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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새벽을 달려왔을 사람들로 묵호항여객선터미널 안은 북적였다.

 

지난주 2박 3일간의 휴가를 가족과 언니 부부와 함께 울릉도에 다녀오기로 하고 일찌감치 배편을 예약해 두었다.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는 아침 10시에 출발한다. 배는 2시간 20여 분 만에 우리를 울릉도 도동항에 내려놓았다. 그날 울릉도의 날씨는 목덜미가 따갑도록 햇볕이 쏟아지고 있는데, 서울에는 폭우가 쏟아진다며 걱정의 메시지가 들어온다.


숙소에서 마중 나온 차는 비탈길을 올라 공중에서 몇 바퀴 돌도록 만들어진 이상한 고가도로를 지나 10여 분 쌩하니 달렸다. 우리가 예약한 울릉 콘도는 도동항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었다. 울릉도를 돌아보려면 차를 렌트하거나 택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숙소에 문의를 하니 오늘은 자신들의 차로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물론 비용은 숙박비와 별도다.

 

오늘 돌아볼 곳은 내수전일출전망대, 봉래폭포로 여기에 해안산책로걷기를 할 것이라고 한다. 좀 전에 올라온 뱅글뱅글 고가도로를 타고 내려가 도동을 지나 저동해안으로 접어든다. 기사는 "울릉도는 울렁울렁한 배를 타고 와서 울렁울렁한 길을 돌고, 울렁울렁한 배를 타고 나간다고 해서 울릉도"라며, 꼬불꼬불 길을 신기해 하니 그렇게 우스갯소리를 한다. 또 울릉도 어디를 가나 모두 지하 암반수에서 끌어올리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기 때문에 화장실의 물까지 그냥 마셔도 된다고 덧붙인다. 이곳은 길 때문인지 택시가 모두 차체 높은 4륜구동이었다.


제일 먼저 내수전일출전망대에 올랐다. 숲속 길은 완만하고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북저바위, 내수전마을, 저동항, 왼쪽으로 관음도, 섬목, 중간쯤에 죽도가 한눈에 쫙 잡힌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해안도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섬목과 저동항까지는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다. 전망대 근처의 급경사진 밭을 보면서 울릉도의 구불거리는 길과 대부분의 집들이 언덕을 타고 지어져 있는 이유는 평지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했다.

 

내수전전망대를 떠난 차는 저동마을로 접어들면서 저동천이라는 개울을 끼고 산으로 오른다. 목적지는 봉래폭포다. 시원한 물줄기는 3단으로 흘렀다. 삼림욕장 평상에 앉아 땀도 식혔다. 내려오면서 천연 에어컨이 있는 곳에 들렀다. 풍혈, '땅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공기가 바위틈으로 솟는 것'이라는데, 가까이 가니 정말 차가운 바람이 흘러들었다. 깊이를 알 수 없도록 움푹하고 어두운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폭포 주차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 모여 앉았다. 내온 막걸리는 단호박 속처럼 노랗다. 호박막걸리다. 맛도 텁텁하지 않으며 시원하고 개운하다. 간장에 절여진 명이장아찌는 투명해 보였다. 새콤달콤하면서 약간의 마늘 매운맛도 있는 데, 자꾸 손이 갔다. 울릉도는 공기가 오염이 되어 있지 않고 명이나물을 키우기에 좋은 기후조건이라서 맛이 있다고 한다.

 

다시 차를 태워 저동의 해안에 있는 촛대암으로 데려다 준다. 촛대암은 공사 중이라서 솟아오른 윗부분만 보였다. 깎아지른 듯 기괴한 바위와 바다를 따라 걷는 해안선 산책길은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게 했다. 단단해 보이는 바위도 있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위는 만지면 부서져 모래가 될 것처럼 보인다.

 

해안은 바다위에 구름다리를 놓아 지루하지 않게 했고, 나선형 직선 계단을 오르면 바다를 떠나 흙길을 밟게도 했다. 그러다 또 다시 해안으로 이어진 길을 걷게 했다. 바위와 검푸른 바닷물과 몽돌과 해변의 식물들은 걷는 걸음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바다가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저동 촛대바위부터 도동 여객터미널까지의 해안 산책로를 도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걸렸다. 울릉도는 크게 울릉읍, 북면, 서면, 이렇게 3구역으로 구분해 주소지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숙소가 있는 곳과 오늘 돌아본 지역은 모두 울릉읍에 속해 있는 곳이다.

 

둘째 날, 새벽 여명에 눈을 뜨니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해가 이미 떴는지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붉은 아침노을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오늘은 성인봉을 올라 나리분지로 내려가 북면의 추산일가 숙소로 가는 일정이다. 울릉콘도는 성인봉을 오르기 좋은 위치에 있다. 콘도 위로 조금만 오르면 KBS중계소가 나오고 곧바로 산길로 연결된다. 아침밥을 해먹고 성인봉으로 오르기 시작한 시간은 7시쯤이었다. 해가 쨍쨍 들기 시작한다. 서울에는 여전히 비가 온다는 메시지가 뜬다.


성인봉(聖人峰)은 해발 986.7m다. 오르기에 험한 산은 아니었다. 낭떠러지 같은 위험한 구간도 없었다. 순해 보였다. 그러나 오르는 내내 거의 직각의 급경사는 계속 숨을 몰아쉬게 했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급경사인 것만을 빼면 산바람은 습하지 않고 시원했다. 바람등대에 도달해 앉으니 바람 길이 사통팔달인지 너무 시원했다. 이름이 걸맞다.

