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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최남선, 김동인, 이인직, 노천명, 모윤숙 등 친일문학인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시집이 눈길을 끈다.

 

이윤옥 시인의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2011년 4월)은 20명의 친일문학인을 선정해 그들을 비판하는 시선과 날카롭게 각을 세운 글들을 담았다.

 

20명의 친일문학인은 지난 2002년 8월 14일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제연구소, 계간<실천문학>,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국회의원모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이 공동 발표한 친일문학인 42명 중 19명을 선정했고, 다른 한명은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이완용의 오른팔이며 <혈의누> 작가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인직이다.

 

특히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계몽주의 사상가로 잘 알려진 춘원 이광수(1892~1950)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목을 끈다.

 

조선놈 이마빡에 피를 내라(이광수)

 

상하이 와이탄의 불빛 고아라

가야마미츠로 이광수

허영숙과 사랑놀음 황포강 배 띄울 때

김좌진 홍범도는 일본군과 목숨 건 혈전이요

백범과 윤봉길은 홍커우공원 거사라

 

조선놈 이마빡에 바늘로 찔러

붉은 피를 내고 또 내어

선홍빛 일장기 아래

황군 백성으로 거듭나라

춘원이 목청 돋울 때

 

이고 진 짐 보따리

걸리고 업은 아이

임시정부 대가족

피난길 삼만 리 27년 노정

가야마미츠로 그대는 아는가!

춘원의 펜에 찔린 겨레의 심장

아물기 전

광복 후 배알 없는 글쟁이들 또 다시 찔러

치유의 긴 시간

약도 없던 허망한 세월!

 

붓을 꺾지 않았으며 만고에 날릴 이름

나약한 변절자

만백성 가슴에 깊이깊이 박힌 이름 석자

 

이 시인은 "현 브리태니커 사전에는 이광수를 '한국근대문학의 선구자로 계몽주의, 민족족의 문학가 및 사상가로 한국 근대정신사의 전개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을 맡아 펜으로 적극적으로 친일을 한 대표적인 변절문학인"이라고 밝혔다.

 

또 신소설 <혈의누> <귀의성> 등의 대표작을 남긴 이인직을 두고 "매국노 '이완용의 오른팔'로 일본어를 하지 못했던 이완용을 대신해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병합의 교섭을 했다"면서 "이인직이 다리를 놓아 이완용과 조중웅이 통감관저를 방문해 병합조약을 조인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일제 학병을 권유한 육당 최남선, 태평양전쟁 등을 찬양한 대표적 여류시인 노천명, 일제시대 '지원병 노래'를 시로 남겼고, 미군이 들어오자 '영어를 배우고 양키를 따라야 한다'고 했던 모윤숙의 친일행적도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만한 인물이 소설가 김동인(창씨명 : 곤도후미히토)이다.

 

"광복을 앞둔 8월 15일 아침 총독부 검열과장 아베다츠이치를 만나 '시국에 공헌할 새로운 작가단을 만들 수 있게 도와 줄 것'을 부탁했는데, 이미 정오에 일본 항복 선언을 알고 있던 아베는 이런 청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민족의 자존심이 구겨진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p27, 김동인편 '더보기' 중에서 -

 

시집을 쓴 이윤옥 시인은 "3.1절, 8.15광복절 등의 국경일은 독립운동으로 평생을 받친 분들이 이야기가 집중된 시기"이라면서 "하지만 친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궤변을 들어 떠든 자들은 발전적 미래를 위해 '과거에 집착하지 말거나' '그 때 친일 안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말로 내 뜻을 흐릴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나치 압제로부터 해방된 후, 드골 정권이 나치부역자들을 단호히 숙정할 때, 프랑스 국민들은 궤변을 떨어 그들을 옹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 시집에 일제에 부역한 문학인은 김기진, 깅동인, 김동환, 김문집, 김상용, 김안서, 김용제, 노천명, 모윤숙, 서정주, 유진오, 유치진, 이광수, 이인직, 정비석, 주요한, 채만식, 최남선, 최재서, 최정희 등 20명의 친일행적들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시집 <사쿠라 불나방>을 펴낸 이윤옥 시인은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해 시를 썼다.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한국외대 연구평가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과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시원하게 풀이한 <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 사상사, 2010년)이 있다.


사쿠라 불나방

이윤옥 지음, 얼레빗(2011)


태그:#이윤옥 시인, #사쿠라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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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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