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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계약을 따기 위해 유흥업소 출장 상담은 물론 KTX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험 계약을 따기 위해 유흥업소 출장 상담은 물론 KTX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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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여덟이 된 김성민(가명)씨의 직업은 보험설계사다. 사람들은 '보험일'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보험 아줌마'를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요 몇 년 새 경기불황과 취업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로 젊은 남성 보험설계사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젊은 남성 설계사들은 깔끔한 정장에 007가방을 들고 다니며, 노트북을 꺼내서 유려한 말솜씨로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한다. 경쟁이 더 치열해진 만큼 이제는 '전문성'과 '신뢰감'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성민씨가 보험설계사 일을 하게 된 지는 1년 반 정도. 그가 이 일을 택한 이유는 "노력한 만큼 고소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라는 게 만만찮은 경험들의 연속이다. 또 그 '가능성' 또한 희박한 게 사실이다. 그는 "보험설계사가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려울 게 없는 뻔뻔함, 발로 뛰는 체력, 그리고 금융과 관련된 꾸준한 공부.

요즘 대다수 20대 사회초년생들, 특히 남성들의 업무에서 '영업'의 비중은 크다. 보험설계사 일은 '영업의 최전선'이다. 프리랜서와 다름이 없다. 몸으로 부딪히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책임은 회사가 아닌 개인이 진다. 정해진 회사 출근 시각은 오전 9시. 매일 10시에 회사 미팅이 잡혀 있지만, 꼭 출근할 필요도 없다. '일'은 회사에서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청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성사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한테 거절을 당하면 기분이 달라요"

보험설계에는 지인영업과 개척영업이 있다. 흔히들 '보험'하면 친인척, 친구들 등 인맥을 통해 상품을 판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지인영업이다. 하지만 성민씨는 주로 개척영업을 한다. 쾌활하고 당찬 그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도' 영업을 잘 하지 못하겠단다.

"모르는 사람한테 상품을 팔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잘 안 되면 '그래, 똥 밟았다' 생각하고 말면 되지만, 아는 사람한테 거절을 당하면 기분이 달라요. '내가 이 사람한테 이렇게 믿음을 못 줬나…'하는 생각이 들면 괴롭거든요."

그의 고객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회사 사장님들, 의사들, 유흥업소 여성들까지. 관리해야 할 자산이 많거나 현금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한 번은 청약 사인을 받기 위해 유흥업소에 갔다가, 그의 '고객의 고객(?)'으로 업소에 들른 고등학교 동창과 두 번이나  마주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의사에게 상품을 설명할 기회를 얻기 위해 '건강한 몸'을 '아픈 몸'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유흥업소 여성들은 꽤 성공적이었고, 의사들은 완전 실패였다.

회사 사장님들은 상품을 설명하고 청약을 설득하는 일보다 '만나는 것 자체'가 관건이다. 해당 상품이 필요할 만한 회사를 선정해서 상품 관련 공문을 보낸 후에 연락을 한다. 바로 만남을 약속하는 사장은 거의 없다. 무작정 찾아가서 단 몇 분이라도 얼굴을 마주해야 만 한다. 이때 성민씨에게 가장 높은 벽은 경리사원. 사장에게서 성민씨를 차단하려는 그들의 의지는 강하다. 성민씨의 '업무'와 경리사원의 '업무'가 대립하는 상황은 '매번' 발생한다.

그래도 김성민씨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열혈청년이다. 회사나 회사 근처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하고, 근처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 번은 안산공단에 있는 회사 사장님과 만나기 위해 안산역 지하 수면실에서 잠을 자면서 사장님을 기다리기도 했다.

한 달간 고객 응대 영업비만 총 265만 8000원

 보험
 공들인 고객이 계약을 파기하거나 되물러도 보험설계사는 호소할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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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험설계사들은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다. 한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장과는 1년 넘게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성민씨에게 청약을 약속했지만 약속한 시간을 계속해서 미루는 중이라고 한다. 성민씨는 인내한다. 그리고 2월에 그를 다시 만날 것이다. 이처럼 고객이 약속을 어기거나 변심하는 일은 잦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성민씨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한 번은 유통업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과 여러 번 만나고 대화를 한 끝에, 결국 그에게서 청약 결정을 받아냈다. 약속 시각은 7시.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갔지만, 그 사장은 한 시간 후에 나타나 대뜸 "청약을 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성민씨는 애꿎은 담배만 연거푸 다섯 개비나 피웠다.

이런 일은 많다. 광주에서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는 한 고객이 드디어 청약을 하기로 결정해서 KTX를 타고 광주로 갔다. 그러나 사인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그 고객은 전화로 청약을 취소해 버렸다. 피부관리숍 사장은 이 일을 두 번 반복했다. KTX 티켓 값만 날렸다.

