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농구 대잔치.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코트를 휘저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는 무려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국내 여자농구 최고의 가드로 군림하고 있다. '천재가드' 전주원이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전주원도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불혹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언제 은퇴를 선언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전주원의 다음 세대라 할 수 있는 김지윤(신세계 쿨캣)과 이미선(삼성생명 비추미)도 30세를 훌쩍 넘긴 지 오래다.
전주원의 후계자가 절실한 이때, 2010-201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도유망한 20대 포인트 가드가 맞대결을 벌인다. 바로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최윤아와 KDB생명 위너스의 이경은이다.
[신한은행 최윤아] 투지와 근성의 악바리 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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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상을 졸업한 최윤아는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을 받고 신한은행에 입단했다.
170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지만, 신인 때 출전한 존스컵 대회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건 대만 선수와 난투극을 벌였을 정도로 강단이 있는 선수다.
전주원이라는 대선배의 그늘 속에서 꾸준하게 성장한 최윤아는 2005년 겨울리그 식스맨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세계 선수권 대회와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며 차세대 가드로 주목 받았다.
최윤아는 야무진 플레이와 귀여운 외모로 '햄토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일부 열성팬들은 '코트 위의 문근영', '국민 여동생' 같은 다소 무리가 있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경험을 쌓은 최윤아는 2008-2009 시즌 득점 9위(11.91점), 어시스트 4위(5.85개)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는 듯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최근 2년 간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한 최윤아는 이번 시즌에도 9경기를 결장했지만, 어시스트 6위(3.73개)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 16일 신세계 쿨캣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무려 1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KDB생명 이경은] 순조롭게 성장하는 '리틀 전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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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의 선일여고 직속 후배이기도 한 이경은은 우리은행 한새에 입단할 때부터 '리틀 전주원'으로 불리며 농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니 이경은은 우리은행에서의 세 시즌 동안 평균득점 4점을 넘기지 못하며 고전했고, 결국 2007년 10월 3-2 트레이드로 금호생명 레드윙스(현 KDB생명)로 이적했다.
이경은은 금호생명 이적 후 20분 이상의 출장 시간을 보장받으며 급성장했고, 2009-2010 시즌에는 전 경기(40경기)에 출장해 10.93득점, 5.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이경은은 이번 시즌에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느라 5경기를 결장하면서도 경기당 평균 33분 이상을 소화했다.
이경은이 득점 12위(12.07점) 3점슛 성공률 3위(34.4%), 자유투 성공률 6위83.1%), 어시스트 7위(3.63개)에 오르며 맹활약을 한 덕분에 KDB생명은 삼성생명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경은은 성적 뿐만이 아니라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박정은(삼성생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고령화 여자농구, 그래도 포인트가드의 미래는 밝다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김지윤과 이미선이라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올라온 최윤아와 이경은은 오는 29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최고의 가드를 가리기 위한 뜨거운 혈전을 벌일 예정이다.
물론 팀 전력은 이연화, 김단비, 강영숙, 하은주 등 전 포지션에 걸쳐 국가대표급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규 시즌 맞대결에서도 신한은행이 5승 2패로 KDB생명을 압도했다.
그러나 포인트 가드 대결에서만큼은 최윤아와 이경은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최윤아의 뒤에는 전주원이 있고 이경은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핸디캡은 이경은이 더욱 투지를 불태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선수들의 고령화는 한국 여자농구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다. 그러나 '85년생' 최윤아와 '87년생' 이경은이 이끌 포인트가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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