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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낚시터에서 송어를 낚고 있는 가족
 가족낚시터에서 송어를 낚고 있는 가족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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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크기만한 얼음 구멍으로 팔뚝만한 송어들이 낚싯줄에 걸려 올라오고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에서 펄떡거리는 송어의 힘이 느껴진다. 송어들이 얼음 위로 건져 올려질 때마다 낚시터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한파경보로 강원도 산간지방이 꽁꽁 얼어붙은 날, 누가 감히 평창까지 얼음낚시를 하러 나설까 싶었다. 하지만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추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추위를 더 즐기고 있는 듯하다.

평창 오대천이 지금 겨울철 얼음구멍 낚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다. 얼음이 무려 40cm 두께로 얼어붙었다. 주변은 온톤 흰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얼음구멍 낚시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날마다 계속되는 한파로 꽝꽝 얼어붙은 오대천이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사람들로 생기를 되찾고 있다. 한파경보가 무색하다. 8일부터 시작되는 '송어축제'를 하루 앞둔 7일, 평창 오대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따뜻한(?)' 풍경이다.

도로에 차량 소독기를 설치하고 있다.
 도로에 차량 소독기를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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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개최 못지않게 중요한 구제역 방역 대책

평창 송어축제는 지난 해 12월 22일 평창군 대화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그 달 23일에 열기로 했던 축제 일정을 2주일 연기했다. 축제를 2주일 동안 연기한 것은 이 기간이 구제역 최대잠복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2주일이 지난 후, 축제 주최측은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8일에 축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축제를 개최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다. 그리고는 개막일에 하루 앞서, 7일을 '행사 예비일'로 정하고 낚시터 등을 먼저 개방했다. 그렇게 하면서 개막일도 아닌 예비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싶었는데, 어떻게 그 소식을 알았는지 7일 낮 시간 이후로 낚시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행사장으로 들어서기 위해 소독기를 통과하는 사람들
 행사장으로 들어서기 위해 소독기를 통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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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날 축제 주최 측 요원들도 덩달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축제를 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구제역 방역이기 때문이다. 행사장 곳곳에서 구제역 방역 설비를 운영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이날 주최측은 행사장 건물 내부에 손 소독기와 발판 소독기를 가져다 놓은 것을 비롯해,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도로마다 차량소독기를 설치했다.

어렵게 축제를 개최한 만큼 주최 측이 안고 있는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구제역이 확산되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년과 다르게 신경을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걸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앞으로 축제 기간 내내 단 하루도 방심할 날이 없을 것이다.

주최측은 행사장 주변에 이중 삼중의 방역 시설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고속도로에서 벗어나면서 최소한 두 차례 이상 차량 소독기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는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다시 한번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적외선 살균소독기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조금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일들이 현재 축제 주최측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에 비하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축제 주최측은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구제역 방역에 적극적으로 따라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행사장을 드나드는 눈 터널
 행사장을 드나드는 눈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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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개최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제역

올해 구제역으로, 강원도 겨울축제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1주일 뒤 구제역 확산 여부를 보고 개최 여부를 다시 확정짓기로 했고, 인제 빙어축제는 축제를 아예 취소했다. 그러면서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축제를 개최하려고 했던 지역에까지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평창 송어축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축제가 연기되면서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축제에 참가하려던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하면서, 숙박업에서만 약 5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거기에 마트나 주유소 등이 입은 손실까지 합하면 그 액수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면 축제를 취소하는 게 맞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축제를 취소하는 것 역시 결코 쉽지 않다. 이대로 축제를 취소했을 경우,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평창 송어축제는 축제 참가자만 50만 명, 축제에서 비롯되는 경제 효과가 300억 원에 달한다.

낚시 도구 판매대
 낚시 도구 판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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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평창에서는 23일 이후로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축제 일정이 어긋나면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축제 주최측은 그런 것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다. "송어축제에 오려고 했던 사람들은 축제 일정을 연기한 것과 상관없이 꼭 다녀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축제가 성공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낙관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주최측이 한 말을 입증이라도 해주려는 듯, 이 엄동설한에 경기도 일산에서 평창까지 송어낚시를 나선 한 참가자를 만났다. 박우진(42)씨는 지난 해 말 축제가 연기되면서 축제 개장일에 맞춰 예약했던 펜션을 취소해야만 했다. 그러고는 7일 축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평창을 찾았다.

소형텐트가 쳐진 가족낚시터에서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함께 송어낚시를 하고 있던 그는 "평소 출장이 잦아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이 없었다"며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 매년 강원도에서 열리는 겨울축제에는 꼭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 일정이 변경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축제에 참가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축제장 전경. 가족낚시터
 축제장 전경. 가족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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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일수는 줄었지만, 전체 방문객수는 줄지 않을 것"

축제 개막일에 하루 앞선 예비일, 별다른 홍보가 없었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매표소와 낚시 도구 판매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걸 볼 수 있다. 축제 기간은 짧아졌지만, 전체 방문객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주최측의 말이 단순한 호언은 아닌 듯싶다.

7일(금) 현재, 8일(토)과 9일(일) 주말 이틀 동안의 가족낚시터 예약은 모두 동이 났다. 축제 일정을 연기한 것과는 상관없이 축제를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다. 만약 주말에 '가족낚시터'를 찾고자 한다면, 서둘러 예약을 하는 게 좋다. 반면에 '일반낚시터'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 현장에서 직접 표를 사야 한다.

축제 주최 측에 따르면, 송어 한 마리가 600g에서 800g에 달한다. 그 무게가 제법 묵직하다. 잡은 송어는 행사장 언덕 위에 있는 회센터에서 회를 떠준다. 그 자리에서 직접 송어의 붉은 속살을 맛볼 수 있다. 주최 측에서 한 사람이 잡을 수 있는 송어 수를 두 마리로 제한하고 있다. 더 많은 송어를 잡았을 때는 이웃과 나눠 가질 것을 권한다.

일반 낚시터. 행사 개막일 전날인 행사 예비일인데도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반 낚시터. 행사 개막일 전날인 행사 예비일인데도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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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주변에 눈썰매장이나 스케이트장 같은 놀이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얼음낚시에 지쳤다 싶을 때 기분 전환 삼아 다른 놀이들도 함께 즐겨볼 만하다. 행사 기간 내내 '맨손송어잡기대회'가 열린다. 남다른 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맨손송어잡기대회는 평일에는 2차례(오전 11시, 오후 2시) 열리고, 주말에는 3차례(오전 11시, 오후 1시와 2시) 열린다. 단 참가자가 일정 인원을 넘었을 때만이다.

행사장을 찾기 전에 축제 공식 사이트를 먼저 방문해, '낚시하는 방법' 같은 것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40cm나 되는 두꺼운 얼음 밑에서 팔뚝만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데 그 정도 수고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평창 송어축제는 다음 달 2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송어를 잡고 즐거워하는 아이
 송어를 잡고 즐거워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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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평창 송어축제, #송어, #오대천, #구제역,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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