을 달리는 자전거도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특별한 매력을 가졌다. 다대포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시작해, 낙동강 하굿둑을 지나, 구포대교 밑에서 끝나는 강변길은 자연이 간직하고 있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미니벨로를 타고 온 다음 날 아침, 자전거 수리를 위해 부산의 한 자전거 매장에 들렀다. 그때, 그곳의 매장 주인에게서 "낙동강 습지에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감성이 참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낙조를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할 수는 있겠지만 눈물까지 날 까닭이 무얼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에 왠지 마음이 끌렸다. 낙동강의 어떤 풍경이 그의 마음을 울린 것일까, 궁금했다. 부산에서 제일 먼저 자전거를 타고 가봐야 할 곳은 그때 정해졌다.

낙동강 습지. 이곳의 습지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이다.
 낙동강 습지. 이곳의 습지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이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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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는 잔잔하게 흔들리는 수면과, 습지를 가득 덮은 빛바랜 갈대와, 이제 막 연둣빛 어린잎을 피우기 시작한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가슴을 울리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위로 낙조가 지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한낮의 태양빛을 받아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낙동강은 굳이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습지 위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은 꾸미지 않은 순수함,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상태의 자연스러움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시시각각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강변 풍경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구포대교까지 가는 자전거도로는 다채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 길의 대부분은 화사한 꽃길이다. 길 가에 개나리를 비롯해 진달래, 목련 등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다만 올해에는 왕벚나무만 개화가 늦다. 이제 겨우 꽃망울을 맺고 있다.

조만간 왕벚나무마저 모두 꽃을 피우고 나면, 이 길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자전거도로가 될 게 분명하다. 온통 순백색 꽃 터널을 이룬 자전거도로, 만개한 왕벚나무 꽃그늘 아래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들뜬다.

낙동강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는 사람들. 왼쪽은 갈대밭, 오른쪽은 산업단지 앞 도로.
 낙동강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는 사람들. 왼쪽은 갈대밭, 오른쪽은 산업단지 앞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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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자전거도로는 왼쪽으로는 낙동강을, 오른쪽으로는 도로를 끼고 달린다. 한쪽에는 강물이 갈대숲을 적시며 잔잔하게 흐르는 광경이, 또 다른 한쪽에는 신평장림산업단지 앞을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란스런 광경이 펼쳐진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겐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광경이다. 그렇지만,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낙동강 위로 펼쳐진 고요한 강변 풍경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자전거도로와 강변 풍경에 몰입이 되어 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소음을 잊는다.

이 길을 가는 동안, 주변 풍경이 한없이 발길을 잡는다. 수시로 자전거에서 내려 강가로 다가간다. 같은 풍경, 비슷한 장소이지만 시시각각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 길에서 왕벚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모습을 보지 못한 게 끝내 아쉽다. 시간만 허락이 된다면 새하얀 꽃비가 내리는 날, 이 길을 다시 한 번 더 달려보고 싶다.

낙동강 둑길 자전거도로.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새하얀 꽃터널을 형성한다. 왼쪽이 보이는 것이 낙동강 하굿둑.
 낙동강 둑길 자전거도로.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새하얀 꽃터널을 형성한다. 왼쪽이 보이는 것이 낙동강 하굿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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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자들을 홀리기 딱 좋은 자전거도로

부산은 자전거타기에 까다로운 지형을 갖추고 있다. '산복도로'나 '달맞이길'을 다녀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부산을 단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산 시내 곳곳의 굽이치는 도로를 수시로 오르내려야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동네마다 언덕이 지천이다. 걸어 다니는 것조차 수월치 않은 곳이 많다. 이런 곳에서는 자전거 타는 일이 만만치 않다. 웬만한 근력과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자전거에 정을 붙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부산 사람들이 아예 자전거타기를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다.

삼락강변공원 자전거대여소 앞에 자전거를 빌려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삼락강변공원 자전거대여소 앞에 자전거를 빌려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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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산 사람들은 어디에서 자전거를 탈까? 낙동강 둑길을 달리는 자전거도로 중간에 '삼락강변공원'이 있다. 그곳에서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과 마주쳤다. 자전거대여소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무슨 사단이라도 난 걸까? 그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매우 부산하다.

가까이 다가가 봤다. 웬걸, 모두 자전거를 빌려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자전거는 이미 동이 나 있는 상태. 그런데도 자전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십 명. 이런 형국이면 그만 자전거타기를 포기할 법도 한데, 사람들은 계속 대여소 앞으로 밀려든다.

당연히 자전거를 빌려주고 반납 받는 구청 직원들 역시 정신없이 바쁘다. 줄을 서면서까지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 사람들. 부산 시민들의 자전거를 타고자 하는 욕구가 모두 이곳에 집중되어 있는 듯한 인상이다. 같은 무료대여소라도 서울에서는 자전거가 이렇게 불티나게 나가는 광경을 보지 못했다.

삼락강변공원 안의 유채꽃밭.
 삼락강변공원 안의 유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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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강변공원은 부산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이다. 주말이면 부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까지 나들이 삼아 찾아온다고 한다. 각종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어 운동을 즐기는 것은 물론,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자전거여행에 지쳤다 싶을 때, 이곳에서 잠깐 쉬어갈 만하다.

부산이 자전거 타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해서 자전거를 위한 시설마저 미비한 것은 아니다. 비록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기는 하지만, 시내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개설 되어 있다. 사실 산악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지형이 오히려 더 반가울 수도 있겠다. 거기에 낙동강 둑길처럼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환상적인 자전거도로가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든 미니벨로를 타고 가든,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구포대교까지 가는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홀리기 딱 좋은 길이다. 하늘 아래 거슬림이 없이 넓게 퍼져 나간 풍경, 그 끝이 어딘지 모를 갈대밭에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변 모래사장은 낙동강이 바닷물과 만나는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 마침내 해질 무렵, 그곳의 낙조전망대에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는, 낙동강 서쪽 하늘 위로 지는 해를 한 곳에 오랫동안 지켜서서 바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해가 지는 낙동강. 강물 위로 배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지나가고 있다.
 해가 지는 낙동강. 강물 위로 배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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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로 해가 진 뒤, 붉게 물든 서쪽 하늘.
 산 너머로 해가 진 뒤, 붉게 물든 서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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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동 경로. 1) 다대포해수욕장, 2) 을숙도, 3) 구포대교.
 자전거 이동 경로. 1) 다대포해수욕장, 2) 을숙도, 3) 구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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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자전거도로는 바닷가 풍경과 강변 풍경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길은 직선에 가깝다.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는 일 없이 끝까지 달릴 수 있다. 낙동강 하구언에서 구포대교까지는 반대편 강변으로도 자전거도로가 놓여 있다. 구포대교까지 갔다가 다리를 건너 반대편 강변을 달린 다음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너 되돌아올 수도 있다. 편도 약 20km.

서울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고속 버스나 철도를 타고 가, 구포역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일정을 잡아볼 수 있다. 그리고 다대포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다시 서울로 되돌아오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이곳의 낙동강 구역도 4대강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강변에 공사 해당 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그리고 강 건너편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이곳 역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중인 4대강 사업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낙동강 습지를 보전하는 데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낙동강 둑길 자전거도로의 다양한 모습들
 낙동강 둑길 자전거도로의 다양한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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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28일(일)에 다녀 왔습니다.



태그:#자전거여행, #낙동강, #다대포해수욕장, #을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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