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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험회사 간부가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공제조합들이 특정 보험회사와 담합해 조합원들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했다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간부는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불법사례를 알렸는데도 이를 묵살, 민원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해당기관 관계자들을 각각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약 30여 년간 보험업계에서 일해온 A씨. 그는 지난해 10월 중순경 금융위원회에 "건설공제조합이나 전기공사공제조합 등 공제조합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을 비롯한 일부 손해보험회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불법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처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오랫동안 자신이 입수해 모은 세부 증거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A씨는 당시 민원을 통해 "건설공제조합과 같은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비영리법인은 관련법에 보험상품의 모집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공제'라는 이름을 붙여 특정 거대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조합원들을 상대로 모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통해 공제조합은 조합원들이 내는 공제료(수수료)를 챙겨 수익사업만 하고, 가장 중요한 사고위험의 보장이나 사고처리 및 보상업무는 보험회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제시한 공제조합측과 보험회사간 업무협약서에도 상품개발과 손해사정 및 지급업무는 보험회사가, 상품 홍보 및 판매 등 업무는 공제조합이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는 "규모가 큰 건설공제조합의 경우 1년에 수수료 수익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제기한 민원 한달 뒤 금융감독원으로 이첩

 

그는 공제조합과 협약을 맺은 해당 보험회사에 대해서도 "관련 보험업법 규정에는 보험회사의 임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험대리점 등을 등록한 후 보험상품을 모집하도록 돼 있다"며 "따라서 공제조합과 '업무협정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공제조합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도록 한 행위 또한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보험회사 측이 지난 몇년 동안 수천억 원대의 판매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같은 불법으로 특정보험회사가 건설공제조합 등 특정 업계의 보험시장을 싹쓸이해 엄청난 부당이득을 얻은 반면, 다른 보험사업자들과 영세 보험대리점들은 고사 위기의 심각한 상황이 예상된다"며 철저한 조사와 시정을 거듭 요구했다.

 

핵심은 일부 공제조합과 일부 보험회사들의 이같은 방식의 불법성 여부다.

 

하지만 A씨로부터 이 같은 민원을 접한 금융위원회는 민원처리 기한을 넘긴 한 달 뒤 이를 다시 금융감독원으로 이첩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초 A씨에게 보낸 민원처리 회신을 통해 "향후 법률 검토, 관계기관의 유권해석 등을 거쳐 검사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 불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신고 민원을 '업무 참고 사항' 정도로 치부하고 종결 처리한 것.

 

국민권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직자 불성실 민원 '금융감독원'으로 이첩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금융감독원이 민원처리를 불성실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다시 금융감독원으로 이첩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A씨에게 "업무처리내역을 확인한 바 민원처리를 거부하거나 묵살 또는 불법으로 처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어 "민원사항은 불법사례에 대한 신고사항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서도 알려드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금융위원회의 민원처리 불법 여부를 금융위원회가 조사해 답변하도록 한 데다 공제조합의 불법행위여부 또한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검찰에 직무유기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A씨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민원사항을 접수하고도 민원처리기간을 넘겨 한 달 동안 시간을 끌다 다시 이를 다른 기관에 이첩시켜 늦장을 부려놓고 결국 민원 처리를 종결한 것처럼 회신했다"며 "반년 가까이 민원 회신을 기다리다 농락당한 기분이 들어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고의적으로 민원처리를 묵살하려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어 지난 4월 법원에 직접 불법 여부를 밝혀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위반여부 판단 후 결과 회신하겠다"

 

다른 한편 A씨는 민원회신이 없자 지난 2월과 3월 금융위원회에 같은 사안으로 '보험업법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공제조합들이 특정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조합원들에게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질의한 것.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번에는 회신을 통해 "금융감독원에 자료조사를 요청했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보험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후 그 결과를 회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사안에 대해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에 이첩해 종결처리한 반면, 이번에는 판단 후 결과를 회신하겠다고 밝힌 것.   

 

하지만 A씨는 6일 현재까지도 금융위원회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안에 대한 법률검토와 관계기관 유권해석, 자료조사 등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현재 수십 개 개별공제조합을 상대로 자료 확인 등 현황을 파악한 상태로 개별 소관부처와 협의 후 조만간 판단을 내린 후 그 결과를 민원인에게 회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관할 경찰에 수사지휘를 통해 관련 기관에서 A씨의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위법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태그:#금융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공제조합, #보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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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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