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과 이재에 밝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세금 탈루가 출발이었다. 그리고는 고소로 이어졌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뒤 평창의 땅을 사 놓은 것도 발각(?)됐다. 잠정 은퇴는 급작스러웠지만 그만큼 단호했다. 그리고 기부, 또 기부. 방송인 강호동의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약 9억 원의 임금이 체불되자 직원들의 폭로로 이어졌다. 카지노 출입설에 횡령, 총기 불법 제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 와중에 <디워>의  속편을 제작할 것이란 언론플레이까지 벌였다. 결과는 연이은 조사와 불구속 입건. 영화감독 심형래의 경우.

작년 9월, TV와 스크린을 통해 이른바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두 스타가 동반 몰락했다. 세금 탈세 의혹이 불거진 뒤 국세청으로부터 수 억의 추징금을 부과당했던 강호동의 잠정 은퇴 선언도, 영구아트 직원들이 사장 심형래의 임금 체불과 각종 의혹들을 폭로했던 것이 공교롭게도 작년 9월이었다. 헌데, 물의를 빚고 활동을 중단한 둘의 행보와 이에 대한 반응들이 사뭇 다르다. 그건 비단 기부와 형사입건의 차이만은 아닐 것이다.

 SBS <강심장>을 함께 진행했던 이승기와 강호동

SBS <강심장>을 함께 진행했던 이승기와 강호동 ⓒ SBS


사회복지재단에 이어 150억 기부한 강호동

9일 강호동의 '150억 기부'가 이슈가 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주)육칠팔은 강호동이 조자신의 보유 지분 및 지분수익 전체를 기부할 예정이라 밝혔다. 30%가 넘는 지분을 가진 강호동의 예상 지분 수익은 150억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육칠팔은 치킨678 등 7개 브랜드와 전국 140여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호동은 이번 기부 결정은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재단 기부와 더불어 '강호동 복귀' 여론이 높아지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여론은 비단 <강심장>에서 하차한 이승기가 "같이 시작했던 호동이 형님 늘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나,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유재석이 강호동을 언급한 것처럼 영향력 있는 동료들의 응원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는 말이다.

강호동의 경우, 잠정 은퇴 이후에도 매체와 동료들, 팬들이 보내는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그가 출연했던 <1박2일> <강심장> 등에 새 멤버가 투입될 때 마다, 기부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강호동의 복귀' 여부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건 강호동의 깔끔한 행보에 기인한다. 세금 탈루 혐의를 받았을 때의 잠정 은퇴는 물론이다. 평창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과거 봉사와 지원을 해왔던 서울아산병원측에서 강호동의 선행을 숨기지 않았다. '은퇴 후 결국 사업이냐'는 일부 비난여론 또한 이번 기부를 통해 잠잠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임금체불을 폭로하는 영구아트 직원들과 심형래 감독

작년 9월 임금체불을 폭로하는 영구아트 직원들과 심형래 감독 ⓒ 민원기


수 년간 지속된 횡령과 체불... 신지식인의 몰락은 자초한 일

반면 '국민 영구' 심형래는 '신지식인의 몰락'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아 보인다. 작년 9월부터 각종 의혹과 송사에 휘말린 심형래 영구아트 대표는 결국 지난 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가 밝힌 심형래 감독의 혐의는 실로 다채롭다. 심 대표는 200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270여 회에 걸쳐 회사자금을 도박ㆍ유흥비 등 개인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구아트 직원들의 폭로됐던 총포 개조·사용 혐의도 덧붙여졌다.

그간 심 대표에 관한 잡음은 악화일로였다. 작년 12월 체불임금 지급 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필두로 영화 투자금 반환 소송도 걸려있다. 미국영화계 정벌을 부르짖었던 심 감독에게 출국금지는 족쇄와도 같았다. 영구아트 본사는 물론 개인아파트도 경매 매물에 부쳐 졌다.

영화계는 물론 연예계에서는 심대표에 대해 '회생불능' 진단을 내리는 분위기다. 헌데 심 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그는 지난달 23일 임금체불과 관련한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디워2> 개봉 가능성과 투자자 확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대해 CJ E&M측은 "보류 중"이라 못 박았다. 그간 언론플레이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심 대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강호동의 <1박2일>에 출연 모습

강호동의 <1박2일>에 출연 모습 ⓒ KBS


대중의 판단에 맡겨지는 복귀, 희비쌍곡선위에 선 두 사람

'국민 MC'와 '신지식인 1호'의 차이가 비단 '기부'가 아니라는 점은 자명하다. 아마도 강호동과 심형래를 지켜보는 대중들 중 둘의 차이가 그들의 과거로부터 비롯됐다는 점까지도 염두에 두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천하장사'에 등극한 뒤 이경규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한 강호동은 이후 쉬지 않고 달려왔다. <1박2일>을 통해 '국민 MC' 칭호를 받았지만 순간의 실수가 잠정 은퇴로 이어지기까지는 한순간이었다. 강호동 또한 이를 절감한다는 듯 복귀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철저하게 자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만약 철저한 계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강호동의 이미지는 복귀 전보다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허나 <디워2>의 언급에서 볼 수 있듯 언론플레이라는 부풀려진 허명 위를 걸어왔던 영화감독 심형래는 돌아갈 곳이 없어 보인다. 횡령과 체불, 그리고 소송으로 이어진 그의 최근행보는 물론이요 국내 관객들의 전폭적인지지 속에서 성공한 <디워>이후 작품성은커녕 흥행에서도 실패하는 그는 명성에 걸맞은 성적표를 낸 적이 없다. 과연 그는 영화계로 복귀할 수 있을까.

최근 후배 우승민의 결혼식에 참석한 강호동은 다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복귀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복귀 시점은 누구도 정해주지 않는다. 오로지 대중들의 판단에 맡겨질 뿐이다. 다만 그 전제가 본인들이 살아 내온 내력일 터다. 사뭇 상반된 행보를 걷고 있는 강호동과 심형래, 두 사람의 남은 2012년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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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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