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의 희망 '볼케이노' 김지훈(23,일산주엽체육관)이 다시 한번 세계 타이틀도전에 나선다. 오는 15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라레도 에너지 아레나에서 미구엘 바스케스(23,멕시코)와 IBF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을 벌인다.

2007년 7월 지인진이 일본의 격투기단체 K1으로 전향하며 스스로 반납한 이후 한국 복싱계는 그야말로 무관의 복싱 약소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최요삼의 사망, 가짜 복서 파문 등으로 복싱 팬들은 집단 우울증에 빠질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김지훈은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홈링의 졸라니 마랄리를 KO로 제압하며 IBO 수퍼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복싱사상 최초로 원정경기에서 세계타이틀을 획득한 홍수환에 이어 35년 만에 남아공에서 승리를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지훈은 WBA, WBC, WBO, IBF와 같은 세계 4대 메이저 무대에 도전하겠다면서 IBO타이틀을 자진 반납했다. 그래서 이번에 기회를 잡은 것이 IBF 라이트급 타이틀 결정전이다.

 승리 후 이현석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는 김지훈

승리 후 이현석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는 김지훈 ⓒ 이현석


김지훈은 최근 11연속 KO승 (통산 21승 18KO 5패)을 거두며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불 가리지 않는 공격력이 마치 폭발하는 화산 같다고 '볼케이노'라는 별명도 얻을 만큼 김지훈의 체력과 공격력은 팬들의 갈증을 풀 만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난 듯하다. 23살 동갑내기 바스케스는 25승 12KO 3패의 전적이지만 멕시코 올림픽대표선수 출신으로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선수이자 까다로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멕시코계 복서들의 특징인 정통파 스타일이면서도 카운터 펀치가 장기라서 상대 선수에게 웬만해선 빈틈을 주지 않는다.

화끈한 공격력으로 경기를 지배한다기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마구 덤비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한대 때리기도 힘든, 한마디로 쉽게 이기기 힘든 선수라는 것이다. 키도 김지훈보다 크다. 비록 2cm 차이지만 이제껏 김지훈이 큰 키와 긴 리치의 우위를 갖고 싸우던 상대가 아니라는 점도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곳이 미국 텍사스여서 남미계 관중들의 응원을 감안하면 적지에서 싸우는 불리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물론 김지훈은 최근 5번의 해외원정경기를 모두 KO로 이긴 바 있는 만큼 이 점이 큰 변수가 되지 않겠지만, 이제껏 만난 선수 중에 가장 까다로운 선수를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현지에 도착한 김지훈이 현지 관계자들과 합류했다

미국 현지에 도착한 김지훈이 현지 관계자들과 합류했다 ⓒ 이현석


김지훈을 발굴하고 미국 진출을 성사시킨 바 있는 미국 현지의 매치 메이커 이현석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김지훈은 4일 밤 11시에 도착, 그것도 휴가철 성수기로 비행기표를 못 구해서 4번이나 갈아타고 와서도 이튿날 아침 운동을 할 만큼 독하게 운동하고 있다. 원정 경기의 불리함보다 오버페이스가 걱정될 정도다. 바스케스는 화끈한 경기를 연출하는 면이 약해서 중계방송이 잘 안 잡힐 만큼 몹시 까다로운 선수이자 강타자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김지훈이 흘린 땀을 믿는다. 엄청난 훈련으로 만든 체력을 앞세운 공격력에 희망을 건다."

광복절인 오는 15일 김지훈이 미국에서 다시 한번 태극기를 휘날린다면, 홍수환을 비롯한 5명(박종팔, 문성길, 이열우, 김용강)의 2체급 복서 명예를 이어받게 된다.

김지훈 이현석 한국복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