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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국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차윤정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의 글을 싣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13일 낮 4대강 사업 한강 4공구 경기도 여주 남한강 '여주보' 공사현장.
 지난 3월 13일 낮 4대강 사업 한강 4공구 경기도 여주 남한강 '여주보' 공사현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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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학교 교수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말하고 있는 '강의 생태학적 의견'에 대해 생태학자로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생태학은 '자연의 경제학'이다. 자연의 생물들이 주어진 환경, 즉 조건과 자원을 이용하여 최대한의 효과(생물량과 에너지)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을 연구한다. 따라서 생태계도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자원의 배분과 독점 ▲환경 여건의 변화 ▲경쟁과 협력 ▲도태와 우세 등 다양한 인간 경제적 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람 중심의 경제학과 생물 중심의 생태학이 이런 식으로 불편하게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의 4대강은 온전한 자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사람의 문명과 함께 해온 시설과 같다. 강의 생태적 기능을 인간의 편의대로 사용하고 난 후, 이제 와서 문득 강이 소중한 자연임을 깨닫고 '강아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이 강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필요한 조건을 우리 사람이 서둘러 회복시키는 사업이 바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이 엄청난 수질 정화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준구 교수의 '나는 왜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가'의 일부

모래나 자갈이 수질을 정화하기는 하지만 그 능력의 한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강 수질 상태는 자연정화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태다. 왜냐하면 오염수준이 자연적인 수준이 아닌 인위적인 오염부하량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갈수기에는 물이 모래 위를 흐르지 못하고 홍수기에는 모래와 자갈의 능력으로 할 수 없을 정도의 물이 넘친다.

오히려 강과 같은 큰 생태계에서 수질 문제는 물의 양과 관계 깊다. 수질 오염은 물의 양에 대한 오염물질의 양(오염물질의 양/물의 양)으로서 결정되는데 4대강 사업은 우선적으로 오염 물질의 양을 줄이기 위한 수질 개선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본류구간으로 유입되는 수질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하·폐수 처리장의 방류수 수질기준을 현행기준에서 최대 10배 강화하고 있다. 또한 강 주변의 비점오염원들, 즉 강 주변의 경작지를 일제히 정리하여 기본적으로 경작활동에 따른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반면 준설로 물그릇을 키우고 보를 통한 일정한 수량을 유지함으로써 오염물질의 양은 줄이고 물의 양은 늘어나 오염물질농도는 낮아지게 된다. 일각에서 보를 설치하게 되면 물이 보에 고이게 됨으로써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본 공사에 설치되는 보는 가동보로서 즉 보에 수문과 같은 시설물이 있어 수시로 물을 흘려보내며, 물의 체류시간 역시 댐보다 훨씬 짧아 수질에 대한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4대강 사업의 준설작업은 강 유수로 확보 위한 것

"그동안 수많은 홍수를 겪으면서 자연은 나름대로의 방어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중 일부

강은 전 세계적으로 다우지역에 형성된다. 일시에 내린 물은 지표면을 흐르면서 강을 형성하고, 과도한 물은 월류하여 습지를 형성한다. 따라서 강 주위의 넓은 천변습지는 강의 자연스런 홍수조절지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강은 이런 배후 습지가 대부분 사람들의 정착지나 농경지로 변화되어 원래의 강폭이 줄어들어 강의 넘치는 물을 처리할 능력을 상실했으며 이는 직접적인 홍수피해로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토사의 오랜 퇴적으로 인해 강바닥이 주변 농경지나 인가보다 높아진 경우가 많아 비가 조금만 많이 내려도 범람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준설작업은 현실적으로 강폭을 넓힐 수 없는 상태에서 강의 유수로를 수직적으로 확보함으로써 홍수기의 물을 원활하게 배출시키는 작업이다.

"강변의 하찮게 보이는 풀숲, 모래톱, 웅덩이라 할지라도 수억 년을 끊임없이 흐른 물길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생명체라고 볼 수 있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중 일부

냉엄한 생태학적 사실은 종종 경쟁에서 실패한 종들은 영원히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복지정책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돌보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자연 생태계에는 무수한 종들이 같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극단적인 생태계가 아니고는 어느 한 종이 사라진다고 해서 전체 생태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강변의 하찮은 풀숲은 굳이 4대강이 아니어도 종의 생태를 위협받지 않으며 더구나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복구될 가능성이 높은 종들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의 멸종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종의 멸종은 종 자체의 생리․생태적 특성과 다른 종과의 종간관계, 그리고 서식지 파괴와 같은 다양한 원인을 지닌다. 강의 상태가 현재의 상태로 지속된다면 강의 수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며 이는 당장의 멸종 위기종뿐 아니라 더 많은 종들을 위기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큰 강들이 고유의 생태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초대형 어항이나 수족관으로 변화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생물학 교과서를 바꿔 써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르는 무신경의 소유자들이 지금 우리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중 일부.

