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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권 폐지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오전 열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한나라당의 '중수부 폐지에 합의한 적 없다'는 말바꾸기로 파행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는 시작 뒤 1시간이 넘게 의사진행발언으로 진행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검찰관계법심사소위 합의내용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여야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검찰소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은 이한성 의원은 "중수부 폐지에 대해 전원 의견일치를 본 적은 한번도 없고, 논의 과정에서 폐지에 동의하면서도 법률을 개정할 것인가 대통령령 개정을 권고할 것인가를 논의했지, 방법론 상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검찰소위 위원인 손범규 의원도 "실상은 중수부 폐지를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고, 반대하는 의견도 '중수부는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과, '폐지를 해야 하겠지만 폐지의 그 때가 언제인가'하는 신중 의견으로 분립돼 있었을 뿐이지 당장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데 찬성하는 의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민식 의원은 이전의 '6인 소위' 합의부터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6인 소위 위원 중에서도 이 내용(중수부 폐지)에 대해 제대로 합의가 안 됐다고 한다"며 "언론에 합의가 됐다고 발표할 때엔 만장일치를 뜻하든지, 만장일치가 안 돼도 대다수가 찬성하고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소위에서도 합의가 확실히 된 게 아닌데 마치 합의가 된 양 발표를 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 "왜 거짓말 하느냐, 속기록에 다 있다"

 

이에 검찰소위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속기록에 모든 기록이 다 있다"며 "속기록과 다른 얘기들을 하신다면 민주당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도 검토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박 의원은 이어 "그런 것을 (중수부 폐지 합의)를 얘기한 적이 없는 것처럼 연극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게 된다"며 "언론에 보도된 것에도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다는) 이한성, 손범규, 이주영, 주성영 의원님 코멘트가 다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아래와 같은 검찰소위 속기록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4월12일 회의록]

김학재 위원 : "잠깐만요, 중수부 폐지안은 합의가 됐잖아요?"

장윤석 위원 : 그러게요

 

[6월 3일 회의록]

김학재 위원 :  "그런데 중앙수사부 폐지안은 이미 합의가 된 건데 왜 뒤늦게… 이건 합의되고 …"

손범규 위원 :  "합의가 됐는데 아직 입법화가 안됐잖아요."

 

김동철 의원도 "사실관계를 두고 다툴 여지를 없애기 위해 회의록을 두고 있고, 명백히 회의록에 나와 있는데도 폐지에 합의를 했느냐 안했느냐를 갖고 논란을 하는 것은 희한한 일"이라며 "합의는 반대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가 다수 의견에 양해하는 수준에서 합의된 것인데, 나중에 합의가 안 됐다고 하는 것은 국회 회의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각 지역의 정치 지도자인 분들이 정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졌고, 이에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6인 소위'에 참여한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도 민주당을 거들고 나섰다. "6인소위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만들어져서 활동을 제멋대로 하고, 합의 안된 것을 언론에 발표하고 이런 것은 아니다"며 "밀도 있고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선 소위를 별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6인소위가 성립된 것"이라며 "6인 소위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아무런 잘못이 없고 떳떳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소위 합의가 '발목 잡기'? 주성영 "노무현 대통령, 죄송합니다"

 

야당이 속기록을 근거로 공세를 펴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합의가 됐는지 안됐는지가 뭐가 중요하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홍일표 의원은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회의에서) 결론을 합리적으로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여상규 의원은 "소위에서 합의됐는가 안 됐는가가 뭐가 중요한가. 전체회의에 넘겨서 논의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여 동안을 '중수부 폐지 합의' 사실관계를 두고 여야가 설전을 펼친 가운데, 이주영 위원장은 더 이상 의사진행발언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파행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민주당에 이렇게 뒤집어 씌우는 상황에서 회의를 못하겠다. 어떻게 속기록에 나와 있는 것을, 눈뜨고 코 베어 가는 세상도 아니고 이게 뭐냐"며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항의했다. 김동철 의원도 "저희는 더 이상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못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 위원장은 오전 11시 13분 회의를 정회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약 20분 뒤에 회의장에 돌아왔고 회의는 속개됐다. 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회의록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보시고, 민주당의 주장이 옳다면 (한나라당은) 사과해주시기 바란다"며 "그게 안된다면 위원장님이 회의록을 보시고 객관적 진실관계를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사과가 없으면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개특위가 언제라도 파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단 '전체회의에서 특수청 설치 여부 등 대안 마련까지 포함해서 중수부 폐지 관련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선 사개특위 활동기한(현재 6월말)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뜬금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과를 표하면서 현재 야당이 소위 합의를 내세워 중수부 폐지를 관철시키려 하는 상황을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했던 '발목잡기'와 같은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저희들이 4년 전엔 야당 의원으로 있었다. 야당 의원을 할 때 사사건건 청와대를 물고 넘어졌던 기억이 새롭다"며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지만 죄송합니다. 사법개혁특위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태그:#중수부, #사개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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