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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을 멈춘 인천 서구 소재의 삼화고속 버스 차고지 모습.
 운행을 멈춘 인천 서구 소재의 삼화고속 버스 차고지 모습.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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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삼화고속 버스의 운행이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노사가 임금을 놓고 진실 공방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이하 노조) 조합원 500여 명은 지난 10일 오전 5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이날 오후에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인천시와 노동계 등이 중재하고 있지만, 노사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파업에 들어간 노조원들은 서구에 있는 차고지 등에서 농성하고 있다. 사측은 13일 처음으로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배부하는 등 공세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10년간 임금 동결" ↔ "작년에 임금 올랐고, 경영 어렵다"

회사는 보도 자료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체계와 재정 적자 상황 등을 발표하면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자사의 시급이 낮은 이유는 부가 수당 비중이 높고, 상여금과 학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 때문"이라며 "경유가격 상승과 인천공항철도 개통 등으로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누적 적자가 22억5000여만 원에 달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임금 인상과 노선 조정, 준공영제가 해결방안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발표한 재정 수치가 정확하지 않고, 지난 수년간 2008년을 제외하고 모두 흑자를 보았다"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동종 업계 평균보다 10% 정도 낮아 동종 업계보다는 인건비가 영업이익에 덜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노사 대립의 핵심 문제는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노조 인정이다. 노조는 현 시급 4727원에서 973원(20.6%)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165원 인상(3.5%)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근무 일수 13일을 11일로 단축할 것과 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와 임금 체불 혐의로 회사를 노동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반면 회사는 "근로시간을 줄여달라는 것도 있지만, 초과 근무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삼화고속의 운행 중단으로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삼화고속의 운행 중단으로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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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 어려운데... 대표이사는 수십억대 빌라 매입


삼화고속은 1966년에 버스 2대를 가지고 운송 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 고속버스 운송면허를 취득했고, 1973년 1월엔 금호그룹 출범과 동시에 금호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까지 광역버스 노선 18개(총 219대)를 운행했으며, 이중 '인천~서울' 간 노선이 17개(총210여 대)를 차지했다.

이러한 규모의 회사 운영과 관련해 노조는 최근 "최고 경영자가 수십억 원의 고급 빌라에 살면서 회사에 투자하지 않고 기사들의 낮은 인건비에 의존해 경영한다"고 주장했다.

<부평신문>이 13일 확인한 결과. 삼화고속 대표이사 P씨는 지난해 2월 서울 한남동에 있는 수십억 원대의 고급 빌라를 매입했다. P씨가 살고 있는 고급 빌라 H하우스는 유엔빌리지 안에 있으며, 이곳은 예전부터 정·재계와 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P씨가 거주하는 H하우스 102동의 경우 법원 감정가격으로 28억8100만 원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확인한 결과, 실거래가격은 무려 40억~50억 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노조의 나대진 지회장은 "(대표이사 P씨의) 아버지가 운영할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지금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의 시급이 6750원인데, 삼화의 경우 4727원 밖에 안 된다"며 "자식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삼화고속의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회사가 그동안 각종 수당을 축소해 통상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현직 버스기사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 4건 중 이미 2건은 1심에서 회사가 패소했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회사의 패소가 확정될 경우, 회사는 미지급 임금 총28억 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는 10일 오전 5시를 기해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에 회사는 오후 5시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는 10일 오전 5시를 기해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에 회사는 오후 5시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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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적자 노선 폐선 요구... 시, "추가 폐선도 검토"

인천시는 삼화고속의 경영난 해소 등을 위해 적자노선 4개를 폐지하기로 했다. 폐지 노선은 '서울역~대방역'을 경유하는 1301번, 1601번, 2003번, 9902번 노선(총 31대)이다.

시 관계자는 13일 전화인터뷰에서 "삼화에서 요구한 노선이고, 추가적으로 폐선을 검토 중"이라며 "폐지한 노선은 수익성을 좋게 인천지역 노선을 조정해 신규 업체나 기존 타 업체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역노선 업체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운행 중단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삼화고속이 요구한 폐선을 시가 수용한 모양새지만 시의 경고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진현 삼화고속 이사는 "적자 노선(폐지)은 수년째 요청한 것이다. 얼마나 회사가 어려우면 노선을 폐지하겠냐"며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시는 삼화고속 파업으로 지하철 이용객이 크게 늘자 12일부터 경인철도 1호선과 인천지하철 환승역인 부평역에서 오전 1시에 출발하는 임시 열차를 운행 중이다. 이 열차는 인천지하철 하행선 종착역인 국제업무지구역에 오전 1시 33분, 상행선 종착역인 박촌역에 오전 1시 21분에 도착한다.

경찰 공권력 투입할까?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농성장에 공권력 투입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경찰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공권력 투입 시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달 안으로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회사는 지난 10일 직장폐쇄 이후 차고지를 점거 중인 노조에 퇴거명령을 수차례 내렸다. 이에 대해 노조는 대응 수위를 높이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회사가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경찰은 해당 노조원들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할 것이고, 불응 시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은) 처음 듣는 얘기다. 아직 이르다. 회사도 당분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진을 빼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당연한 권리행사지만, 출혈이 예상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화고속, #직장폐쇄, #광역버스, #유엔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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