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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삼촌... 잘 지냈어? 나야, OO엄마!"

10여 년간 연락 한 번 안 하던 한 선배의 부인,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오더니 '급 친한 척'이다. 그런데, 기분이 썩 별로다. 알고보니 그 사모님, 보험한단다. 아직까지는 보험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그냥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는데….

거기다 대고 연락하지 마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차라리 안 만나는 게 상책이지 싶었다. 보험 시작하면 가장 먼저 연락처부터 수집하게 된다는데, 내가 그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그만큼 만만하게 보이니까 그런 거 아니었겠나.

[#2]

얼마 전 갑자기 사무실로 불쑥 찾아온 친구. 수입이 변변치 않아 보험에 뛰어 들었다는데, 영업소에서는 무작정 약속잡고 나가라고만 한단다. 그래서 왔다는데, 한 달 치 보험료까지 대납해 주겠다며 가입을 권유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장 부담이 덜 되는 선(?)에서 가입했지만, 나도 여차하면 해지할 참이다.

무턱대고 찾아 온 친구에게 가입한 보험상품의 증권과 설계서
 무턱대고 찾아 온 친구에게 가입한 보험상품의 증권과 설계서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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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보험 하는 친구들한테 들어 주고 미아된 내 보험들을 생각하면 그저 치가 떨린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와서 지인을 소개해 달라고 조른다. 오늘 할당량(?) 추천을 못 받으면 영업소에서 거센 압박을 받아야 한다나?

아, 누가 그랬던가. 평소에 연락도 안 되던 그저 그런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면, 그 번호 스팸 등록 먼저 해두라던…. 생전 연락 안 하던 친구가 경조사 있다고 연락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경우 아니겠는가. 자기 필요할 때만 친구 타령하는 이기적인 분, 여기 또 한명 추가요.

[#3]

몇 년 전 이혼 후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아내의 친구. 아이들은 커가는데 카드빚을 생각하면 앞길이 더 막막해 무작정 보험영업에 뛰어 들었다. 교육받고 시작할 때는 '두고 봐라, 지금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머지않아 나도 보험여왕이 될거다'라는 다짐을 했단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고 말았다. 첨단 빌딩관리 시스템 탓에 요즘은 건물에 명함하나 돌리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교육 받을 땐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 알았나!'하며 온통 핑크빛 희망으로 가득찼지만, 막상 실적을 만들려고 하니 그나마 접근하기 쉬운 대상이 친인척과 주변인이었다.

결국 지인들 위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할 수 없이 만나준 친인척들도 마침내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인간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영업소에서는 "O여사는 자존심도 없습니까?"라며 하루에 약속 3개 이상씩을 잡으라며 강요하는데…. 하루 하루가 가시방석이었지만, '이 일 아니면 어디가서 내가 뭘 하겠어'하는 심정으로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영업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자존심'을 접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여고시절 때 가장 친했던 단짝친구. 하지만 여기서 그녀는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

"너, 나한테 영업 뛰러 왔냐? 차라리 그 보험 넣을 돈으로 밥이나 사줄게. 그래도 내가 영업대상으로 보인다면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뛰쳐 나왔고, 상처를 받은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영업소에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건 그녀이름으로 가입된 보험 상품만 3개다.

첫회 보험료는 대납?...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결같이 부푼 꿈을 안고 들어와서 단물만 빨리고 주변 사람들 잃고 떨어져 나가는 보험설계사의 슬픈 현실이다. 그렇다. 보험설계사로 밥 벌어먹을 정도 되려면 기본적으로 친구는 다 잃을 각오는 해야 한다.

재테크부터 시작하여 금융설계 전반에 대해 조언해 주는 '설계사'가 아닌, 의욕만 앞선 '영업맨'이 되어 이것저것 들라고만 하니 사람이며 신용 모두 잃는 것이다. 특히 수십 여 종의 보험상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실적이 놓은 상품 위주로 들이대기만 한다는 거다.

첫 회 보험료는 감사의 의미로 대신 부담할 테니까, 가입 좀 해주고 나중에 1년 지나서 해지 하면 된다? 수당이 많이 떨어지는 상품위주로 지인을 설득하는 유혹은 늘 존재하고, 대납, 고가의 선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인 위주로 찾아가 겨우 계약을 받아내도 슬그머니 해약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세상은 공짜는 없다. 통장에 찍히는 돈이 모두 제 돈이면 좋겠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

사람을 쉽게 뽑는 이유가 다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몇 개월 실적 반짝 올렸던 신입사원들 자체가 큰 고객이다. 말 그대로 지인들 위주로 영업하고 밑천 바닥나면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결국, 보험회사만 좋은 일 시켜준 꼴이 되고 만다. 

하지만, 오늘 결심을 하고 보험영업을 그만 둔 설계사보다 더 피해를 본 사람들은 누군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얼굴보고 보험을 들어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또 새 직원 뽑으면 가입 건수 늘려서 좋고,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TV만 켜면 나오는 연예인들의 보험 상품 광고, 고급인쇄홍보물, 호화스러운 영업소 유지, 사업비(신계약 수수료, 보험계약 유지비용, 인건비 등 보험영업 과정에서 소요되는 모든 비용)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영업공략 대상 중 지인과 친척은 맨 마지막으로 남겨 두시라

보험설계사가 외국에서는 정말 훌륭한 전문직이라고? 어느 나라에서 그러는지 정말 궁금하다. 온갖 장밋빛 미래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마시라. 그렇다, 세상에 좋은 일 나쁜일은 없다. 당연히 편안일 어려운일도 따로 없다. 단 그일이 나에게 맞는지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인지 그것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모두가 보기에 좋은일 같아도 그것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그보다 힘든 일은 없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어떤 직업이든지 본인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뛰어 들어서 사돈에 팔촌까지 폐를 끼친 후 땅을 치고 후회해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람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고 적성에 맞아 보험영업을 꼭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이것만은 꼭 지키라.

첫째, 보험은 홈쇼핑에서 히트를 친 기능성식품이나 화장품처럼 바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이 아닌 무형의 상품이기에 남다른 비결이 있어야 한다. 영업소 안에서 잘하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1등하는 사람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단시간 내에 실적을 올리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서두르면 결코 안 된다. 보장이 적더라도 고객에게 1원이라도 더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집중 부각한다. 또, 소액이지만 여러 개의 계약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영업한다. 특히, 영업공략 대상중 지인과 친척은 맨 마지막으로 남겨 놓는다. 실적과 능력을 인정받고 소문이 나면 주변 지인들은 저절로 영업된다.

셋째, 보험 상품뿐만 아니라 금융경제 분야의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재무 설계와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은 못할지라도 채권이 무엇인지 펀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보험설계사에게 신뢰가 거의 가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의료실비 혜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중학생 수준의 설계사에게 찾아온 '눈먼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는 것이란 불을 보듯 뻔하다.

혹시 지금 친한 보험설계사의 애원에 못 이겨 보험을 들어주려고 생각중인가? 부디, 기다렸다가 1년 넘기는 것 보고 들어주길 바란다.


태그:#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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