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이 없어도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이 필요하다"
"프로야구 제 9구단을 유치하지 않더라도 새 야구장은 필요하다고 본다"
"꼭 프로야구단이 아니더라도 시민, 아마야구를 위해 2만 5000석 이상의 야구장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프로야구 제 9구단 엔씨소프트 야구단 창단과 새야구장 건립과 관련한 창원시의회 간담회에서 박완수 창원시장이 한 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엔씨소프트 프로야구단 창단과 새야구장 건립은 통합 창원시의 가장 뜨거운 현안 중 하나입니다.

 경남도민일보기사, 창원시장 - 시의원 야구단 창단관련 간담회

경남도민일보기사, 창원시장 - 시의원 야구단 창단관련 간담회 ⓒ 경남도민일보


창원시의회는 마산야구장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거나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장 건립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 '협약서 동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창원시의회가 '협약서 동의' 절차를 미루자 최근 엔씨소프트측에서 새 야구장 건설비용의 30%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박완수 시장은 국·도비를 제외한 비용 전액을 창원시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경남도민일보 - 박완수 "9구단 관계없이 새야구장 필요"
경남신문 - 창원 '프로야구장 건립안' 숨통트이나

뿐만 아니라 이미 "프로야구 9구단 창단 협의 과정에서 최소한 야구장 정도는 시에서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 표현"이 있었다는 것도 밝혔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아마 박완수 시장은 새야구장을 꼭 지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심지어 "꼭 프로야구단이 아니더라도 시민 아마(추어)야구를 위해 2만 5000석 이상의 야구장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새 야구장 건립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프로야구단이 없어도 시민, 아마야구팀을 위해서라도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프로야구단 없으면 2만 5000석 야구장은 예산 낭비

현실적으로는 프로야구단이 없는 경우, 창원에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은 필요가 없습니다. 창원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혹은 WBC 같은 국제경기를 유치 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 야구장은 예산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원시에 꼭 필요한 야구장은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이 아니라 사회인 야구팀과 야구동호인들이 경기를 할 수 있는 생활야구 경기장입니다. 창원시가 국비, 도비, 시비를 모아서 야구에 투자한다면 눈으로 보는 야구가 아니라 몸으로 즐기는 야구를 하는 데 먼저 투자되어야 합니다.

 6월 21일자 경남신문기사

6월 21일자 경남신문기사 ⓒ 경남신문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경남신문 1면 머릿기사에는 '경기 할 구장 어디 없나요. 도내 사회인 야구팀 설움'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경남야구연합회에 무려 315개팀이 가입되어 있고 회원은 7500명이나 되지만 이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구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경남의 야구장은 중, 고교 운동장을 포함해도 고작 20곳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통합창원시 사정이 가장 심각하다고 합니다. 창원시의 경우 야구연합회에 가입된 회원만 2500명이 넘고, 비가입 동호회원까지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줄잡아 300개 이상으로 예상되는 창원팀들이 8개 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야구장 잡는게 골프장 부킹보다 어렵다"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고, 야구 경기장을 사용하기 위해 매년 150만~200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야구리그에 참가거나 중고교 야구부에 300만~500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야구장을 빌려 쓰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야구장 잡는 게 골프장 부킹보다 어렵다?

참 안타까운 것은 박완수 창원시장께서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의회 간담회에서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 야구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셨다는 겁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시장님이 걱정한 시민, 아마 야구팀들에게는 국제 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만약 프로야구 9구단이 창단된다면 새로 짓는 야구장은 엔씨소프트의 전용구장으로 사용될 뿐 사회인 야구팀이 이 구장에서 경기할 기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울러 엔씨소프트가 창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은 사회인 야구단에게 자유롭게 개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지금 창원축구장이나 마산종합운동장 축구장이 축구 동호인들에게 개방되지 않는 것과 똑같을 것입니다.

 뉴욕센트럴파크의 시민 야구장

뉴욕센트럴파크의 시민 야구장 ⓒ 이윤기


사회인야구팀들이 새로 짓는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에서 경기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드문 일이 될 것입니다. 1년에 한 번 리그 결승전 경기라도 치를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2만 5000석의 국제 경기가 가능한 야구장을 짓겠다고 하면서 '시민, 아마 야구팀' 운운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입니다. 그냥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기 위해서 야구장을 짓겠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인구 100만 규모의 통합시가 되었으니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옳지 않습니다. 만약 프로야구단이 없다면, 인구 100만 통합 창원시에 필요한 야구장은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돈 먹는 하마' 같은 경기장이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이 100만 도시에 사는 시민, 아마추어팀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이 필요합니다.

 센트럴파크의 복합 야구장

센트럴파크의 복합 야구장 ⓒ google



 뉴욕 센트럴파크에는 10면이 넘는 다용도 야구시설이 있습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는 10면이 넘는 다용도 야구시설이 있습니다. ⓒ google


새 야구장, 프로구단 없어도 시민, 아마 야구팀에겐 '그림의 떡'

신문기사를 보면서 박완수 시장께서는 300개쯤 되는 창원시 사회인 야구팀을 위해 시민, 아마추어팀을 위한 야구 경기장을 짓는 일에는 오히려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시민 아마야구팀은 2만 5000명의 관중이 들어가는 야구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야구장처럼 그라운드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많아도 수백 명 수준인 관람객들은 나무그늘이나 잔디밭에 앉아서 구경을 할 수도 있고 나지막한 계단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위 사진 속의 다목적 야구장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있는 야구장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뉴욕 시민들이 동시에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홈플레이트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회인 야구팀과 어린이, 청소년들이 야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런 야구장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1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 부어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짓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땅값이 저렴한 창원시 일원에 사진으로 보시는 저런 다용도 야구장은 열 개쯤 만드는 것이 좋을까요?

프로야구단이 없어도 국제경기가 가능한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거짓말이거나 억지입니다. 프로야구단이 없으면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 대신에 사진으로 보시는 저런 야구장을 만들어서 시민, 아마추어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해 주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프로야구 창원시 박완수 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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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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