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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과 무관한 일반기업이 수익사업 목적으로 사내 직원은 물론 자회사 직원들에게까지 특정 자동차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등 보험모집 활동을 해 말썽을 빚고 있다.

경남 사천에서 보험설계 일을 하는 A씨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어야 했다. 자동차보험을 회사를 통해 가입해야 하니 앞으론 일을 맡기기 어렵겠다는 얘기였다.

A씨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고, 돌아온 답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회사에서 갑자기 자동차보험 가입을 회사를 통해 하라고 한다. 회사 내에 따로 영업담당자를 둔다고 하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보험료도 깎아준단다. 정말 미안하게 됐다."

 보험업과 무관한 일반기업이 직원과 자회사를 대상으로 보험모집을 통한 수익을 올리려다 말썽을 빚고 있다. 업체 측은 논란이 일자 이 사업을 전격 철회했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보험업과 무관한 일반기업이 직원과 자회사를 대상으로 보험모집을 통한 수익을 올리려다 말썽을 빚고 있다. 업체 측은 논란이 일자 이 사업을 전격 철회했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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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는 순간 A씨는 화가 치밀었다. '인터넷보험 때문에 안 그래도 보험가입자 찾기가 어려운 판에 큰 기업이 이렇게 직원들을 싹쓸이 해 버리면 우리는 뭘 먹고 살란 말인가?' 탄식이 절로 났다고 한다.

그는 '그냥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해당 기업에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회사 강조사항이 아닌 직원들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사항"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A씨가 "회사에서 그 계약자에게 4% 정도를 돌려준다"고 한 대목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A씨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의 기업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H사로, 연 매출 2000억 원 규모에 직원이 4500명이 넘는다. 또 연관 업종과 레저분야 등에 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등 결코 작지 않은 업체다.

이 H사는 지난 4월 19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사내 각 부서와 6개 자회사에 내려 보냈다.

"금번 당사에서 회사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기반 확대를 위한 신규사업으로 자동차보험 모집사업을 시행하게 되어 전 출자회사에 관련 내용을 알려드립니다. 자동차보험 모집사업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바랍니다."

 서울에 본사를 둔 H사가 각 부서와 자회사에 내려보낸 공문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사업목적이 "수익기반 확대를 위한 자동차보험 모집사업"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H사가 각 부서와 자회사에 내려보낸 공문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사업목적이 "수익기반 확대를 위한 자동차보험 모집사업"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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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에는 자동차보험의 신규가입 또는 전환가입과 함께 부동산에 대한 화재보험도 가입할 수 있음을 밝혀 놓았다. 보험가입 대상 보험사로는 3개 업체를 언급했으며, 그 가운데 S업체를 가급적 선택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보험가입 업무에 필요한 담당직원도 배치했음을 알렸다.

심지어 자동차보험을 유치할 경우 계약보험료의 4%를 홍보활동비로 지급한다는 사실도 공문에 밝혀 놓았다. 이는 사실상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또는 소개비를 지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확인 결과 이 같은 행위는 모두 보험업법 위반이다. 문제의 기업이 보험업 등록업체가 아닌데도 보험을 모집했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모집'은 '중개 또는 대리모집'을 모두 포함한다.

보험업법에는 보험모집을 할 수 없는 자가 보험모집을 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이하의 벌금'(제204조)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보험료의 일부를 깎아주거나 하는 행위는 '특별이익의 제공금지'(제98조) 조항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제202조)을 받는다.

 민원인 A씨가 이 업체 '신문고'란에 4월27일 투서한 뒤 사측이 5월3일자로 답변한 내용. 보험모집 과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음과 '계약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름을 밝히고 있을 뿐 해당 사업을 그만 뒀다는 이야기는 없다.
 민원인 A씨가 이 업체 '신문고'란에 4월27일 투서한 뒤 사측이 5월3일자로 답변한 내용. 보험모집 과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음과 '계약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름을 밝히고 있을 뿐 해당 사업을 그만 뒀다는 이야기는 없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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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사는 보험모집 활동에 민원이 접수되는 등 문제가 생기자 뒤늦게 '자동차보험 모집 신규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H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시행한 사업이었다. 이후 법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았고, 노조에서도 반발해 지난 4월28일자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설계사 A씨는 이 같은 해명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민원을 제기한 시점은 지난 4월 27일이었고 5월 3일에 답변을 들었다는 것. 그런데 답변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며, 계약자에게 4% 돌려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밝혔을 뿐이어서 "이미 중단했다"는 회사 측 설명과 아귀가 안 맞다는 주장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A씨는 "요즘 보험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정말 힘들다. 그런데 큰 기업들이 '강제사항이 아니라 단순 권유'라며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보통의 보험설계사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해당 업체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관계 당국이 관리를 철저히 해주기를 바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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