강 고유의 생태성은 흐르는 물이다. 강은 물이 주어져야 유지되는 생태계다. 강의 속성은 제공자조절생태계(donner control ecosystem)지 수혜자조절생태계(receptor control ecosystem)가 아니다. 즉 생물이 강의 특성을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물이 생물을 규정짓는 게 생태계인 것이다. 인간과 강의 역사만 하더라도 강변에 인간이 정착했지 인간이 정착하면서 필요한 강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강이 있어 강의 생물이 존재하지 강의 생물이 존재해서 강이 아닌 것이다. 강의 변화하는 성질에 따라 당연히 생물의 성질도 바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물의 기운이 가장 풍성할 때 수생태계의 속성과 생물적 속성들이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4대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강들이다. 큰 강은 큰물이 있어야 하고 큰물은 넓은 수로면적과 수심을 가지고 있다. 큰물은 가장자리를 크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물의 규모가 일정 수준이상 유지될 때 수생태계든 주변 습지생태계든 웅덩이 생태계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모든 종을 살리지 못한다는 게 생태계의 법칙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 현장.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건설 공사 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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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의 반(反)생태성은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수만, 수억 년을 평화스럽게 살아오던 뭇 생명들을 죽음의 구렁이로 내몰고 있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중 일부.

자연 생태계는 모든 종을 다 살려내지 못한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강의 퇴적물이 쌓이면서 물을 기반으로 살던 종이 얼마나 자연적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이 없어 바닥이 마르는 일은 수생태계에 치명적인 사건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금빛 모래는 그 뜨거운 열기로 표면에 생물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다. 굳이 모래톱이 아니어도 갈수기의 부족한 수량으로 인해 수심이 얕아지고 수면이 노출되면서 증발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염류농도의 상승과 수온의 상승만으로도 물속의 생물들은 고통스럽다. 강의 선형 구조만 살아있다면 모래톱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퇴적토의 원래 위치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그 자리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모래자리는 물자리이며, 모래는 육지로 돌아가야 한다. 옛 문명 발생지의 강들처럼 강바닥을 뒤집을 정도의 큰 교란이 없으면 강은 스스로 막힐 것이다. 그러면 물은 자연스레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물론 강 주위에 사람이 없이 자연그대로라면 우리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겠다. 강이 물길을 벗어나는 순간 인간은 홍수라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앞으로 물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하거나 공급이 대폭 줄어든다고 예상할 하등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4대강사업과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국토 전체의 생태계가 몽땅 뒤집혀질 정도로 심각한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중 일부

농업용수나 산업용수, 식용수가 아니어도 하천에는 생태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절대 수량이 요구된다. 강이 강으로 유지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을 하천유지용수라고 한다. 그나마 농업용 저수지나 댐에서 저장하고 있는 물을 일부 흘려보내기에 하천이 완전히 마르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의 수생물들은 강우 패턴에 일정 부분 적응되어 있다. 그러나 갈수기라 할지라도 산란기나 이동기에 물이 없으면 큰 타격을 준다. 갈수기의 하천 관리는 하천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유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량 뿐 아니라 물의 질 역시 수생물들의 생육과 분포에 영향을 미친다. 물속의 산소포화도, 염류농도, 탁도, 수온, pH, 유해물질 유무 등은 물속생물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강의 생태적 기능을 강조하면 할수록 물의 중요성은 커진다. 물의 안정적인 확보만으로도 강의 수많은 생물들에게 혜택이 될 것이다.

하천생물서식처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의 동태에 따라 소멸과 생성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천생물서식처의 보존은 서식처 자체의 보전보다 서식처가 보존될 수 있는 안정적인 하천시스템을 보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4대강 사업은 하천의 본질인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하천생태계 발생 및 유지를 위한 기본사업임을 알 수 있다.

"전국의 강들을 청계천과 양재천처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국의 강을 성형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할지 몰라도 속으로 골병이 든 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중 일부

생태계는 늘 자연적인 교란에 직면해 있으나 교란으로부터 생태계 스스로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생태계의 항상성이라 한다. 생태계가 갖는 항상성은 저항성(resistance)과 회복력(resilience)에 의해 결정된다.

강이라는 생태계를 대상으로 하는 어떠한 형태의 인간 행위는 기본적으로 생태계 회복력이 존재할 수 있도록 가능한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란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생태계가 가지는 여분의 에너지나 물질, 개체수 등이 고갈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4대강 살리기 사업 중에는 피해가 예상되는 생물종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이 없는 것이 교란이지 물을 담는 것은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태계를 회복하는 사업이다. 너무나 많은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피로한 강을 강 스스로가 할 수 없을 정도이기에 인간이 도와주는 일이다. 생태학이라는 학문의 패러다임이 자연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에서 자연의 질서, 과정, 흐름을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4대강 사업은 강에 대한 지속성 회복을 위한 것

생태학이 열어줄 물 관리의 새로운 지평은 생태적 과정을 유발시키고 생태적 기본을 유지시킬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강의 구조를 자연스런 강의 구조를 최대한 따르도록 하고 인간의 편익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기반인 강을 인간을 위한 기반으로 다시 탄생시키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21세기 지구적인 환경문제인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재앙은 그 수준과 양상을 예측하기에 매우 어렵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강우 패턴의 변화는 극단적인 양상을 띠는데, 폭우와 극도의 가뭄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결국 홍수 피해와 가뭄의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대립적 문제가 아니다.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가 발표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은 말 그대로 자연의 지속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새로운 자연 이용의 수요를 억제하여 나머지 자연들에 대한 보존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강이나 하천은 대체자연이 없으며, 물 역시 대체물질이 없다. 바로 지금, 우리는 이제까지 이용만 해오던 강에 대해 지속성을 회복하기위한 중요한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써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차윤정 기자는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입니다.



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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