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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 타기. 오래 전 눈사람 만들기와 함께 대표적인 겨울철 놀이였다.
 눈썰매 타기. 오래 전 눈사람 만들기와 함께 대표적인 겨울철 놀이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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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시간은 참 빨랐다. 겨울철 눈썰매를 타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났다. 눈싸움을 해도 한나절이 쏜살같이 흘렀다.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쫓다보면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다른 마을까지 와 있었다. 먼지 나는 신작로에서 동무들과 뛰어놀다 보면 중천에 떠있던 해도 서산에 걸쳐 있기 일쑤였다. 

마냥 즐거웠던 그때였다. 너나 없이 모두 가난했지만 그래도 정겨웠다. 사람 사는 냄새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고 그리운 추억의 한편이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 추억은 화로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서 더 그리운 그 시절의 놀이다.

추억이 유난히 그리운 계절 겨울이다. 국자에 설탕 한 숟가락씩 담아 연탄불에 올려 만드는 띠기도 겨울에 즐기던 주전부리였다. 멀쩡한 국자를 쓰지 못하게 만들어놨다고 엄마한테 혼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추억 저편에서 아른거린다. '왜 그렇게 하고만 싶었는지' 웃음만 나온다.

고구마나 밤을 구워먹던 때도 겨울이었다. 대보름을 전후해 들불을 놓고 쥐불놀이를 한 것도 겨울철이었다. 이런 추억이 요즘엔 '체험여행'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도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반기는 여행의 소재가 됐다.

붕어빵 만들기. 아이들도 재밌게 즐기는 겨울체험 가운데 하나다.
 붕어빵 만들기. 아이들도 재밌게 즐기는 겨울체험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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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기(떼기). 직접 만들어 먹는 겨울철 주전부리였다.
 띠기(떼기). 직접 만들어 먹는 겨울철 주전부리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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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찾은 눈썰매장, 추억이 오롯이 베어 있다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논바닥 눈썰매장을 찾았다. 눈썰매장은 광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골인 담양에 있다. 병풍산 뒷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이 마을은 용흥사와 용흥사계곡으로 조금 알려진 전라남도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에 속한다.

옛 추억은 거기에도 오롯이 베어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눈썰매를 타고 빙판으로 변한 논바닥을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가운 바람이 귓불을 때리고 손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모두 아랑곳하지 않았다. 썰매장 입장료나 썰매 대여료도 없어 만족감이 배가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한다. 눈썰매에서 떨어져 뒹굴어도 재미있기만 하다. 눈썰매를 탄 채 일부러 눈더미에 부딪치며 나뒹굴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던 어른들은 행여 다칠까봐 걱정을 하면서도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에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용오름 눈썰매장. 논바닥에 물을 담아 자연적으로 얼게 만들었다. 전라남도 담양군 용흥마을에 있다.
 용오름 눈썰매장. 논바닥에 물을 담아 자연적으로 얼게 만들었다. 전라남도 담양군 용흥마을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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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 끌고 타기. 끄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모두 재밌는 겨울철 놀이다.
 눈썰매 끌고 타기. 끄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모두 재밌는 겨울철 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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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 아이들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은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겨울철 체험놀이다.
 눈썰매. 아이들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은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겨울철 체험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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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 눈썰매장은 마을주민들이 논에 물을 가둬 만든 것이다. 어차피 겨우내 노는 땅인데, 눈썰매장으로 만들어 도시 아이들의 놀이터로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추억을 선사하면서 마을도 널리 알리자는 데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파는데 조금은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서.

아이들은 눈썰매를 타다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우면 미리 피워놓은 장작불 옆으로 모여든다. 장작 군불을 쬐면서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잠시 녹인다. 고구마를 가져와 구워먹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것도 잠시. 장작불 옆에서 연 날리기를 하고 팽이치기도 한다. 금세 볼이 빨갛게 얼어붙었지만 괜찮았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행복한 추억여행을 즐긴다. 아이들은 훗날 되새길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며 즐거워한다. 상대적으로 허접해 보이는 논바닥 눈썰매장이었지만 추억을 만들고 파는 마케팅은 이 산골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이래저래 오지고 즐거운 눈썰매장이고 추억 만들기다.

연 날리기. 논바닥에서 해보는 연날리기 체험이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선사한다.
 연 날리기. 논바닥에서 해보는 연날리기 체험이 색다른 재미와 추억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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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날리기.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연 날리기.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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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눈썰매, #연날리기, #용오름눈썰매장, #용흥마을, #겨울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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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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