이럴 때 성민씨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 보험의 특성상 모든 것은 계약자 마음이고, 모든 책임은 설계사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계약자는 청약 성사 후 3개월 내에 '설계사가 청약서부본, 약관 등 첨부해야 할 자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청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청약서나 약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에게 준 경우라도 계약자가 '안 받았다'고 우길 시엔, 설계사는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 시킬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도 모든 손해의 책임을 설계사에게만 묻는다. 그래서 그는 보험설계사의 잘못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달에 청약을 몇 건 성사 시키게 되면 수수료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엔 위험 수위도 그만큼 높은 일이 보험설계사 일이라고.

그래서 청약이 성사되기 전에 고객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상품을 설명하고 신뢰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 고객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고객의 취미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 어쩌면 고객과의 '친밀감 형성'이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고객과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먹는 일이 잦다. 때론 선물도 필요하다. 성민씨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한 달간 총 265만 8000원을 영업비로 썼다. 물론 본인의 사비로 쓴 것이다. 회사원의 한 달 벌이,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돈이다.

"골프를 무척 좋아하는데 칠 시간이 없다"는 한 사장님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그날 당장 그 동네 골프장을 다 돌아다녀서 6개월 골프장 이용권을 구입해 선물했다. 유흥업소 여성에게는 명품 화장품과 향수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들이 지인들에게 그의 상품을 소개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설계사 '세계'에서도 '있는 사람이 더 번다'

 KBS 'VJ 특공대'에 나왔던 '아시아 최연소 억대 연봉 보험왕' 이명훈씨. 이런 사람은 '극히 드문' 케이스다.
 KBS 'VJ 특공대'에 나왔던 '아시아 최연소 억대 연봉 보험왕' 이명훈씨. 이런 사람은 '극히 드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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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게 있을까? 들쭉날쭉이다. 좋은 계약이 성사되면 한 달에 700만 원 이상을 벌기도 하고, 단 한 푼도 못 버는 달도 있다. 그래서 보험설계사는 '일정한 연봉'을 계산할 수 없다. 상위 1% 안에 드는 보험설계사들만이 억대 연봉을 유지한다.

벤츠를 타고 월수입이 1000만 원이 넘는 보험설계사와 월수입이 아주 적은 보험설계사가 같은 팀에서 일하기도 한다. 대다수는 후자가 된다. 성민씨가 일을 시작할 때 같이 회사에 들어온 동료는 40명 정도였지만, 6개월 후엔 3명, 1년 후인 지금은 성민씨 혼자 남아 있다. 1년을 넘기기가 힘든 직업이다.

불안정하고 위험성도 따르지만 성민씨가 이 일에 열심히 매진하는 이유는 하나다. 빨리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 그의 꿈은 홍대 앞에 자신의 술집을 여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부인과 알콩달콩 사는, 평범한 가정도 꾸리고 싶다. 보험설계사는 그에게, 안정적 삶으로 갈 수 있는 불안정한 징검다리와 같다.

"우리 아버지 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는 자수성가하기가 참 어려워요. 연봉 3000만 원 벌어서 서울에 자기 집 마련하려면 몇 십 년이 걸리잖아요. 밤낮으로 회사에 충성해서 얻는 결과 치곤 억울하죠. 요즘엔 데이트 한 번 하려고 해도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들잖아요. 자동차까지 있으면 나가는 돈은 더 많아요."

보험설계사의 '세계'에서도 '있는 사람이 더 번다'는 논리는 유효하다고 한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인맥을 통해서 더 좋은 계약을 더 쉽게 따내고, 영업비를 쓰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속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며 웃어넘겼다.

오늘도 '사인'을 위해 기다리고 발로 뛰는 '그'

김성민씨는 또래의 삶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20대 초반에 대학을 그만두고 오락실 기계를 파는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엔 카타르에 가서 2년 동안 건축 관련 일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홍대 앞에서 닭꼬치 노점상도 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나타나 닭꼬치 기계를 가져가 버려서 4일 만에 접어야 했지만…, 그래도 그는 꿋꿋하고 당차다. 홍대 앞에 꼭 자신의 술집을 열겠다는 의지로 현재 홍대 앞에서 살고 있다. 돈, 돈, 돈, 돈, 돈... 2011년, 20대 남자들에겐 여전히 '돈'이 문제다.

"저는 앞만 보고 달렸어요. 20대에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어요. 40대가 할 만한 고민들을 하거든요. 방송인 김제동이 20대에게 '땅 속의 금빛을 보지 말고, 하늘의 별빛을 보라'고 했다던데, 가끔은 지금처럼 '금빛'만 좇는 삶이 불안해요.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생각과 경험을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나이가 들어서 '별빛'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금빛'과 '별빛' 사이의 줄다리기. 성민씨도 20대답게 가끔은 '별빛'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한다. 그는 "앞으로 2~3년만 더 보험설계사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아무래도 "오래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는 '사인'을 위해서 기다리고, 발로 뛰고, 공부한다. 2011년, 그에게 적당한 '금빛'과 은은한 '별빛'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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