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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가는 길에 만난 히어리 꽃
 송광사 가는 길에 만난 히어리 꽃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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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에서 순천 주암 나들목으로 나와 송광사 이정표를 보고 길을 잡는다. 주암호를 따라가는 18번 국도. 길가로 벚나무 가로수들이 잔뜩 부풀어 있다. 벚꽃이 피면 아름다운 꽃 터널이 될 기세다. 주암호를 따라 구불구불 난 길은 쉬엄쉬엄 가라고 한다.

산비탈에 노란 꽃들이 지나간다. 어! 생강나무 꽃이려니 했는데, 꽃들이 듬성듬성하고 노란 빛이 조금 연한다. 차를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래로 등을 단 것처럼 피어 있는 히어리 꽃이다. 히어리는 송광사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송광납판화(松光蠟板花)라고도 한다. 한국 특산식물로 환경부에서 보호종으로 지정한 나무다. 연노랑 꽃은 봄을 설레게 한다.

삼거리에서 송광사 쪽으로 들어서니 고목이 된 벚나무 가로수들이 이끼를 덮고 있어 더욱 앙상하게 보인다. 그래도 봄을 준비하느라 가지마다 꽃망울을 맺고 있다. 송광사 시설지구에 주차를 하고 매표를 한다. 입장료가 3000원이다. 다른 절집보다 입장료가 비싸다. 대신 주차료를 받지 않으니 그게 그걸까?

송광사 가는 길에 핀 히어리... 암자 오르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

오늘은 송광사 부속암자인 불일암으로 올랐다가 감로암을 거쳐, 부도암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무지개다리에 지붕을 얻은 청량각에서부터 아름다운 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가는 산책로는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한다. 봄을 맞은 계곡은 흐르는 물도 힘이 넘친다.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흘러내리는 물들이 서로 다투는 듯하다.

송광사로 들어가는 길은 봄을 맞은 시원한 계곡과 함께 한다. 바위에 낀 이끼도 싱그럽다.
 송광사로 들어가는 길은 봄을 맞은 시원한 계곡과 함께 한다. 바위에 낀 이끼도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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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오르는 산길
 불일암 오르는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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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일주문을 보기 전에 불일암 표지판을 보고 계곡을 건넌다. 계곡은 물을 가두어 연못같이 되었다. 그 위로 노랗고 빨간 연등을 달았다. 화사하다. 적광전에 들르지 않고 바로 대나무 숲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이래야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봄비로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숲길은 싱그럽다. 가끔 서둘러 핀 진달래가 반긴다.

길은 작은 돌계단 길이 되기도 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되기도 한다. 흙길에 드러난 소나무 뿌리는 자연스럽게 계단이 되고, 수없이 오르내리는 발길에 껍질마저 내어줬다.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길을 오른다.

조용한 암자 불일암, 비어있는 암자 감로암

삼나무 숲길을 지나자 대숲으로 이어진다. 대숲으로 난 길은 마치 암자로 오르는 길에 모든 잡념을 버리고 가라는 듯 정갈하다. 대숲을 돌아서면 사립문이 있다. 암자와 잘 어울리는 문이다. 굳이 문이 없어도 대숲으로 문이 되었는데…. 열린 문으로 들어선다.

불일암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터널
 불일암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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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법정스님이 만드신 의자가 지키고 있다.
 불일암. 법정스님이 만드신 의자가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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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은 제7세 자정국사(慈靜國師, 1293~1301)가 창건하여 얼마 전까지 자정암(慈靜庵)이라 불렀다. 이후 수차례 증수를 거쳤으나, 6·25로 퇴락되었다가 1975년 법정(法頂) 스님이 중건하면서 불일암(佛日庵)이라는 편액을 걸었다.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7년간 기거했던 암자로 유명하다.

불일암은 건물이 달랑 두 개다. 마당은 큰 텃밭이다. 조용하다. 지난해 참배객들로 북적거리던 암자는 제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암자 건물 문은 닫혀 있고, 문을 열지 말라는 안내문만 붙여 놓았다. 허전하다. 댓돌에 흰 고무신 하나 가지런하다. 뜰에 핀 매화가 화사하게 반긴다. 뒤뜰에 자정국사 부도탑을 보고서 돌아선다.

왔던 길로 내려가지 않고 송광사로 가는 숲길로 걷는다. 숲길은 아주 편안하고 조용하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숲길은 지난해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아직까지 길을 지키고 있다.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숲길을 걸어가면 시멘트 포장길을 만난다. 최근에 세운 탑비가 몇 기 있고 바로 아래 감로암이 있다. 감로암은 새로 지은 절집인데 인적이 드물다.

불일암에서 감로암으로 가는 길. 소나무 숲길이 좋다.
 불일암에서 감로암으로 가는 길. 소나무 숲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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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감국사비와 감로암
 원감국사비와 감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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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암은 제6세 원감국사(圓鑑國師, 1226~1293)가 창건하였다. 그래선지 감로암 앞에는 원감국사비가 있다. 비신을 받치고 있는 거북이는 힘껏 목을 빼고 기지개를 펴는 자태다. 등에는 이수가 없는 비석을 세웠다. 조형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비가 서있는 곳이 경치가 좋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산들이 막아서는 풍경이 좋다. 감로암 뒤쪽 소나무 숲에는 제8세 자각국사(慈覺國師, 130I~1308경) 부도도 있다.

송광사 뒤편으로 난, 숲과 어울린 아름다운 길

시멘트 포장길은 구불구불 아래로 내려간다. 봄기운이 넘치는 계곡을 건넌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들은 가지 끝마다 새싹들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길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암자를 만난다. 암자 옆에는 부도전이 있다. 그래서 부도암(浮屠庵)인가 보다.

감로암에서 부도암으로 내려가는 길. 구불거리는 길이 운치있다.
 감로암에서 부도암으로 내려가는 길. 구불거리는 길이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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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전과 부도암. 보조국사비와 부도탑이 있다.
 부도전과 부도암. 보조국사비와 부도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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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중에는 제1세 보조국사(普照國師, 1158~1210) 비가 있다. 보통 부도전은 절집 아래에 있는데, 이 부도전은 절집 위에 있다. 아마 보조국사 비를 절집 위에 세웠는데, 그 옆으로 부도들이 들어서면서 부도전이 되었는가 보다. 부도전 안에는 29기의 부도와 5기의 비(碑)가 있다. 계단식으로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부도암은 조계총림의 율원(律院)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도암에는 들어오지 말란다. 입구에 의자를 놓고 경고문을 써서 조심스럽게 접근을 막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내려선다.

부도암에서 내려가는 길은 낮은 돌담길이 이어간다. 싱그러운 대나무 숲도 있고, 이제 막 잎이 피어나는 느티나무들이 하늘을 보여주고 있고, 하늘로 쭉쭉 벋은 삼나무 숲도 있다. 번잡한 송광사 경내와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너무나 운치가 있다. 길은 불일암 가는 길과 다시 만난다.

부도암에서 송광사로 내려가는 아름다운 숲길.
 부도암에서 송광사로 내려가는 아름다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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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암자 찾아가는 아름다운 길
 송광사 암자 찾아가는 아름다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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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송광사 뒤편 암자로 가는 숲길에 있다. 절집을 찾아 아름다운 길을 도란도란 걸어보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송광사 돌담에 산수유 꽃이 예쁘게 피었다. 대웅전은 수리 중이라 어수선하다.

덧붙이는 글 | 4월 3일 풍경입니다.



태그:#송광사, #불일암, #감로암, #부도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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