 

9시 50분에 성인봉에 도달했다.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성인봉의 표지석이 햇볕으로 빛났다. 내려가는 길은 나리 분지 쪽이다. 처음부터 경사의 나무계단이다. 오르는 길도 힘들지만 계단 길 내림은 평지에 잠시 닿았을 때 다리를 후들거리게 한다. 평지는 잠깐이고 신령수가 있는 약수터까지 한 시간이 넘는 길은 거의 계단이었다. 앞으로 내려가다 뒤로 내려가다, 하며 신령수 약수터에 도달했다.

 

발 담그도록 만들어 놓은 신령수 우물가 물은 뼈가 시려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무겁던 다리도 풀리고, 등허리를 흐르던 땀도 놀라서 쑥 들어간다. 다시 여장을 추스르고 길을 걷는데 평평하고 넓은 흙길이 나리분지까지 이어져 있었다. 발을 편하게 했고, 마음도 풀어지게 했다. 힘들었던 산행을 보상해 주는 선물 같았다. 이 길은 울릉도에서 유명한 트레킹 코스란다. 정말 산행을 하느라 지친 몸에 활력을 주는 안성맞춤 길이었다.

 

울릉도의 예전 주택 특징을 말해 주는 투막집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숲길에서 쑥 빠져 나오니 뜨거운 햇볕이 달려든다. 나리분지다. 밭에 넓적한 푸른 잎이 넘실댄다. 울릉도에서는 눈개승마로 불리는 삼나물이다. 산채나물거리로 재배하는데 지금 밭에 있는 것은 쇠서 못 먹는단다.

 

숲속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과 산채전, 씨앗껍데기동동주에 울릉취 장아찌로 점심을 했다. 모두가 별미였지만 특히 씨껍데기술과 울릉취 장아찌는 특히 맛이 좋았다. 그곳에서 1시 20분쯤에 천부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마가목이 가로수로 심겨져 있는 버스길은 꼬불거렸다. 경사는 대관령 옛 길을 능가했다.

 

10분 만에 천부리에 도착했다. 울릉읍에서 산을 타고(성인봉)북면으로 넘어온 거다. 천부리에서 추산으로 가는 버스로 바꾸어 탔다. 천부리와 추산은 걸어서 15분쯤 거리지만 쏟아지는 햇볕 속에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 버스를 이용했다. 바다를 바라보고 깎아지른 벼랑 위에 추산일가의 숙소가 보인다. 성인봉에서 멀리 보였던 송곳봉이 바로 코앞에 우뚝 솟아있다.

 

황토방 숙소가 마음에 들었다. 여장을 풀고 추산 몽돌해변에서 해수욕을 했다. 울릉도는 모래사장이 없다. 모두 몽돌로 된 해변이다. 저녁에는 얇게 저민 울릉약소를 사다가 구워 먹었다. 울릉도의 오염되지 않은 각종 산채를 먹고 자란 소라서 약소라고 부른단다.


셋째 날, 새벽에 잠깐 소나기가 쏟아지기는 했으나 아침은 맑았다. 10시에 숙소를 나와 서면에 위치한 태화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추산 앞바다 쪽에서 볼 때는 그냥 뭉쳐 논 것 같던 코끼리 바위가 추산을 떠나 현포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부터는 온전히 코끼리의 형상을 드러낸다. 현포령을 넘는 12구비 산길은 꼬불꼬불 용수철 속을 달리는 것 같다. 촘촘히 꼬불거리는 경사길인데도 속이 울렁거리지 않는다고 딸은 신기해했다.

 

20여분 만에 태화리에 도착했다. 마을은 야트막한 집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골목 안을 비추는 햇볕에 졸고 있는 듯 조용했다. 따개비 칼국수가 유명한 집에 미리 예약을 하고 짐을 맡겼다.

 

울릉(태화)등대가 있는 전망대로 가기위해 모노레일을 탔다. 내려올 때는 해안 따라 걷게 되어 있는 길로 내려오려고 편도로 올랐다. 10분쯤 숲길을 걸으니 KBS 인간시대에 나온 노부부집이 나온다. 들러 인사를 나누었다. 5분쯤 더 숲길을 걸어 오르니 시야가 트이며 울릉등대 전망대가 나온다. 대풍감과 현포항과 구름에 둘러싸인 송곳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로 올랐던 길을 돌아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해변으로 나갈 수 있는 좁다란 오솔길이 나온다. 그 길은 송악이란 아이비 닮은 식물이 양 옆으로 호위 하고, 폭신 거리는 낙엽송으로 융단을 깔아놓고 사람을 반겼다. 30분쯤을 오솔길과 태화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안도로를 찬찬히 걸어 내려왔다.

 

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되었던 황토굴이 붉은 휘장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다시 짐을 맡겼던 식당에 오니 칼국수를 밀어놓고 우리를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얼른 칼국수를 끓여낸다. 이번에는 명이김치다. 명이장아찌 만큼이나 입맛을 돋게 한다. 여기 사람들에게는 내놓지 않고 여행객들에게만 내놓는단다.

 

태화리에서 도동항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오는데 자연동굴, 인공 터널을 구불거리며 달린다. 40분을 달려 도동항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면 석포리와 섬목 쪽만 빼고, 배타는 관광을 하지 않고도 해안도로를 따라 울릉도 4/3을 돌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도동약수공원에 들렀다. 탄산약수는 마시는 내내 혀를 톡톡거리며 물방울 튕기듯 자극했다. 그리고 끝에 남는 쇠 맛. 처음 느껴본 탄산약수의 독특함에 놀랐다.


배는 오후 5시 30분 출항이다. 2박 3일의 여정이 끝나는 시간이다. 울릉도, 그 섬이 내 나라에 있다는 것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8월 23~25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울릉도, #도동, #행남해안산책로, #송곳봉, #황토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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