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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음악회가 열린다.

이 음악회는 운산공고 음악교사인 홍성희(여. 51) 교사의 제자들이 마련한 것이다. 주최도 홍 교사가 후학들을 가르친 서산 대산중학교, 서산여중, 부석고등학교, 운산공고의 홍성희 선생님 제자 일동이고 홍 교사를 따라 음악을 전공한 16명의 제자들이 무대도 꾸민다.

이 음악회는 오는 4일 서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오후 7시부터 막이 오른다. 홍 교사가 거쳐 간 학교의 제자들이 '홍교사를 생각하며 자선음악회'를 준비하는 것은 그만큼 '은사'에 대한 생각이 깊다는 것이고 홍 교사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게다.

홍교사는 학생들의 김장봉사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현재 재직중인 서산 운산공고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홍성희 교사 홍교사는 학생들의 김장봉사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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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은 홍 교사를 '어머니' 같은 존재로 기억하고 있다. 음악을 전공, 교직경력 28년째인 홍 교사는 18년 전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되자  합법화 투쟁을 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지난 1993년부터 올해까지 1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제자들과 함께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게 된 것도 그 무렵 우연히 만난 제자의 부탁으로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고 이를 딱하게 여겨 김장을 해다 준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홍 교사는 부임해 가는 학교마다 뜻을 함께하는 제자들과 함께 김장을 담기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일을 계속해 오고 있고 제자들은 자기들끼리 만날 때도 "올해 김장은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고 물을 정도로 선행을 하는 홍 교사를 닮아갔다.

현재 홍 교사가 근무하는 운산공고 학생들은 봉사활동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김장봉사 활동에 어느 학교 학생들보다 참여율이 높다. 전체 500여 명의 학생들 중 10%가 넘는 60~70여 명이 토요일과 일요일 김장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홍 교사는 학생들에게 김장봉사를 시키는 것은 인성교육적 측면도 있어 이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제자들이 선생님의 선행도 알릴 겸 해서 "선생님을 위한 헌정음악회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홍 교사는 펄쩍 뛰면서 "누굴 욕보이려 하느냐, 그게 나 혼자 한 것도 아니고 김장봉사를 위해 1박 2일 동안 3000원씩의 참가비를 내며 참가한 어린 제자들과 동료교사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수많은 사람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한 일인데 마치 내가 혼자 착한 일을 한 것처럼 떠벌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홍 교사는 "그런 일(헌정음악회)을 하고 싶으면 음악한 제자들이 시민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나 해보자"고 권했다.

제자들은 홍교사가 17년넘게 이같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올해는 자선음악회까지 마련하고 있다.
▲ 김장봉사를 하는 홍성희교사의 제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제자들은 홍교사가 17년넘게 이같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올해는 자선음악회까지 마련하고 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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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홍 교사가 가르친 제자들이 어른으로 자랐다. 그 중에는 언론인, 교사, 시립교향악단원, 대금, 첼로, 피아노, 플루트 연주자도 있고 성악을 전공한 이들도 있다.

제자 중 음악을 전공한 김미자(여·40·대전시립교향악단)씨는 "20년 가깝게 누구도 모르게 선행을 하는 훌륭한 선생님의 제자로서, 선생님의 그런 선행을 본받기 위해 음악을 전공한 제자들끼리 선생님을 기리는 음악회를 준비하려고 말씀을 드렸다가 호되게 꾸지람만 들었다"며 "선생님은 너희들이 나를 기릴 생각을 하지 말고 숫제 전공을 살려 자선음악회를 해 보자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시골 중학생이던 제자들이 이젠 나이가 들어 사십고개를 넘어섰는가 하면 고등학교1학년까지 다양하다, 김장봉사는 교사인 내게 끊임없이 올바른 교육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는 채찍이었다"며 "17년 동안 김장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따라준 학생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독지가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밝혔다.

홍 교사는 제자들과 함께 매년 500포기의 김장을 담가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에 전달해 주고 있다. 음악회를 준비하는 제자들도 해마다 김장을 함께하는 제자들이다.


태그:#홍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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