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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1월 16일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전 BBK 대표가 법무부 호송팀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인천공항에 도착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07년 11월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라고 폭로한 김경준(재미교포, 이 후보와 친분 있는 에리카 김 변호사의 동생)씨가 국내에 입국했다. 당시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가 김씨와 함께 법인계좌를 유용해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에 가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통합신당은 BBK 주가조작 사건이 이명박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해 BBK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올인'했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씨가 귀국하자, BBK 진상이 대선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핵심변수라고 판단하고 연일 이 후보와 BBK 관련 의혹에 대한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대선 사흘 전에는 이 후보가 스스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밝힌 광운대 경영대학원 특강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BBK 관련 의혹의 결정적 증거였던 이 동영상은 선거에서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선방' 때문이었다.

 

홍준표의 폭로와 <국민일보>에 실린 '신경화씨의 편지'

 

 지난 2007년 12월 16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설립' 발언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박형준 대변인,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나경원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BBK 의혹만 방어해내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선대본부 조직 자체를 '클린정치위원회'로 만들었다. 국민으로 하여금 야당의 BBK 의혹 공세를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위원장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홍준표(현 한나라당 대표), 고문 박희태(현 국회의장), 대변인 나경원(현 서울시장 후보), BBK팀장 은진수(전 감사원 상임위원, 구속) 등 총 35명의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들이 가세한 매머드급 조직이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의 활동은 '방어'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선을 1주일 앞둔 12월 13일 홍준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김경준씨 기획입국이 진행됐다"며 "김씨의 기획입국을 입증할 편지와 각서가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폭로가 있은 날 저녁 <국민일보>에는 미국에서 김씨와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함께했다가 국내로 이감된 신경화씨가 교도소에서 김씨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김씨와 신씨 두 사람이 이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권(통합신당 측)의 요청을 받고 '기획 입국'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였다. 편지 내용은 이랬다.

 

"나의 동지 경준에게… 난 대전(대전교도소-편집자)에 와 있네.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네. 대권은 이미 MR. 리(이명박 암시-편집자)가 확실시되었고, 모두가 박수칠 날만 기다리고 있지.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곳에 오기 위하여 준비한 내용들을 다시 수위 조절해야 하고, 그것이 경준이를 위하는 길이고 살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네. 자네가 큰집(청와대와 여권을 암시-편집자)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또 미친놈 소리만 듣게 되었다네. 그러니 명심하고 형(신경화-편집자) 말대로 신중하게 판단하여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 몸조심 하길. 2007. 11. 10. 대전교도소에서 6891 수번."

 

홍 위원장의 폭로 다음날, 이방호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33인이 서명한 수사의뢰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국내에 들어오라는 법무부 요청을 거부해 온 김경준씨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송환에 응한 것이 수상하니 김씨의 '기획 입국' 배경을 수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증거물로는 김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료였던 신경화씨가 쓴 편지와 당시 통합신당 측 이아무개 변호사가 쓴 신씨에 대한 무료변론 각서가 첨부됐다.

 

MB 대선캠프 특보가 개입한 편지 조작과 은폐, 4년 만에 드러나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만에 당시 신경화씨가 썼다는 편지는 그의 동생인 신명씨가 가짜로 쓴 것이 조작되었고, 그 조작 편지를 쓰게 한 배후에 이명박 대선캠프의 상근특보였던 김병진(전 경희대 교수, 현 두원공대 총장)씨가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는 최종적으로 홍준표 위원장의 손에 들어가 정치공작에 활용되었다. 또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그 정치공작의 배후에 이명박 후보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통합신당 측의 끈질긴 BBK 의혹 공세를 막아내는 데는 홍준표 위원장이 제기한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이를 뒷받침한 '신경화 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대선 직후 홍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BBK 의혹을 막아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홍 위원장이 대선 1주일 전에 공개한 '기획입국 편지'가 있었기에 통합신당이 대선 사흘 전에 공개한 'BBK 동영상'의 약발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클린정치위원회의 은진수 BBK 팀장과 당직자들은 감사원으로 영전하거나 청와대로 입성하는 등 '전리품'을 챙겼다.

 

당시 김병진 특보와 홍준표 위원장 사이에 누가 개입되었는지, 홍준표 위원장은 이 편지가 가짜임을 알고도 정치공작에 활용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신명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승덕씨로부터 (조작편지는) 한나라당 BBK대책 법률팀이 8번이나 검토한 것이니 아무 문제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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