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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판기. 중간 두번째 줄 좌측이 콘돔이 설치된 곳입니다
 무인 자판기. 중간 두번째 줄 좌측이 콘돔이 설치된 곳입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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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아침 일찍 선거를 하고 사무실에 출근을 했습니다. 경찰은 임시 공휴일에 더 바쁜 듯합니다. 선거일이나 수능일이 대표적입니다. 어제도 '갑호비상'으로 전 경찰관들은 지하철이나 중요시설 등에서 현장 근무를 했습니다. 내·외근 모든 경찰관들이 말이죠.

저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을지로 4가와 5호선 청구역에서 중부경찰서 형사분과 같이 근무를 했습니다. 2호선과 5호선으로 환승하는 곳인 을지로 4가역에는 연결 통로 주변에 무인 자판기가 여러대 설치돼 있습니다. 그 자판기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쿠키나 스낵 종류와 함께 휴지가 비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콘돔 두세 종류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 무인 자판기에서 10대로 보이는 남학생이 콘돔 두통을 뽑았습니다. 당시 옆에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도 같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변을 조금 의식하는 듯하더니 잽싸게 뽑은 콘돔을 집어넣고는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10대 콘돔 사용, 불편한 시선만 보내서 될 일인가?

콘돔 사용 권장 포스터
▲ 에이즈 예방 포스터 콘돔 사용 권장 포스터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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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콘돔 자판기를 10대들이 이용한다면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2009년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발표한 '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행태 조사'에 따르면 13~18세 중·고등학생 가운데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은 평균 5.1%였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피임 실천율이 41%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산부인과>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콘돔 사용법을 알려주는 성교육 장면을 내보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극중에서 산부인과 의사인 서혜영(장서희 분)은 1일 성교육 강사를 맡아 고등학생들에게 콘돔 사용법과 피임약 복용법, 에이즈 대처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연간 10시간의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는 콘돔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교육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청소년들에게 '이성 교제는 대학에 가서 해라'라고 하거나 '성관계는 네가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저 또한 그렇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 다릅니다.

청소년이 성관계를 갖게 될 경우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누구나가 공감합니다. 그것은 청소년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10대에 성관계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 콘돔은 어디서 구입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콘돔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약국, 편의점, 무인 자판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행정인턴 남녀 직원에게 지하철에 설치된 무인 콘돔 자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무인 콘돔 자판기가 지하철에 설치된 것은 괜찮은 것 같아요. 전에는 화장실이나 좀 어두운 곳에 설치돼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있어도 선정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윤아무개씨(남, 26세)

"그 자판기에서 10대가 콘돔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되묻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왔습니다.

"물론, 10대 때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게 좋겠지만 그게 100%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그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거나 청소년 콘돔 구입까지 규제하는 것은 잘못인 듯합니다. 콘돔도 담배처럼 신분증을 확인한 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게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 같거든요." 윤아무개씨(남, 26세)

여자 행정인턴 직원 역시 지하철 무인 콘돔 자판기 설치에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이었습니다.

"전 지하철 화장실 입구 쪽에 있는 것만 봤는데요. 음료 자판기처럼 통로에 설치돼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어요. 요즘은 중·고등학교에서 콘돔 사용법 등에 대해서도 직접 가르쳐 주고 하는데 그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의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는 차원에서의 콘돔 사용은 문제가 없다고 봐요." 양아무개씨(여, 24세)

지하철을 포함한 공공장소에 설치된 콘돔 자판기 자체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분명 아닌듯 합니다. 또 그것이 본질적으로 선정적인 물건 또한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는 청소년들에게도 단순한 성(sex)에서 벗어나 상대 이성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한듯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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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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